DDP에 뜬 12미터 달항아리, 디올이 전시를 만드는 방식

전시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시간을 수놓은 드레스와 빛으로 채운 공간, 디올의 꿈이 서울 한가운데에 피어났다. 2017년 파리 장식미술관을 시작으로 런던, 상하이, 청두, 뉴욕, 도하, 도쿄, 리야드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한 전시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s>가 오는 7월 13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다.

DDP에 뜬 12미터 달항아리, 디올이 전시를 만드는 방식

78년의 시간이 직조한, 디올이라는 우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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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전 몽테뉴가 30번지에 설립한 디올 하우스를 재현했다. 사진 제공 Dior

전시는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이 1946년 12월, 몽테뉴가 30번지에 설립한 디올 하우스의 문 앞에서부터 시작한다. 입구에 자신의 첫 컬렉션을 선보인 호텔 파티큘리에Hotel particulier를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함께 아뜰리에로 이어지는 중앙 계단, 살롱, 디자인 스튜디오 등 공간 마다 아카이브 사진으로 78년 전 디올 하우스를 소환했다. 이번 전시는 플로렌스 뮐러Florence Müller의 큐레이션으로 구성했으며, 글로벌 건축 기업 OMA의 파트너 시게마츠 쇼헤이Shohei Shigematsu가 구상한 몰입감 넘치는 공간을 배경으로 창조적인 활기로 가득했던 디올 하우스의 역사를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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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뉴 룩.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모던하게 재해석되었는지 살펴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Dior, DDP

디올의 큰 성공을 거둔 스타일이자 패션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뉴 룩New Look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을 모던하게 재해석하고 변화시켜 왔는지 그 발자취를 따라간다. 크리스챤 디올을 중심으로 이브 생로랑, 마르크 보앙, 지안프레코 페레, 존 갈리노, 라프 시몬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까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어온 디올의 디자인 여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한국 전통 달항아리의 내부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구 형태 속에 펼쳐지는 디올 가든 존, 향수 컬렉션을 소개하는 미스 디올 존,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의 토탈 룩을 제안하는 컬러 라마 존, 거울과 흰색 모형이 가득한 디올 아뜰리에 존, 역대 크리에이터 디렉터의 작품을 조망하는 디올 레거시 존, 전 세계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재탄생한 백을 소개하는 레이디 디올 존, 피날레를 장식하는 디올 무도회 존까지 오뜨 꾸뛰르 정신을 12개의 테마 공간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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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은 수많은 스타들과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스타들이 착용한 디올의 피스들이 전시되어 있는 ‘디올과 스타들’ 존.

때로는, 수많은 디자인들을 쌓아가다 보면 비로소 하나의 흐름이 탄생한다.
그러다 문득 한 작품 앞에서 발길이 멈추고 감탄이 터져 나온다.
Oh, J’adore! 오, 완전 마음에 들어!

크리스챤 디올 Christian 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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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패션쇼의 마지막 피날레 장면처럼 구성한 ‘디올 무도회’ 존. 사진 제공 Dior, DDP


한국의 미로 수놓은 디올의 시간

이번 전시는 단순히 디올 하우스의 재현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도시의 맥락과 미감을 반영해 기획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겠다. 곳곳에 녹여진 한국의 미를 찾아보는 것도 관람의 재미를 더할 듯. 쇼헤이 시게마츠는 ‘보는 전시’에서 ‘머무는 경험’에 포커스를 두어 몰입형 전시를 설계했다. 또한 글로벌 브랜드가 어떻게 지역 문맥을 존중하고 포용하는지 로컬 감수성과의 융합을 고려했다고. 한국 전통 건축의 마당을 모티프로 둔 순환형 구조, 돔 형태의 정원, 한지 작가와의 협업, 조각보와 옻칠장을 활용한 전시 디테일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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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달항아리에 들어온 듯 거대한 돔 형태가 인상적이다. 김현주 작가의 한지 장식까지 어우러져 만발한 디올의 가든을 그려냈다.
사진 제공 Dior, DDP

먼저 안과 밖의 경계가 유연한 ‘마당’의 건축 특성을 활용해 전시 중심부에 ‘디올 가든 The Dior Garedn’ 존을 배치했다. 이곳에서 관람객이 전시를 보며 머무르고 쉴 수 있는 동시에 공간을 유기적으로 흐르게 만든다. 특히 이 장소는 달항아리 구조물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곳으로 12미터 높이의 거대한 돔이 몰입감을 배가한다. “꽃은 여성 다음으로 가장 아름답고 신성한 창조물”이라고도 이야기하는 크리스챤 디올이 자연과 꽃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작품들이 이곳에 펼쳐진다. 꽃이 만발한 가든을 연출하기 위해 한지 아티스트 김현주와 협업을 한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김현주 작가는 수많은 장인 정신이 깃든 오뜨 꾸띄르 드레스가 자연을 패션으로 승화시키듯, 한지의 다양한 질감을 탐구하여 독창적인 조각 작품을 완성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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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레거시’ 존은 한국의 장인 정신을 대표하는 조각보 커튼으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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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제이디 차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인 크리스챤 디올의 초상. 사진 제공 Dior, DDP

감각적으로 흐르는 ‘경험의 서사’를 위해 활용된 요소도 있다. 역대 크리에이터 디렉터들의 컬렉션이 한데 모아둔 ‘디올 레거시 The Dior Legacy’ 존에서는 한국의 전통 장인 정신을 대표하는 조각보 커튼을 만날 수 있다. 하나의 커튼을 지날 때마다 시대의 전환, 트랜드의 변화를 몸소 느끼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 존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한국계 캐나다 아티스트 제이디 차Zadie Xa의 신작인 크리스챤 디올의 초상을 마주한다. 그녀는 한국의 전통적인 보자기 예술에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패션 하우스의 창립자가 사랑했던 행운의 부적을 작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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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디올’ 존은 한국의 붉은 옻칠장 문양에서 영감을 받았다. 사진 제공 Dior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마련한 ‘레이디 디올 Lady Dior’ 존은 한국의 붉은 옻칠장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전시장을 입체적 모듈로 분할해 각각의 작은 조각처럼 구성했다. 디올 하우스는 브랜드의 유산을 이어가고자 2011년부터 예술적인 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2016년부터는 디올 레이디 아트Dior Lady Art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아티스트의 손길로 탄생한, 실제로 착용이 가능한 ‘레이디 디올 백’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상징적인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기법과 소재를 활용해 완성한 26점의 작품을 모았다. 이 전시 공간에서 마치 하나의 조각처럼, 시대를 잇는 장인 정신의 가치를 빛나게 한다.


주요 관람 포인트 3: 디올의 정신을 공간으로 읽다

Point 1. 뉴 룩 THE NEW L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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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Dior

전쟁의 여파로 검소함이 미덕이었던 시대, 풍성한 스커트를 만들기 위해 과도하게 소비되는 소재의 양을 과감하게 줄이고 간결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의 여성상을 표방하는 크리스챤 디올의 ‘뉴 룩’은 당시 혁신적인 스타일로 사랑받았다. 패션 역사에서 커다란 의미를 선사하는 이정표로 평가받는 이 아이코닉한 앙상블을 후계자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디자인을 계승하고 있다. 전시 공간 중앙에 자리한 ‘바’ 수트가 뉴 룩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그 옆에 현재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 버전의 뉴 룩을 볼 수 있다.

Point 2. 컬러라마 COLO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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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Dior, ⓒKyungsub Shin

크리스챤 디올은 모자에서부터 슈즈, 주얼리, 가방, 메이크업과 향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아이템에 같은 중요성을 두고 룩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토탈 룩’을 창조했다. 전시는 디올이 즐겨 사용하는 상징적인 컬러를 중심으로 크리스챤 디올이 추구하던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올 작품’을 상징하는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실제 크기의 정교한 자수 드레스를 중심으로 작은 액세서리, 뷰티 아이템까지 미니어처로 완성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Point 3. 디올 아뜰리에 The Dior Ateli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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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Dior, DDP

디올 하우스의 심장과 같은 곳이 바로 아뜰리에. 화려한 아이디어들이 숙련된 장인들의 손길을 통해 현실로 구현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모든 컬렉션은 여러 장의 스케치에서 시작하는데, 이를 통해 화이트 코튼 캔버스 소재로 완성한 모형 트왈toile을 제작한다. 여기에 자수, 깃털 등 장식 디테일이 더해지며 작품이 탄생하는 것. 즉, 고객들이 의상을 주문하면 아뜰리에에서 고객의 체형에 맞춘 완벽한 드레스를 여러 장인의 정성으로 완성한다. 이와 같은 의식은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information
<크리스챤 디올: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s>

주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아트홀 1관
전시 기간 2025.04.19 – 07.13
운영 시간 11:00-19:00(화, 수, 목, 일요일), 11:00-21:00(금, 토요일), 월요일 휴관
웹사이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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