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엮는 상생의 비전, 나타샤 카렐라 두바이 디자인 위크 디렉터

디자인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서구권이 아닌, 변방의 디자인 행사로서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는 두바이 디자인 위크의 사례는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디자인으로 엮는 상생의 비전, 나타샤 카렐라 두바이 디자인 위크 디렉터

탈석유를 꿈꾸는 두바이의 도시 정책이 창의 산업 육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바이 디자인 위크도 이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행사 초기에는 지금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현지 커뮤니티는 미미했고 브랜드와 기관의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해외의 미학을 맹목적으로 따르던 시기도 있었지만, 묵묵한 행보를 이어가며 차츰 자기다움이 행사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다. 비록 문화나 환경은 다르지만, 디자인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서구권이 아닌 변방의 디자인 행사로서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두바이 디자인 위크의 사례는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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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사회·문화적 영향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요 예술 및 디자인 기관에서 전문성을 발휘해왔다. 국제 아트 페어 아트 두바이, UAE의 문화 인큐베이터 타슈킬Tashkeel, 두바이 디자인 지구의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세계 각국의 인재들을 지원한 것. 2023년 두바이 디자인 위크 디렉터로 부임한 이래 로컬 창의 생태계를 견고히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dubaidesignweek.ae
다가오는 행사에 대한 질문에 앞서, 올해 아랍에미리트(UAE)가 선포한 ‘UAE 공동체의 해’에 대해
묻고 싶다. 올해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도 영향을 미칠까?

UAE 공동체의 해 슬로건 ‘손에 손잡고(Hand in Hand)’는 화합과 상생의 장을 만들어가려는 국가적 의지를 보여준다. 올해 두바이 디자인 위크도 이에 발맞춰 디자인이 어떻게 지역, 세대, 분야를 초월해 사람들을 결속시킬지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 디자인을 업계 관계자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닌, 일상의 한 부분으로 누구나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문화적 연결 고리이자 사회적 도구로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디자이너의 작업 과정 전반에 AI 같은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동시에 정교한 장인 정신과 슬로 디자인의 가치를 부각하면서 상반되어 보이는 두 영역 간의 조화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디자인, 건축, 예술을 포괄하는 프로그램 구성이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익히 알려진 유럽의 디자인 위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UAE 현지인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가 크다.

현지 인재를 양성하고 홍보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의 주된 임무다. 지역색 짙은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장내 전시인 ‘다운타운 디자인Downtown Design’ 내 2개의 특별 부스를 둘러볼 것을 권한다. 다학제적 디자이너가 함께 선보이는 〈UAE 디자이너 전시 6.0〉은 현지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젊은 디자이너, 제작자, 독립 스튜디오가 스스로 인지도를 높이고 청중의 피드백을 받으며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다. 〈타슈킬의 탄윈〉전은 UAE의 디자인 미학을 정의하는 데 기여하는 디자인 신제품을 론칭하는 무대다.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었던 UAE만의 디자인을 만나고 싶다면 그곳으로 향하길 바란다.

올해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를 미리 귀띔해줄 수 있나?

역대 가장 큰 규모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UAE만의 이벤트를 넘어 전 세계의 창작자들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오픈 콜과 파트너십 체결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장외 전시는 일명 d3로 불리는 두바이 디자인 지구 전역에서 펼쳐진다. 그중 우수 디자이너를 초청하는 상징적인 전시인 〈아브와브Abwab〉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전시 주제는 ‘인 더 디테일스In the Details’로, 장식주의의 가치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장식주의는 한때 서구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종종 경박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치부되곤 했다. 이번 전시는 장식주의의 진가를 조명하려는 움직임으로, 섬세함의 가치를 재해석하며 독창적인 미학적 발견을 도모하고자 한다. 의식적인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어번 커미션스Urban Commissions〉전은 여러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안뜰의 공간 유형에 주목하는 건축적 탐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외에도 영국왕립건축가협회 걸프 지부의 건축전, 지속 가능성과 재료 혁신에 관한 세션과 강연,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워크숍과 마스터 클래스까지 폭넓은 청중을 아우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부스들은 해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브랜드의 참여가 미미했다는 점은 아쉽다.

그렇다. 한국과 동아시아의 중요성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으며 참여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광범위한 권역으로 구성된 아시아의 특성상 국가마다 신중하고 장기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가령 올해부터는 〈아브와브〉전의 참가 자격 요건이 서남아시아·북아프리카의 실무자에서 동아시아 및 아프리카 대륙 전체로 확대된다. 두바이 디자인 위크를 총괄하는 아트 두바이 그룹의 큐레이션 부문 전무이사로 호주 출신의 알렉시 글라스칸토르Alexie Glass-Kantor를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아트 바젤 홍콩의 특별 세션인 인카운터스Encounters를 오랫동안 이끈 장본인으로, 서울시립미술관과 아트선재센터를 비롯한 동아시아 기관과도 협업하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2018 Installations Aglow by Liz West for Nemozena
비주얼 아티스트 리즈 웨스트Liz West의 컬러풀 아크릴 작품 ‘어글로Aglow’.
축제의 다양성을 증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디자인 위크는 본질적으로 공동체를 결집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기 위한 자리이고,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을 탐구하는 공통된 목적을 지닌다. 그러한 가운데 두바이 디자인 위크만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차이는 늘 작은 부분에서 비롯된다. 두바이 디자인 위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적 배경에 뿌리를 둔 큐레이션이다. 비서구권 커뮤니티와 시장을 조명하면서, 때로는 글로벌 관점에서 눈에 덜 띄거나 과소평가된 지역의 복합적 면모를 온전히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일반적 시각이나 거시적 담론으로는 특정 문화나 그 안에 내재된 다면성을 제대로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각 문화권마다 미묘한 차이를 세밀하게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둔다. 물론 우리는 모든 디자인 위크를 존중하며, 경쟁이 아닌 협력에 의의를 둔다. 공동의 목표를 공고히 하는 크로스 플랫폼으로서 디자인 분야의 진정한 교류를 고대한다.

개인의 고유성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철학은 두바이의 지리적 위치와 인구의 90% 이상이 외국인인
개방적인 환경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이것이 두바이 디자인 위크의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보나?

두바이의 독특한 문화적, 지리적, 경제적 위상은 국경과 산업을 넘나드는 협업을 촉진하며 세계적인 공감대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UAE와 주변 국가들에서는 전방위적인 개발, 경제 다각화, 그리고 창의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이는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 체험형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막대한 수요를 창출한다. 유동적인 환경에서 두바이의 민첩성은 트렌드에 발맞춰 인프라를 신속하게 마련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오늘날 두바이는 새로운 활로를 발굴하려는 디자이너, 브랜드, 기관에게 이상적인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 합류하고 싶은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디자이너든 수집가든 학생이든, 혹은 단순히 디자인 신에 관심이 있는 개인이든 상관없다. 이곳에서는 누구든 디자인으로 교감하고 호기심을 충족하며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올해 두바이 디자인 위크에 참가하고 싶은 디자이너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신청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아브와브〉전과 〈어번 커미션스〉전은 7월 7일까지, 그 외는 프로그램에 따라 7월 말과 8월 중순까지 참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아울러 두바이 디자인 위크뿐 아니라 무역 박람회 ‘다운타운 디자인’과 중동 유일의 컬렉터블 아트 & 디자인 쇼 ‘에디션스Editions’도 눈여겨봐주길 바란다. 에디션스는 6월부터 공개 모집을 시작했으니 많은 관심 가져달라.

2019 Abwab India Pavilion Qissa Ghar by The Busride Studio 1
2019년 〈아브와브〉전에서 버스라이드 디자인 스튜디오의 인도 파빌리온을 소개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5호(2025.07)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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