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기간이 꼭 길어야 능사는 아니다. 단 하루만 열려도 충분한 파급력을 지닐 수도 있다. 데모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진짜 모두를 위한 디자인 행사, 데모 페스티벌
2019년 네덜란드에서 시작한 데모DEMO(Design in Motion) 페스티벌은 일반 디자인 행사와 전혀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데모 페스티벌이 열리는 기간은 오직 24시간. 다만 확장된 장소성으로 짧은 기간을 상쇄한다. 보통 디자인 행사는 갤러리나 컨벤션 등 제한된 실내 공간에서 여는 반면, 이 페스티벌은 옥외 미디어로 모션 디자인 작품을 송출해 누구나 이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말 그대로 모두에게 열린 디자인 페스티벌인 것이다.
행사를 주최하는 곳은 네덜란드 디자인 전문 회사, 스튜디오 둠바르/뎁트Dumbar/ DEPT®(이하 둠바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모션 디자인을 연구하던 이들은 뛰어난 작업물이 인스타그램 상에서 일부 디자이너에게만 노출된다는 사실에 문제 의식을 느꼈다. 이때 눈에 들어온 것이 옥외 미디어였다. 네덜란드 최대의 옥외 미디어 운영 기업 ‘글로벌Global’의 후원을 받아 둠바르는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페스티벌을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공공장소에서 손쉽게 작품을 볼 수 있게 한 점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2022년, 2025년에 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규모를 늘려나갔다.
올해 1월 30일에는 네덜란드의 주요 도시 다섯 곳뿐 아니라 함부르크, 마드리드, 밴쿠버 등 7개국 15개 도시에서 동시에 행사를 열었다. 특히 올해는 밴쿠버의 크리에이티브 그룹 ‘크로마 링크 컬렉티브Chroma Link Collective’가 현지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직접 큐레이션하는 등 새로운 협업 가능성도 보여줬다. 참여 디자이너와 작품의 수도 늘어났다. 올해는 총 92개국에서 디자이너 1932명이 출품한 작품 5334점 가운데 600점이 선정되었다. 작품들은 기차역, 공항, 쇼핑몰 등 다양한 공공장소와 대규모 상업 공간에 전시했다. 둠바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자 에네베이스Liza Enebeis는 “7개국에서만 행사를 열었으니 갈 길이 멀다”라고 겸손히 말했지만, 그 말에선 동시에 더 넓은 무대로 확장하고자 하는 야심도 느껴졌다. 2027년에 열릴 다음 페스티벌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자 에네베이스 스튜디오 둠바르/뎁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리는 모션 디자인을 통해 대중에게 영감을 선사하고, 공공 공간의 가치를 높이고자 한다. 스튜디오 안에 있던 디자인을 거리로 불러냈으며, 창의성과 다양성에 기반한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모션 디자인도 발전하고, 데모 페스티벌도 발전을 거듭한다. 매년 도전에 앞장서고 영향력을 확대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기간 1월 30일 장소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브뤼셀, 밴쿠버 등 7개국 15개 도시 주최·주관 스튜디오 둠바르/뎁트 웹사이트demofestiv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