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회를 향한 디자이너의 염원,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는 디자인의 근원적 역할을 돌아보는 자리다. 전 지구적 현안에 대해 내 일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디자이너들의 목소리가 올해 비엔날레에서도 울려 퍼졌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디자이너의 염원,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

21세기에 일어날 것이라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내가 아닌 ‘우리’를 외치고, 전 지구적 현안에 대해 내 일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있다.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는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과 소명을 촉구하는 디자이너들이 해를 걸러 모이는 자리다.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사회와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2016년에 시작했다. 런던의 유서 깊은 건축물인 서머싯 하우스Somerset House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매번 새로운 예술감독과 주제를 선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이는 변화하는 세계에 발맞춰 초국가적으로 교류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나누기 위함이다. 2003년에 출범한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이 도시 전역을 무대로 디자인 행사를 선보이는 축제의 성격을 띤다면,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는 동시대에 당면한 글로벌 이슈의 해결 방법을 모색하며 디자인의 근원적 역할을 돌아보는 자리에 가깝다.

지난 6월 5일에 막을 올린 제5회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에서는 아르헨티나, 중국, 칠레를 비롯한 국가관을 위시해 도시 연합, 기관, 단체 등 다양한 디자인 공동체가 선보인 35개의 파빌리온을 살펴볼 수 있었다. 올해 예술감독을 맡은 패션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 새뮤얼 로스Samuel Ross는 ‘표면의 숙고(Surface Reflections)’를 주제로 선정했다. 평소 디자인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그는 이번 행사를 통해 인간의 내적 경험과 외적 영향의 상호작용을 고찰해볼 것을 제안했다.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디자인적 사고와 창의적인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공동의 노력을 일깨우려 노력한 점이 돋보였다. 시급한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인적 고찰은 헤리티지, 정체성, 기억, 죽음, 생태, 혁신 등 다채로운 주제로 뻗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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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파빌리온. 사진 ©Oman, London Design Biennale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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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파빌리온. 사진 ©Malta, London Design Biennale 2025

35개의 파빌리온 중 최우수 메달 수상이라는 영광을 안은 곳은 ‘몰타 파빌리온’이다. 이곳에서 열린 음향 오브제 전시 〈Urna〉는 죽은 이를 추모하는 새로운 의례를 선보이며 관람객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주제를 가장 훌륭하게 해석한 팀에게 수여하는 테마 메달은 ‘기다림’이라는 행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폴란드에 돌아갔고, 베스트 디자인 메달을 수상한 ‘오만 파빌리온’은 빛과 조형물이 어우러진 공간을 통해 보존과 생존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3일간 이어진 글로벌 디자인 포럼에는 구마 겐고를 비롯한 글로벌 디자인 석학들이 참여했으며 워크숍과 네트워킹의 자리도 마련되었다. 시대에 발맞춘 디자인 솔루션을 찾으려는 시도는 보다 공정하고 사려 깊은, 그리고 긴밀하게 연결된 세계를 향한 발걸음일 것이다. 올해 런던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반복적으로 이야기했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우리의 염원’은 경계를 넘어 유대하고 연결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5호(2025.07)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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