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으로 다시 태어난 해외 건축 공간들

수영장이 된 교회부터 콘서트 홀로 변한 옛 시멘트 공장까지

교회, 원자력 발전소, 시멘트 공장 등 기존 구조물을 재활용한 해외 건축 사례를 소개한다. 공간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용도를 부여해 도시 재생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한 프로젝트를 지금 만나보자.

재활용으로 다시 태어난 해외 건축 공간들

오래 그 자리에 있던 것에서 특별한 요소를 발견한 후 지금에 맞는 적절한 쓰임을 찾아내는 공간 재활용 프로젝트들은 도시에 개성을 더한다. 길게는 한 세기 넘게 나이를 먹은 기존 구조물들의 독특한 형태를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바꾼 사례들을 소개한다.


교회에서 수영장으로, ‘홀리 워터’ 프로젝트

MVRDV Heerlen Holy Water 3 Pool and choir view
사진 출처. MVRDV

네덜란드 헤를렌에서는 1920년대에 지어진 빈 교회 건물을 수영장으로 바꾸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시 정부는 도심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MVRDV, 제크 아키텍텐(Zecc Architecten) 등과 함께 2년 전부터 사용하지 않은 성 프란치스코 아시시 교회를 공공 수영장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시는 국가 지정 기념 건축물인 교회를 활용함으로써 지역의 역사를 보존하고, 기존 공공 수영장 이용자가 점점 늘어나는 문제 역시 해결하고자 한다.

MVRDV Heerlen Holy Water 5 Restaurant colonnade
MVRDV Heerlen Holy Water 4 Restaurant view from pool
사진 출처. MVRDV

교회 본당 바닥은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수영장 바닥이 되어, 연령과 수영 실력에 따라 다양한 그룹의 시민들이 이곳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바닥을 가장 높이 올려 1층과 높이를 맞추면 보통의 건물처럼 행사 장소로 이용할 수도 있다. MVRDV는 바닥 전체에 얇게 물을 채워 물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내거나, 교회 천장의 벽돌과 스테인드글라스를 수면 위에 반사시켜 보는 환상적인 시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제시한다. 바닥 타일은 기존 교회 건물의 색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에 어울리게 디자인할 예정이다.

MVRDV Heerlen Holy Water 7 Mirror church
사진 출처. MVRDV

오래된 건물을 습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수영장과 복도, 지붕 사이는 유리벽으로 차단된다. 예배용 벤치는 수영장 안쪽에서는 이용객들의 휴식용으로, 탈의실로 향하는 복도 쪽에서는 다른 방문객들의 바 테이블로 사용된다. ‘홀리 워터Holy Water’라고 이름 붙은 이 수영장 프로젝트는 2027년 말 완성 및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냉각탑에서 테마파크로, 분더란트 칼카르

독일 칼카르에 있는 테마파크 분더란트 칼카르(Wunderland Kalkar)는 부지 전체가 원자력 발전소로 지어진 곳이다. 발전소는 1970년대에 건설하기 시작해 1980년대에 완공되었다. 그러나 운영을 앞두고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터졌고, 이에 인근 주민들이 발전소의 가동을 반대하면서 결국 문을 열지 못했다. 몇 년 후인 1991년, 네덜란드의 투자자 ‘헤니 반 데어 모스트’가 폐쇄된 부지를 매입해 테마파크로 개발했다. 실제로 가동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 방사능의 영향에 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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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underland Kalkar

모스트의 팀은 거대한 원통형의 냉각탑을 철거하는 대신, 내부에 높낮이가 달라지는 회전 그네를 설치하여 이 테마파크의 시그니처 어트랙션으로 만들었다. 탑 안쪽에서 탑승한 후 천천히 돌며 끝까지 올라가면, 58미터 높이의 정상에서 환상적인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탑 외부 벽면에는 눈 덮인 산맥 풍경을 그리고 클라이밍 시설을 설치해 재미를 더했다. 회전목마, 대관람차, 롤러코스터 등 여러 어트랙션 사이에서 탑 위로 솟아 나온 회전 그네가 돌아가는 풍경은, 테마파크가 개장한 지 35년이 된 지금까지도 분더란트 칼카르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1977년식 미니카로 만든 팝업 리스닝 바, 미니 바 미도리

1977년식 미니 클럽맨을 개조한 ‘미니 바 미도리’는 팝업 콘셉트의 이동식 리스닝 바다. 바의 오너는 리스닝 룸인 트레일러를 이끌고 도쿄 시내 곳곳을 오가면서 음악을 틀고 술과 음료를 판매한다.

때때로 다른 바의 디제이가 게스트로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과 협업도 한다. ‘어디든 사운드와 함께 가라’고 말하는 바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최근에는 미터기가 설치된 노상 주차장, 공원, 캠핑장, 츠타야 서점 주차장 등에서 팝업 영업을 했다고 소개한다.


트레일러에는 전문 사운드 엔지니어가 공간에 최적화한 시스템을 설치했다. 외부에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가 장착되어 있어 차내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한다. 영업 중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차 밖에서도 들을 수 있다. 미도리 바는 노점을 지향하며 거리에서의 만남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오너 다나카 시오리는 이 이동식 바를 통해 ‘일상 속에서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디자인 전문 매거진 Designboom에 말했다. 여행 중에는 거리에서 우연히 들려오는 음악을 따라 처음 보는 장소에 들어가고, 때로는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주로 미리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이동하기 때문에 즉흥적인 경험을 하는 일이 적다는 설명이다. 빈티지 자동차의 매력 역시 지나는 행인과 단골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타임아웃 도쿄에 따르면 바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팝업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콘서트 홀이 된 옛 시멘트 공장, 웨스트 번드 돔 아트 센터

상하이의 옛 산업 지대였던 시안은 지난 몇 년 간 재개발을 통해 예술 특구로 변모했다. 이곳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건축물 중 하나는 한 세기 전 지어진 돔 형태의 시멘트 공장 건물이다. 덴마크의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슈미트 하머 라센(Schmidt Hammer Lassen)은 이 돔 형태를 살려 공연 및 전시를 위한 이벤트 공간인 웨스트 번드 돔 아트 센터(West Bund Dome Art Center​)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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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Tian Fangfang/Schmidt Hammer Lassen

웨스트 번드 돔 아트 센터는 미술 전시, 콘서트, 댄스 공연, 스포츠 경기, 기타 문화행사까지 여러 목적의 대규모 이벤트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러 개의 출입구를 새로 만들고, 벽을 따라 2층을 만들어 관람 공간을 늘렸다. 시안 지구가 기존 건물과 신축 건물이 조화하는 신도시를 지향하는 만큼, 웨스트 번드 돔 아트 센터 역시 기존 건물의 구조를 최대한 보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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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Tian Fangfang/Schmidt Hammer Lassen

기존 철골 구조는 지역의 상징인 주황색 타워 크레인에서 영감을 받아 주황색으로 칠했으며, 보강된 부분은 회색으로 칠했다. 금속 지붕은 반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로 교체했다. 지역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디자인은, 역사를 이어가며 변화하는 도시의 서사를 전달한다. 아트 센터는 2023년 개관 후 다양한 미술 전시와 기업 행사에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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