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이 ‘달리기’를 바라보는 인문학적 관점

생각이 많을 땐, 운동화 끈을 질끈 묶고 밖으로 나갈 것

피크닉의 열 번째 기획전 〈달리기 :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달리기를 사랑하는 러너라면 절대 놓쳐선 안 될 전시.

피크닉이 ‘달리기’를 바라보는 인문학적 관점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달려가면서 그저 달리려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원칙적으로 공백 속을 달리고 있다. 거꾸로 말해 공백을 달리고 있다, 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인간에게 달리는 행위는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멋진 일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웹툰 작가 기안84의 마라톤 완주 스토리가 전해지며 많은 이들에게 ‘달리기’는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한 운동이며 나아가 자기 자신에게 내미는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음을 각인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지 제공: 피크닉 piknic

2024 파리 올림픽까지 앞두고 스포츠에 대한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요즘, 피크닉이 달리기를 주제로 한 전시 <달리기 :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를 선보인다. 20세기 스포츠 영웅이자 체코 민주화 인사였던 에밀 자토펙(Emil Zátopek)의 어록으로부터 따 온 전시 타이틀. 날아가는 새에게 날개가 있고 헤엄치는 물고기에게 지느러미가 있듯, 달리기는 두 다리를 가진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라 말한다. 에밀 자토펙은 ‘인터벌 트레이닝’을 만든 사람으로 달리기의 불모지였던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이자 홀로 독창적인 훈련법을 고안해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인물이다. 전시장에서는 그가 달리기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데, 특유의 찡그린 얼굴과 치열하게 휘젓는 팔이 오래도록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다.

모든 운동의 기본이자 출발인 달리기의 의미와 매력을 새롭게 각인시킬 수 있는 전시로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과 문헌, 영상 자료 등을 통해 현대인과 달리기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특히 이번 전시의 후원은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 속에 러닝 그리고 스초프에 대한 영감을 선사하고자 하는 나이키가 함께해 특별한 체험존과 이벤트로 꾸려졌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에밀 자토펙(Emil Zátopek)

네 가지 테마

늘 그랬듯 피크닉은 이번 전시를 통해 ‘달리기’라는 인간의 행위를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해부해 펼쳐 보였다. 그렇게 선보인 네 개의 큰 주제는 ‘몸’, ‘러너들’, ‘연습과 훈련’, ‘출발선’. 인체에 대한 해부학적 접근으로 방대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조각가 이형구를 비롯해, 시선을 강탈하는 가설 건축으로 도시 미관을 바꾸는 베를린 건축 그룹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Plastique Fantastique), 역동적인 키네틱 아트를 통해 스타로 부상한 스위스 설치미술가 지문(Zimoun), 현대무용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트프로젝트보라와 작곡가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 등 다양한 예술가의 작업이 ‘달리기’라는 화두 아래 새롭게 해석된다.

특히 지난해 시카고 마라톤 완주에도 성공했던 배우 겸 사진가 류준열을 비롯해, 100회 이상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던 아티스트 노보(Novo), 고립된 상태에서의 단련 경험을 작품으로 승화한 루시 맥래(Lucy McRae) 등, 자신의 삶 속에서 달리기를 실천해온 작가들의 자기고백적 작품들이 눈에 띈다. 자토펙과 손기정을 비롯해 인류 최초로 마라톤 2시간의 벽을 깬 엘리우드 킵초게 등 달리기와 관련된 흥미로운 인물들의 일화도 함께 소개한다.

I. 인간은 달리기 위해 진화해왔다.

달리기와 예술 활동은 정신과 육체가 하나 된 몰입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달리기의 흔적과 그 기록을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러너들의 경험을 공유한다. 인간이 달리기를 하면서 쓰는 신체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해부해 표현한 이형구 작가의 작품. 관람객 스스로 ‘내가 달리기를 할 때 신체 자세가 어떻지?’ ‘달리기를 할 때는 온몸의 근육을 사용하는구나’ 등 익숙하게 여겨왔던 자신의 신체에 깨달음을 얻게 한다.

이형구 Lee Hyungkoo 〈호모 푸각스 Homo Fugax〉 | 한국
인류가 더 잘 달리기 위해서 어떤 생물학적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상상력을 표현한 작품
이미지 제공: 피크닉 piknic
파슨스&찰스워스 Parsons & Charlesworth 〈행복의 형태〉 | 미국
달리기를 할 때 분비되어 행복감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퍼즐 형태로 가시화한 작품
이미지 제공: 피크닉 piknic

II. 러너들

달리기와 예술 활동은 정신과 육체가 하나 된 몰입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달리기의 흔적과 그 기록을 담아낸 작품들을 통해 러너들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한다. 데이터를 활용해 완성한 셰린 파드의 작품은 인간이 달리기하는 궤적을 GPS로 추적한 것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셰린 파드 Cherine Fahd 〈데이터 드로잉 Data Drawing〉 | 호주
지도에 표시되는 GPS 데이터를 아날로그적인 드로잉으로 재해석한 작품
이미지 제공: 피크닉 piknic
노보 Novo 〈모어 호프 런 More Hope Run〉 | 한국
베를린 마라톤에 참가한 당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손에 쥐고 달렸던 초콜릿 바를 표현한 작품
이미지 제공: 피크닉 piknic

III. 리듬과 페이스, 연습과 훈련

달리기가 제 궤도에 오르면 의식하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팔다리와 심장박동, 호흡이 서로를 수렴하며 일치된 움직임을 만든다. 무수히 반복되는 연습과 훈련의 통해 최상의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루시 맥래 Lucy McRae 〈고립 연구소 Institute of Isolation〉 | 미국
극한의 고립 상태가 인간의 회복력을 훈련하는
관문이 될 수 있을지 시험하는 관찰 다큐멘터리
이미지 제공: 피크닉 piknic

IV. 지면을 딛고 나아가다

무릇 달리기라는 것을 할 때 첫발을 내딛는 순간, 의심과 망설임이 개입할 여지없이 마법처럼 다음 발이 앞을 향해 나간다. 다음, 또 그다음 발걸음을 옮기며 달려가는 인간의 행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공간. 지문(Zimoun) 작가의 골판지로 제작한 88개의 DC모터 설치물을 통해 서로 다른 리듬이 만드는 굉장한 비주얼과 사운드에 압도당한다. 또한 밤 산책길에 만난 땅 위에 종이를 대고 압력을 가해 프로타주 기법으로 완성한 흑백 드로잉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지문 Zimoun 〈88개의 DC 모터, 코튼 볼, 골판지 상자 60×60×60cm〉| 스위스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달리는 듯한 진동이 느껴지는, 작은 공이 판재에 부딪히며 툭탁거리는 소리를 중첩시킨 설치 작품
이미지 제공: 피크닉 piknic
강동주 Kang Doongju 〈밤 산책 Night Walks〉 | 한국
밤 산책을 나가 무작위로 선택한 땅 위에 종이를 대고 압력을 가해 프로타주 기법으로 만든 흑백 드로잉 연작
이미지 제공: 피크닉 piknic

나이키와 함께 즐기는 전시

‘달리기’라는 실천적인 전시 주제에 맞춰, 피크닉 별관 러너스 라운지(runner’s lounge)에서는 러너들을 위한 물품 보관과 슈케어 등 관람 후 달리기를 체험할 수 있는 편의가 제공된다. 나이키는 혁신적인 제품, 경험, 서비스 등 러너에게 필요한 전반적인 영역의 지원을 통해 모든 러너들과 계속해서 연결되며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전시 기간 동안에는 러너와 더욱 가깝게 교류하기 위해 전문 러닝 코치의 주도 아래 매월 새로운 콘셉트로 서울의 다양한 러닝 코스를 체험하는 ‘그룹 런’ 프로그램이 격주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러닝과 관련된 크고 작은 이벤트가 함께 열릴 예정이니 달리기를 사랑하는 러너들이라면 주의 깊게 살펴보길.

특히 이번 전시 후원을 맡은 나이키와 피크닉의 공동 주최로 서울의 다양한 러닝 코스를 체험해 보는 ‘그룹 런’ 행사가 격주로 개최된다. 전시에는 달리면서 감상하는 체험형 작품들이 있어 가급적 운동화 착용을 권장하며, 나이키 제품 착용자에게는 20%의 티켓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고. 달리기를 사랑하는 러너들이라면 반드시 관람해야 할 전시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