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디자인’은 어떻게 몸과 문화를 바꿔왔을까?
<스플래시! 수영과 스타일의 세기>전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스플래시! 수영과 스타일의 세기>전시가 열리고 있다. 2025년 3월 28일부터 오는 8월 17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지난 100년간 수영복과 수영 문화의 변화를 사회적‧문화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리도 붐, 베이워치, 머메이드 코어에 이르기까지 200여 점의 오브제를 통해 디자인이 몸, 여가, 정체성을 어떻게 바꾸어왔는지를 보여준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독특한 수영 관련 전시회에서 90년대 섹시 아이콘 배우 파멜라 앤더슨의 ‘베이워치’ 속 감각적인 빨간 수영복과 눈길을 사로잡는 80년대 남성용 스피도 컬렉션이 스타 아이템으로 공개되고 있다.


<스플래시! 수영과 스타일의 세기>라는 제목을 가진 이번 전시에서는 20세기 초 영국의 리도 붐부터 2020년대의 머메이드 코어 트렌드까지 지난 100년 동안 물에 대한 우리의 지속적인 사랑을 살펴본다. 유럽 전역의 50여 개 대여 기관에서 제공한 총 200여 점의 오브제가 전시되어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환경적 맥락에서 수영의 진화를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되는 주목할 만한 아이템으로는 금지된 ‘기술 도핑’이 적용된 LZR 레이서 수영복, 가장 오래된 비키니 중 하나,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2012 런던 아쿠아틱스 센터의 상세 건축 모형 등이 있다. 또한 가장 오래된 유물 중 하나는 수영 선수 루시 모튼에게 수여된 올림픽 금메달이다. 모튼은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평영 200m 우승을 차지하며 영국 여성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우승을 차지한 선수다.


수영장, 리도, 자연 등 우리가 수영을 하는 세 가지 장소를 반영하는 세 개의 심층 섹션으로 구성된 이 전시에서는 물속과 물가에서 수영과 우리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꼼꼼하게 다룬다. 관람객들은 스포츠 퍼포먼스와 패션, 건축에 이르기까지 수영 디자인의 모든 스펙트럼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의 이야기는 빅토리아 시대의 목욕에 대한 선호가 아닌 수영을 위한 수영복이 판매되기 시작하고 해변 휴가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1920년대부터 시작된다. 수영이 신체 자율성과 주체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전복시키는지 등 현대 생활에서 수영의 역할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수영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한 스포츠 이야기 그 이상입니다. 새로운 전시를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듯이 말입니다. 디자인이라는 렌즈를 통해 수영 문화를 살펴봄으로써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살아온 방식에 대한 다양한 진화하는 아이디어를 재료와 제작부터 레저, 여행, 공연, 웰빙, 환경에 이르기까지 탐구할 것입니다. 디자인 뮤지엄 방문객들에게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디자인이 미치는 심오한 영향을 보여줄 또 하나의 혁신적인 전시가 될 것입니다.
디자인 뮤지엄의 디렉터 겸 CEO 팀 말로우


전시 하이라이트 오브제를 꼽자면, 1990년대 전성기에 주간 시청자 수가 11억 명에 달했던 미국 TV 시리즈 베이워치에서 배우 파멜라 앤더슨(상징적인 캐릭터 CJ 파커 역)이 입었던 빨간색 수영복이다. 이 수영복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수영복이라고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1992~97년 앤더슨이 쇼에 출연할 당시 입었던 수영복의 실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 수영복은 앤더슨의 공동 출연자인 데이비드 하셀호프와 올-아메리칸 텔레비전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2023년에 인수한 최초의 국제 수영복 및 목욕 문화 박물관인 독일의 비키니아트뮤지엄에서 런던의 디자인 박물관으로 대여할 예정이다.
베이워치의 수영 의상은 남부 캘리포니아의 실제 안전요원들이 입는 수영복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배우들은 각자의 신체 비율에 맞게 특별히 조정된 의상을 입었다. 베이워치의 인기로 원피스는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파멜라 앤더슨과 쇼의 대명사가 되었다. 시리즈의 시그니처 비주얼이 된 앤더슨의 슬로우 모션 달리기 장면에 자주 등장하면서 그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전시는 독일 바트 라펜나우에 있는 비키니아트뮤지엄에서 가장 오래된 비키니 중 하나를 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피스 수영복은 1946년 7월 프랑스 디자이너 루이 레아르가 파리의 몰리토르 수영장에서 배꼽이 드러나는 디자인을 선보이면서 비키니로 처음 불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핵실험 폭발 장소인 비키니 아톨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레아르의 첫 번째 비키니 디자인은 신문지를 사용했으며, 1951년에 제작된 가장 초기의 비키니 디자인 중 하나가 전시된다.

남성용 수영복의 진화도 전시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가장 오래된 전시품 중 하나는 1933년 부크타 라벨로 제작된 줄무늬 모직 수영복으로,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의 웨스트민스터 남성복 아카이브에서 대여해 전시된다. 그러나 가장 눈길을 끄는 남성용 아이템으로 198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스피도 브리프(현재는 ‘스피도’로만 알려져 있음) 10점이 공개된다.
피터 트래비스는 1960년대에 스피도 브리프를 처음 디자인한 디자이너로, 그의 디자인은 남성의 형태를 근본적으로 기념하는 것이었다. 많은 방문객들은 전시된 스피도 브리프를 통해 수십 년에 걸친 패션의 변화와 스피도가 밝고 대담하며 때로는 화려한 색상을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해진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 퍼포먼스를 위한 수영복의 이야기는 전시의 다른 여러 품목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섬유 기술의 발전을 살펴보고, 속도 향상을 위해 디자인된 Y자형 등판의 1930년대 모직 잔첸 수영복과 올림픽 챔피언 수영 선수 주디 그린햄(올림픽에서 영국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두 번째 여성 선수)과 함께 디자인한 브리 나일론 소재의 1960년대 수영복 등 혁신적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LZR 레이서 수영복의 예시도 전시된다. LZR 레이서는 스피도가 NASA 및 호주 스포츠 연구소와 협력하여 개발한 고기능성 수영복이다. 2008년에 출시된 이 제품은 수영 선수들에게 속도, 부력, 항력 감소에 있어 상당한 이점을 제공함으로써 경쟁 수영에 혁명을 일으켰다.
하지만 출시 첫해에 이 수트를 입은 선수들이 세계 신기록 108개 중 79개를 경신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수영복 착용 선수들이 금메달의 94%를 획득하자, 2010년 세계 수영연맹인 FINA는 이 수트의 장점이 ‘기술적 도핑’으로 간주되어 모든 대회에서 사용을 금지했다.
한편, 수영의 건축물도 집중 조명한다. 이 전시에서는 1935년 펜잔스에 문을 연 특이한 삼각형 모양으로 유명한 주빌리 풀을 선보인다. 방문객들은 영국 최초의 지열을 이용한 해수 수영장으로 일 년 내내 난방을 하는 등 지역 커뮤니티에 의해 어떻게 재생되었는지 보여주는 영상과 지원 자료를 볼 수 있다.
자하 하디드가 설계하고 2012년 올림픽의 건축적 랜드마크가 된 런던 아쿠아틱스 센터도 유명 수영장 중 하나다. 사우나, 해변 오두막, 공중목욕탕의 주목할 만한 사례도 더불어 살펴볼 수 있다.

수영의 이야기에서 자연과 민속의 역할도 살펴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 세기 동안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속에는 인어, 바다 사람, 물의 정령, 요정 등이 존재하지만, 지난 100년 동안 대중매체를 통해 이러한 이야기가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48년 영화 미란다에서 매혹적인 인어 역을 맡은 영국 배우 글리니스 존스의 스틸부터 2023년 인어공주 실사 리메이크작에서 아리엘 역을 맡은 할리 베일리의 더 페이스 잡지 표지까지 다양한 사례를 만나볼 수 있다.


(오른쪽) Swimsuits by Rebirth Garments. Photo by Colectivo Multipolar. Modelled by Sky Cubacub and Nina Litoff. © Sky Cubacub
전시의 마지막은 수영복이 누구에 의해, 누구를 위해 디자인되고 공공장소에서 어떤 신체가 환영받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신체의 자율성과 주체성을 향상시키고 수영장과 해변에 대한 기존의 생각에 도전하는 현대 수영복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무더위를 날려줄 전시 <스플래시! 수영과 스타일의 세기>는 수영복과 수영의 역사를 통해 신체의 자율성과 주체성 문제,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식 등 지난 세기 동안 사회의 광범위한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