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광고 사이에서 건져 올린 크리에이티브, <밤낚시> 문병곤 감독
지난해 7월 개봉한 <밤낚시>는 13분가량의 단편영화 임에도 큰 인기를 끌며 해외 시상식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영화를 감독한 문병곤 감독을 만나 영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청했다.

지난해에 개봉한 영화 <밤낚시>는 공개 직후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13분가량의 이 단편영화는 사실 현대자동차와 이노션이 공동 기획한 브랜디드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오닉 5에 부착된 카메라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점이 신선하다는 평을 얻었다. 지난해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 최고 편집상과 최고 아시아 단편 동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최근 칸 라이언즈에서도 엔터테인먼트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문병곤 감독을 만나 독특한 시도에 대해 물었다.

<밤낚시>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를 알리는 광고이자 단편영화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하다.
현대자동차와 이노션이 전기차에 부착한 카메라의 시점으로만 촬영하는 단편영화를 기획하고 있었다. 양사는 나의 오랜 친구이자 영화 제작사 스태넘을 운영하는 손석구 배우에게 먼저 제안을 했고, 각본과 감독을 맡을 사람으로 나를 추천했다. 그와 오래 알고 지냈지만 정작 협업할 일은 없었는데, 이번 프로젝트가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콘셉트를 들은 뒤 레퍼런스를 찾아보았는데, 참고할 만한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았다. 불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그 점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다.
장르를 SF로 선택한 이유는?
현대자동차의 슬로건이 ‘Progress for Humanity’, 즉 인류를 향한 진보를 추구하는 브랜드인 만큼 여기서 한 발짝만 더 나가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전기차의 사운드가 외계의 우주선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차량에 탑재된 카메라 시점으로만 촬영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충족하면서도 흥미로운 사건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SF를 선택했다. 전기차가 오래 머물러도 어색하지 않은 전기차 충전소를 주된 배경으로 설정했고, 이곳에서 일어날 만한 사건을 생각하다 보니 전기를 흡수하는 외계 생명체를 떠올리게 됐다.

카메라 앵글의 제한은 어떻게 극복했나?
영화를 준비하면서 경찰들이 몸에 부착하는 보디 캠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이처럼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을 촬영한 기록 영상을 콘셉트로 하면 앵글의 제한을 관객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측방 카메라 2개, 후방 빌트인 캠 1개, 서라운드 카메라 4개, 총 7개의 자체 카메라가 설치된 위치에 각각 영화 촬영용 카메라를 부착했다. 기존 카메라와 최대한 동일한 각도로 설치해 현장감을 살리고자 했다.
시점이 한정적인 만큼 관객은 사운드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사운드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였다. 자동차가 이동할 때는 미래적 분위기를 내고자 했고, 외계 생명체의 목소리는 벨루가의 소리에 기계적인 느낌을 더해 완성했다. 주인공이 앵글 밖으로 벗어나도 진행 상황을 상상할 수 있도록 외화면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 디자인 측면에서 특별히 신경 쓴 지점은?
주요 사건이 벌어지는 전기차 충전소를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제목이 <밤낚시>인 만큼 해가 진 뒤의 충전소를 심해 같다고 여기며 작업했다. 밤에 바다낚시를 할 때 찌를 던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고자 형광빛 집어등과 배터리를 천장에 매달았다. 이는 외계 생명체를 유인하는 미끼 역할을 한다. 또한 이야기의 주된 무대 중 하나인 차량 내부는 주인공의 전문성을 보여줄 유일한 공간으로, 각종 낚싯대를 비롯해 외계 생명체 포획에 필요한 물건들을 배치했다. 주인공의 의상은 전봇대에 올라가 작업하는 전기 기술자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했다. 거친 일을 하는 인물임을 짐작할 수 있도록 실용적인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등장하는 시간은 짧지만 중요한 역할을 맡은 만큼 외계 생명체 디자인에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날카로운 이빨을 지녔으면서도 귀여운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커다란 머리에 곤충을 닮은 다리와 촉수가 있는 형태로 디자인했다. 또한 전기를 섭취하는 기계 생명체로 설정해 입안에서 빛이 나오도록 했다. 이를 위해 모형을 제작한 뒤 내부에 조명을 설치했으며, 상대적으로 외계 생명체의 모습이 크게 나오지 않을 때는 CG를 활용했다.

일반 영화 제작과는 다른 작업이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제작 과정에서 헤맬 때마다 현대자동차의 슬로건을 되새기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프로젝트의 대전제로 우리의 고민을 해결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다. 되돌아보면 단편영화라는 특성, 자동차 카메라 시점을 활용했다는 점, 자동차 기업의 광고지만 제품이 제대로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까지 위험 요소였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와 이노션 모두 위험을 감수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기존 광고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시도를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기에 지금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