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디자인으로 브랜드의 명확한 인상을 만들다, 베이그BX

디자인 회사로서 지속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다

16년간 다양한 브랜드 디자인을 전개해온 베이그BX가 최근 누적 프로젝트 100개 돌파 소식을 알렸다. 삼성물산, 씨마크 호텔 등 굵직한 기업들과 작업한 베테랑이지만,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베이그BX의 장재용 실장을 만났다.

간결한 디자인으로 브랜드의 명확한 인상을 만들다, 베이그BX

베이그BX는 베이그의 브랜드 디자인 사업부로, 삼성물산의 갤럭시, 씨마크 호텔 등 굵직한 기업들의 브랜드 디자인을 담당해왔다. 자신들의 작업물이 곧 브랜드 얼굴이라는 책임감으로, 브랜드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매 순간 고민해왔다. 이를 위해 소통과 비평을 이어가며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매 프로젝트마다 ‘30년간 지속되는 디자인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온 베이그BX는 어느덧 16년 차 베테랑이 됐다. 오랜 기간 디자인 회사로서 지속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베이그BX의 이야기를 장재용 실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Interview

장재용 베이그BX 대표

매순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베이그BX를 소개해주세요.

베이그BX는 베이그의 브랜드 디자인 사업부입니다. 베이그는 두 개의 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는 제가 속한 베이그 BX이고 다른 하나는 영상 디자인 사업부인 베이그TV입니다. 베이그BX는 2008년부터 브랜드 디자인을 시작해 약 16년 간 호텔, 리테일, 가전, 와인수입사, 패션 브랜드등 여러 분야의 디자인을 담당해 왔습니다. 최근 누적 프로젝트 100개를 돌파했는데, 때마침 저희를 알릴 수 있는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어 기쁩니다.(웃음)

베이그(VEIG)라는기업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VEIG는 ‘모호한’ 이라는 뜻의 Vague의 발음기호를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특별히 이 단어를 선택한 이유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창의성은 결국 기존 틀을 깨고, 경계를 허무는 작업인데, 업역 및 표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았죠. 또 앞서 언급한 두 팀 간의 경계 없는 협업과 힘찬 시너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기업명에서부터 디자인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져요. 그렇다면 베이그BX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간결하고 명확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트렌드를 따라가거나 장식적인 요소로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은 지양하죠. 브랜드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메시지를 충실하게 담아내는데 집중합니다. 궁극적으로 저희는 브랜드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수 있는 디자인을 목표로 합니다. 브랜드 디자인은 브랜드의 시작점에 함께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30년 혹은 50년을 사용해도 변하지 않는, 그 브랜드만의 고유한 가치가 소통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디자인 스튜디오 특성상 클라이언트 요구사항이 있기 마련인데요. 디자인 철학과 요구사항의 절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저희 디자인 철학을 고집하거나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그대로 수용하는 등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경계하고 있죠. 핵심은 클라이언트와 최대한 하나가 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소통하는 겁니다. 저희는 이를 ‘동기화’라고 부르는데요.

프로젝트 초기, 과제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제공하는 자료를 계속 분석해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클라이언트 니즈를 파악하고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세워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경로를 설정하는 것과 비슷하죠. 이렇게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에요. 프로젝트 중간중간 계속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면서 방향성을 확인하고 상호 절충안을 찾아갑니다. 최상의 결과물은 결국 대화의 연속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어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베이그BX 디자인

지금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셨어요. 광범위한 영역을 소화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시는 것이 있나요?

맞아요, 베이그BX는 호텔, 골프클럽, 패션 등 다양한 업계의 브랜드와 작업을 했습니다. 꼭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고객도 있었죠. 여러 클라이언트와 함께 하면서 느꼈던 점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평생 쌓아온 경험을 몇 개월의 리서치로 따라갈 수는 없다’였습니다. 깊이로는 따라가기 역부족이었죠. 대신 넓이에 집중했습니다. 항상 세상의 흐름을 관찰하고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했어요. 디자인이라는 시각물이 사회에 작용하는 현상과 변화를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브랜드를 바라보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저희에게 작업을 의뢰한 브랜드가 고객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생각하는 것인데요.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등 최대한 사용자 입장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보려고 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자 했죠.

베이그BX가 진행한 프로젝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세요.

지금까지 수행해온 프로젝트 모두 특별한데요.(웃음) 항상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와인의 풍미를 전달하고자 했던 타니노 BI, 골프 스윙을 상징하는 나샷 BI등을 그 예로 들 수 있겠죠.

삼성물산의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와 아주양말의 리뉴얼은 브랜드의 역사성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미감을 조화롭게 담아내는 프로젝트였는데요. 40년 역사를 지닌 갤럭시의 경우 리뉴얼을 통해 남성복 시장을 이끌어온 프리미엄 가치를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시각적으로 풀어내고자 고전적인 이미지의 세리프 서체 로고타입을 심플한 형태의 산세리프 서체로 새롭게 디자인했습니다. 오랜 시간 지켜온 시각 자산은 유지하면서도 모던한 미감을 더한 것이죠. 더불어 GLXY로 축약된 표기와 유연한 그래픽 시스템을 개발하여 넓어진 고객층을 아우를수 있는 정돈된 시각 정체성을 정립하였습니다.

아주양말의 경우 역사가 더 오래되었어요. 무려 60년 전부터 양말을 생산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한국 양말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전통성을 강조하고자 ‘History of the Socks’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보조그래픽을 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하여 전통의 가치를 시각화했습니다. 로고타입 또한 유연하고 신축성 있는 양말의 물성을 부드러운 곡선이 강조된 서체로 담아냈어요. AJU라는 로고타입 자체가 양말을 상징하도록 의도했죠. 갤럭시와 아주양말, 두 프로젝트 모두 전통의 가치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성공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 작업 중 유독 인상 깊었던 순간도 있나요?

북한에 방문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아주양말 기업 아이덴티티 리뉴얼 프로젝트를 위해 생산 공장에 방문해야 했는데, 북한 개성공단에 있더군요.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뜻깊은 경험이었어요. 특히 직접 운전해서 휴전선을 넘은 순간은 아직도 강렬합니다. 현지 평양냉면의 밍밍한 맛도 생생하고요.

오랫동안 준비한 디자인이 대중에 공개됐을 때 보람이 크실 것 같아요. 특별히 성취감을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작업물을 실제로 마주할 때인 것 같아요. 도로에서 지나치는 사이니지, 행거에 걸린 옷 라벨, 핸드폰 스크린 속 저희 디자인이 등장할 때 등이요. 베이그BX가 하는 일은 결국 브랜드의 얼굴을 만드는 것인데,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오랜 시간 유지될 때 성취감을 느낍니다.

누적 프로젝트 100개를 돌파하다

베이그BX의 웹사이트를 최근에 리뉴얼하셨다고요.

맞아요. 웹사이트를 통해 베이그BX가 작업한 다양한 작업물을 공개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저희가 추구하는 간결한 디자인 철학에 맞춰 새롭게 리뉴얼도 진행했습니다. 이전의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배경을 밝고 선명한 무드로 변경했습니다. 포트폴리오 역시 가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배치했고요. About, Contact 카테고리 내 내용도 불필요한 미사여구는 걷어내고 간결하게 수정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심플하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롭게 추가된 아카이브Archive 카테고리가 눈에 띄어요.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아카이브(Archive) 카테고리를 신설했어요. 기존 워크(Work) 카테고리에는 클라이언트와 작업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면, 아카이브 카테고리에서는 자체 프로젝트를 소개할 예정이에요. 전자에서는 베이그BX만의 색깔을 온전히 보여줄 수가 없었는데, 이러한 갈증을 아카이브 콘텐츠를 통해 풀어내려고 해요. 베이그BX의 다양한 개성이 녹아있는 자체 콘텐츠를 업로드할 계획입니다.

카테고리 내 ‘100 Projects Anniversary’ 콘텐츠가 흥미로운데요. 100개의 프로젝트를 기념하는 건가요?

맞아요. 베이그BX의 16주년을 맞이한 올해, 누적 프로젝트 100개를 돌파했습니다. ‘100 Projects Anniversary’는 이렇게 뜻깊은 순간을 기념하고자 제작한 콘텐츠입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동안 우리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그동안 저희를 믿고 소중한 기회를 주신 많은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베이그BX는 단순히 브랜드의 시각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 각각의 브랜드가 고객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지 깊이 탐구합니다. 이러한 통찰을 통해 우리만의 디자인 경쟁력과 자산을 만들어왔습니다. 앞으로도 브랜드의 본질과 핵심가치를 담아내는 디자인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베이그BX가 펼쳐나갈 또 다른 ‘100개의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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