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디자인의 오늘, 미노띠
미노띠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맥을 가장 선두에서 이어가는 가구 브랜드다.

국경의 의미가 무색해진 오늘날, 좋은 디자인을 정의하는 기준을 국적에 두는 일은 드물다. 그럼에도 ‘메이드 인 이탈리아’가 주는 힘은 여전하다. 수공예와 장인 정신에 대한 자부심, 시대를 초월한 미학을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가 이탈리아 디자인의 DNA를 계승하고 있다. 그 맥을 가장 선두에서 이어가는 브랜드가 바로 미노띠(Minotti)다. 1948 년 창립자 알베르토 미노띠(Alberto Minotti)는 이탈리아의 소도시 메다(Meda)에 작은 가구 공방을 열었다. 이 공방은 빠르게 성장해 1960년대에 이르러 기업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1990년대부터 미노띠 가문의 2세대가 가업을 물려받아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유산을 세계 각국으로 퍼뜨리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3세대도 이 여정에 합류해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미노띠를 단순히 유서 깊은 가족 기업 정도로 간주하면 곤란하다. 공간 안팎을 넘나드는 유연함이 미노띠 가구의 강점이고, 실내외를 아우르는 가구를 만들려면 그만한 기술력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창의적인 실험과 시도를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핵심 부서가 바로 1996년에 문을 연 미노띠 스튜디오다. 가구의 소재와 구조뿐 아니라 건축, 인테리어, 프로토타입, 엔지니어링에 이르기까지, 가구를 디자인하는 데 필요한 창의적 역량과 장인 기술이 이곳에서 탄생한다. 그뿐 아니다. 미노띠를 80 년 가까이 지탱해온 힘은 수많은 창작자들과 손잡기를 주저하지 않고 쇄신을 거듭해온 실험 정신에 있고, 그 정신은 세계 각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모더니즘 거장의 유산에 뿌리를 두고 1970년대 가구 디자인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도어 컬렉션도 그 일환이다. 컬렉션에 참여한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각자만의 조형 언어를 일관된 미노띠 스타일로 재정립한 점이 눈에 띈다. 1970년대 스타일이 뚜렷이 느껴지는 ‘슈퍼문(Supermoon)’은 디자이너 지암피에로 타글리아페리(Giampiero Tagliaferri)의 작품이다. 달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을 모티프로 한 등받이와 팔걸이 구조가 인상적이다. 다양한 공간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가 특징으로, 각각의 모듈이 독자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면서도 조립했을 때는 하나의 가구로 기능한다.
2024년 컬렉션의 또 다른 대표작인 ‘이브 소파(Yves Sofà)’는 엄격하면서도 섬세한 미학으로 잘 알려진 건축가 하네스 피어(Hannes Peer)가 디자인했다. 이브 소파는 소형 주거 공간과 호스피탈리티 공간에 모두 이상적인 가구다. 비대칭 솔기가 리듬감과 볼륨감을 더하고 독특한 구조의 알루미늄 다리는 일종의 건축 언어로 기능한다. 등받이가 좌석 곡선을 따라 유연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등받이와 좌석 사이에 틈을 두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디자인한 점도 돋보인다. 균형 잡힌 비대칭 구조가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데, 이는 기능성과 미학의 경계를 넘어 시대를 초월한 가구를 만들고자 하는 미노띠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이렇듯 종과 횡으로 확장 중인 미노띠의 철학은 논현동에 위치한 미노띠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 전문 기업 디옴(Di’ome)이 독점 파트너로 마련한 4 층 규모의 공간으로, 가구와 현대미술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며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다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2025년 컬렉션도 올해 말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