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젠 디자인>에서 만난 미래를 위한 디자인 아이디어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제안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 디자인 해법
‘넥스트 젠 디자인’은 유럽 주요 도시의 디자인 기관이 함께하는 3년간의 국제 프로젝트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청년 디자이너들의 창작을 지원한다. 공모전, 멘토링,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현실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 해법을 모색한다.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환경 오염으로 인한 기후 변화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무척이나 심각한 상황이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홍수, 가뭄, 태풍 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전 지구적 기후 비상사태 속에서 수백만 명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와 같은 청년 주도의 혁신이 지닌 잠재력을 인식한 5개의 주요 유럽 디자인 플랫폼과 연례 페스티벌들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새로운 관점을 모색하며, 디자인 프로그램이자 공모전인 ‘넥스트 젠 디자인(Next Gen Design)’을 공동 기획해 선보였다.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의 ‘스코페 디자인 위크(Skopje Design Week)’,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미케르 페스티벌(Mikser Festival)’,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디자인 오스트리아(Design Austri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왓 디자인 캔 두(What Design Can Do)’, 그리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바르셀로나 디자인 위크(Barcelona Design Week)’가 함께 하는 넥스트 젠 디자인은 유럽 전역에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넥스트 젠 디자인은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의 목표에 맞춰 디자이너와 소비자의 책임에 대한 인식을 높이며,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현실과 디지털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이벤트를 통해 디자인 페스티벌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려 참가자들의 참여와 인지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처럼 청년 주도의 혁신과 국경을 초월한 디자인 분야의 협력이 모여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유럽의 주요 디자인 단체가 모여서 만든 공모전 겸 디자인 프로젝트라는 점도 인상적이지만, 더욱 주목할 점은 이 프로젝트가 무려 3년에 걸쳐 설문조사, 디자인 공모전, 다양한 이벤트를 연이어 진행한다는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는 일정이지만, 오히려 이러한 시간을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금 느릴 수 있지만 지속가능성을 신중히 연구하고 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프로젝트기에 전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공모전 수상자가 그저 상패와 상금만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수상자들은 전문 멘토링을 제공받고, 국제 디자인 네트워크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 동시에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청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작품이 유럽 주요 디자인 행사에서 순회 전시되는 영광도 누릴 수 있다. 디자인을 통해 사회 전반, 나아가 전 세계에 환경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23년 12월에 시작된 이번 넥스트 젠 디자인 프로젝트는 2026년 12월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두 차례의 공모전이 진행되며, 이후 홈페이지와 디자인 페스티벌을 통해 수상작 전시가 이루어진다.

이런 흐름에 따라 첫 번째 공모전 수상자가 발표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넥스트 젠 디자인 2025’ 공모전의 주제는 “내일을 오늘, 다시 디자인하다Redesign Tomorrow, Today”이었으며 유럽 29개국에서 200개 이상의 작품이 접수되어 차세대 변화를 이끄는 이들의 놀라운 창의성과 혁신, 그리고 비전을 엿볼 수 있었다. 이어 국제 심사위원단의 엄격한 심사 끝에 52개의 우수 프로젝트가 최종 선정되었다. 이중 눈길을 끄는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소개한다.
오줌 비누
아서 기예미노(Arthur Guilleminot), 네덜란드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한 폐기물로 만들어진 재생비누


노폐물로만 여겼던 오줌의 고정관념을 깨는 이 시도는 더러움과 청결이라는 이분법적 개념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탄생했다. 프로젝트에서는 소변, 폐식용유, 나무 재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한 폐기물을 비누로 전환하여 폐기물 관리, 지속가능성, 그리고 사회 참여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또한 질소 함량이 높은 소변을 재활용하고, 수질 오염과 기존 비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줄임으로써 환경적 영향을 직접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데브리스 로어
다이애나 갈린도(Diana Galindo), 영국
폐기물의 양과 종류를 기록할 수 있도록 돕는 앱

2030년까지 약 5,300만 톤의 폐기물이 수생태계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염의 영향은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환경 오염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나서서 해변 청소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다이애나 갈린도가 제작한 앱은 자원봉사자들이 해양 폐기물을 더욱 효과적으로 기록하고 분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플라스틱, 판지, 금속 등의 재질을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해양 오염 문제 해결에 대한 지역 사회의 인식, 교육, 참여를 증진할 수 있게 한다.
패뷸러스 풍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재생컬러
일세 크레머(Ilse Kremer), 네덜란드
지속 가능한 섬유 염색을 위한 균류 기반 염료



환경 오염을 심화시키는 섬유 산업에서 합성염료는 수질 오염, 자원 고갈, 유독성 폐기물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세 크레머가 개발한 ‘패뷸러스 풍기’는 균류 기반의 바이오 염료로, 생분해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를 통해 의류 업체는 퇴비화 가능한 섬유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지속 가능한 패션 실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 지속 가능한 염료는 유해 화학물질과 물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순환형 패션을 촉진하고 지역 생산을 장려함으로써 패션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끄는 선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카라
얀-엘리아스 크론베르거(Jan-Elias Kronberger), 오스트리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식용 스푼



이 프로젝트는 두부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콩 부산물인 ‘오카라(Okara)’를 활용한 아이디어다. 이 스푼은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를 대체하는 동시에 요구르트나 아이스크림과 같은 음식의 단맛을 자연스럽게 높여 설탕의 필요성을 줄인다. 지속 가능성과 건강한 식습관을 높일 수 있는 식기를 통해 환경 및 공중 보건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확장 가능한 순환 경제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테라 미라
잔 베곤-루르(Jeanne Begon-Lours, 루시 데인-윌리엄스 Lucy Dain-Williams, 영국
화석 연료 기반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순환형 소재

패션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는 엘라스테인(Elastane)*스판덱스은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제조된다. 문제는 이 소재의 생산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미세 플라스틱이 배출되어 재활용 시스템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생산에 관여하는 노동자들이 유해 화학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테라 미라는 이처럼 인간, 자연환경, 지역 사회 모두에 악영향을 미치는 소재의 대안이다. 해초에서 추출한 순환형 무독성 섬유로 대체하여 석유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며,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방지하고자 한다. 무독성, 고성능, 기존 제조 공정과 호환되는 지속 가능한 순환형 해결 방안을 통해 업계 전반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소노
콘스탄틴 디엘(Konstantin Diehl), 독일
환경 모니터링을 위한 생체 음향 센서 장치


불법 벌목, 밀렵, 기후 변화로 인한 종 멸종과 같은 문제는 효율적인 개입을 위한 데이터 기반 분석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접근이 어려운 외곽 지역에서 데이터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설계가 실현 가능한 운영 시스템에 통합되어야 한다. 생체 음향 감지 장치인 ‘소노’는 중요한 환경 및 생물 다양성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과학자와 자원봉사자 간의 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환경 보호에 효과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리턴
라레 크냅(Lale Knapp), 넬레 오트젠스(Nele Oetjens), 독일
지속 가능한 장례 문화를 제안하는 디자인

현재 전 세계의 장례 문화는 지속가능성을 간과한 채 구시대적인 전통과 보수적인 관행을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리턴’은 이러한 기존 방식을 재해석해, 자연을 존중하는 새로운 장례 문화를 제안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다. 밀폐된 관을 없애 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생분해성 양모 수의와 균사체를 활용하여 토양 오염을 유발하는 대신 분해를 촉진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만든다. 이 프로젝트는 순환성과 자원 효율성을 높이며, 지속 가능한 장례 문화를 향한 지역 사회 중심의 변화를 이끌고자 한다.
플로브디프의 그린 북
나데즈다 카리도바(Nadezhda Karidova), 미하엘라 안젤로바(Mihaela Angelova), 파벨 파블로프(Pavel Pavlov), 소피아 페트로바(Sofia Petrova), 불가리아
커뮤니티 주도 도시 친환경 챌린지


도시 속 생활은 종종 자연을 보호하기보다는 훼손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곤 한다. ‘플로브디프의 그린 북’은 52가지 주간 에코 챌린지를 담은 그림책으로, 스토리텔링과 게임화된 학습을 결합하여 즐거운 생태 생활을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호소에 있는 개들과 산책하는 것부터 창문에서 나무를 관찰하거나 맨발로 잔디밭을 걷는 것과 같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52개의 주간 과제가 담겨 있는 이 책은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할 수 있는 포용적이고 접근성 높은 방법을 제시한다. 나아가 호기심과 지역 사회 활동 참여를 바탕으로 더욱 푸르고 지속 가능한 도시 생활을 장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