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먹는 외국인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요즘. 종가는 팝업 이벤트를 통해 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힙’한 한식 문화를 위한 새로운 경험, 김치 블라스트 도쿄 2025
한식을 즐기는 외국인이 더 이상 생경하지 않은 시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지난해 세계 주요 18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생 한 번 이상 한식을 경험한 사람은 80.4%에 달했으며, 한식과 한식당에 대한 만족도는 각각 90.8%와 90.6%를 차지했다. 이제는 한식의 존재를 알리는 것을 넘어, 음식에 담긴 문화적 가치를 매력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월 29일부터 5월 5일까지 열린 팝업 이벤트 ‘김치 블라스트 도쿄 2025’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객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겠다는 메시지를 표현한 팝업 외관.
캠페인을 주관한 종가는 일본 소비자들에게 김치가 흥미로운 ‘콘텐츠’로 각인되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즐거운 체험에 방점을 둔 팝업 프로모션을 전개했다.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었다. ‘딥 다이브 인투 라이프Deep Dive into Life’라는 주제를 설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종가는 일상 깊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험 자체를 설계했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팝업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김치를 소개했다.
1층에서는 포기김치 사진과 특유의 패턴을 소개하며 김치로부터 비롯된 종가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철학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2층 ‘마로야카 존’이었다. 일본어로 여러 요소의 조화에서 비롯되는 원만함과 부드러움을 뜻하는 이 단어는 고객들의 김치 구매 후기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표현이기도 했다. 이 점에 주목한 종가는 김치를 구성하는 20여 가지의 재료 이미지를 만다라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패턴으로 배치해 조화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2층의 마로야카 존.
3층에서는 일본의 유명 요리 인플루언서들과 협업해 김치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법을 소개했다. 특히 조리 과정을 일본 특유의 망가 스타일로 표현한 그래픽 월을 설치해 관람객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한 점이 흥미로웠다. 이 외에도 각 전시장별로 제공하는 카드를 결합해 하나의 굿즈로 완성하는 방식으로 마지막까지 전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3층에 설치한 망가 스타일의 그래픽 월.
독창적인 비주얼을 만드는 데도 많은 공을 들였다. 제품 패키지와 홍보물 전반에 사용하는 종가 특유의 패턴을 현지화했다. 기존의 키 컬러 대신 도쿄의 화려한 야경을 상징하는 네이비, 핑크, 옐로 등을 활용해 도시의 인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패턴으로 완성한 모티브는 포스터 외에도 팝업 공간 외관과 실내 전시장 곳곳에 적용해 오직 도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그 결과 김치 블라스트 도쿄 2025는 8일간 1만 2000여 명의 방문객을 동원했으며, 이 중 90% 이상이 일본인이었다. 또 여러 현지 언론사에서 앞다투어 취재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종가를 운영하는 대상은 “브랜드가 의도한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디테일하게 설계한 팝업이었다”라고 자평했다.
3층에는 브랜드 앰배서더 호시의 화보와 영상 메시지를 마련했다. 공간 곳곳에 이번 팝업을 위해 현지화한 종가의 패턴 디자인이 보인다.
배민지 대상 마케팅실 브랜드그룹 식품사업총괄 디자인팀 차장
박하얀 대상 마케팅실 브랜드그룹 식품사업총괄 디자인팀 과장
“종가 본연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도쿄에서 팝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종가는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김치 브랜드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사업 확장이 한계에 이르렀다. 해외 시장을 타기팅해 브랜드를 알려야겠다고 판단한 이유다. 물론 기존에도 이미 80여 개국에 자사 제품을 수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종가의 김치여야만 하는 당위성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마침 일본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리뉴얼하는 중이었고, 지금이 일본 시장에 종가를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일 타이밍이라고 판단해 팝업을 기획하게 됐다.
일본에서 진행하는 만큼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었나?
일본에는 김치의 종류나 구체적인 개념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절임류의 한 종류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김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김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조화롭고 멋진 음식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이를 위해 이미지와 영상을 주로 활용했다. 일본인에게 생소한 포기김치를 크게 출력한 사진을 벽에 부착하고 마로야카 존을 조성했으며, 김치를 활용한 조리법을 망가 스타일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정보를 이미지로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이번 팝업은 현지인에게 친근하게 접근하면서도 일본 문화를 부각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기획 초기부터 제일 많이 신경 쓴 부분이다. 일본 문화를 일부 차용하되, 디자인적으로 일본풍이 지나치게 두드러지지는 않도록 했다. 다른 음식이라면 공간의 장식적인 요소에 일본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김치이기에 그런 시도는 철저히 배제했다. 대신 종가 본연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었고, “김치로 이처럼 세련된 팝업을 기획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라는 피드백도 현지에서 많이 받았다.
기간 4월 29일~5월 5일 장소 크레인즈 6142 기획 대상(주) 마케팅실 브랜드그룹 마케팅 총괄 이정훈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김보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배민지 디자인 박하얀 기획 및 마케팅, 디자인 협업 도큐 에이전시(대표 도시유키 다카사카) 감리 및 시공 도큐 에이전시
OPEN YY, 뉴발란스, 산산기어, 푸마 등 요즘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부터 칸예(YE)와 같은 해외 아티스트까지. 가장 핫한 팝업이나 작업물의 크레딧을 살펴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스튜디오 터(STUDIO TUH)’. 컴퓨터 기판과 웨어러블한 확대경으로 인비테이션을 만들고, 무한히 확장되는 큐브를 패션 브랜드의 캠페인 굿즈로 구현하기도 한다.
5월,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놓칠 수 없는 이벤트.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텔레포트’가 그간의 프로젝트를 ‘오프라인’에서 선보이는 〈TELEPORT-OFFLINE TOKYO〉를 개최한다. 도쿄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에서 2025년 5월 1일부터 5월 18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