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을 아름답게 만들 아티스트는?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와 파리 시가 파리 올림픽을 위한 공공 예술 작품을 제작할 작가를 선정했다. 만장일치로 선정된 아티스트 앨리슨 사르와 함께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올림픽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파리 올림픽이 가까워지면서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하나둘씩 행사와 관련된 디자인을 차례로 선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문화 예술 도시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디자인 또한 ‘파리답게’ 독특하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하다. 엠블럼을 시작으로 마스코트, 픽토그램, 성화, 메달, 포스터 등,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디자인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올림픽 아트 비전 프로그램
이런 가운데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와 파리 시가 파리 올림픽을 위한 공공 예술 작품을 제작할 작가를 선정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는 IOC가 주도하는 ‘올림픽 아트 비전(Olympic Art Vision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저명한 예술가를 선정해 올림픽이 열리는 도시에 스포츠와 올림픽 가치에서 영감을 받은 독창적인 예술 작품을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 작품은 공개된 장소에 설치되어 누구나 올림픽의 가치를 마주할 수 있게 한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프랑스 예술가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이 만든 조각 작품 ‘관객(The Audience)’이 선보였다. IOC의 국제 예술 및 문화 부서인 올림픽 박물관 주관으로 진행된 ‘올림픽 아고라(Olympic Agora)’를 통해 선보인 작품은 올림픽을 상징하는 다섯 가지 색으로 물든 사람들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올림픽을 연상하게 했다.
작품의 무대가 된 올림픽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 아고라의 전통과 정신을 이어받고 유지하기 위해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올림픽 예술, 문화, 창의성 및 올림픽과 관련된 가치를 표현하고 탐구할 수 있는 활기 넘치는 공공 공간을 만드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앙의 작품은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그 자리를 지키며 올림픽의 정신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는 중이다.
파리 올림픽을 위해 선정된 아티스트
다가오는 파리 올림픽에서 작품을 선보일 작가는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앨리슨 사르(Alison Saar)이다. 그녀는 아프리카, 카리브해, 라틴 아메리카 민속 예술과 영성의 영향을 받아 아프리칸 디아스포라(*)와 흑인 여성에 초점을 맞춘 조각, 혼합 매체, 설치 예술 작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 IOC, 파리 시 관계자,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 국제 예술계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만장일치로 선정할 만큼 뛰어난 예술성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예술가이기도 하다.
(*) 아프리칸 디아스포라(African Diaspora): ‘디아스포라’는 ‘흩뿌리거나 퍼트리는 것’을 뜻하는 그리스어 단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특정 민족이 자의적 또는 타의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하는 것, 또는 그러한 집단을 일컫는다. 아프리칸 디아스포라는 주로 아메리카 대륙에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 온 조상을 가지고 있는 후손들을 뜻한다.
“올림픽 조각품 제작에 선정된 것을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파리 시민과 도시를 위한 선물인 이 예술 작품이 대중들에게 문화와 국경을 넘어 우정과 상호 연결의 정신을 경험할 수 있는 모임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앨리슨 사르
앨리슨 사르는 1970년대 흑인 예술 운동의 일원으로 활동한 베티 사르(Betye Saar)와 유명한 도예가이자 미술품 보존가인 리처드 사르(Richard Saar) 사이에서 태어났다. 평생을 조각 및 설치 예술에 힘써 온 그녀는 흑인 정체성과 역사, 사회 정의, 영성과 더불어 과거부터 현재까지 과소평가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어 왔다.
본인의 뿌리에 대한 작가의 탐구 과정은 예술성을 인정받아 뉴욕 현대 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 등 미국 전역의 유명 박물관과 예술 장소에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은 뉴욕 시에 있는 해리엇 터브먼(Harriet Tubman) 조각상이다. 이는 미국 흑인 여성을 기리는 최초의 주요 공공 기념물 중 하나로 꼽힌다.
올림픽 위원회 측은 그녀의 힘 있는 제안, 올림픽 가치와 파리 올림픽 비전에 대한 그녀의 헌신, 프랑스에서 지속 가능하게 작품을 제작하려는 그녀의 열망 덕분에 올림픽 아트 비전 작가로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2028년에 LA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작가의 작품은 두 도시를 연결하는 중요한 교두보가 될 예정이다.
작가는 파리 올림픽이 추구하는 국제적 다양성과 평등, 인간 존엄성 보존과 관련된 평화로운 사회 증진이라는 주제에 중점을 두고 작업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어서 ‘현대 프랑스의 풍부하고 다양한 공동체에 경의를 표하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녀는 전 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친환경’도 고려했다. 제작 비용과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프랑스에서 현지 인재들과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작가의 파리에서의 첫 작업은 올림픽의 날에 공식적으로 공개될 것이라고 한다.
올림피안 아티스트 프로그램
올림픽 아트 비전과 더불어 예술과 관련된 올림픽 프로그램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올림픽 박물관이 2018년부터 진행하는 ‘올림피안 아티스트(Olympian Artists)’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올림픽 선수와 패럴림픽 선수들의 창의적인 목소리를 장려하여 올림픽 기간 동안 새로운 예술 작품을 제작하고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에 선발될 수 있는 사람은 올림픽 및 패럴림픽에 출전한 경험을 가진 동시에 연극, 회화, 조각, 사진, 영화, 음악, 그라피티, 디자인, 글쓰기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창의성을 표현한 사람들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20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각각 선발된 아티스트는 총 16명에 달하며, 이들이 올림픽에 참여했던 종목은 바이애슬론, 창 던지기, 스키, 조정, 다이빙, 축구, 유도, 스피드 스케이트, 봅슬레이 등 다양하다. 종목만큼이나 이들이 창의력을 뽐낸 분야 또한 회화를 비롯하여 캘리그래피, 사진, 그래픽 디자인, 타투 등 다채로운 분야로 구성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올림픽 선수 5명과 패럴림픽 선수 1명이 선정되었고, 일본 내에 있는 상점과 가판대 입구에 걸려 있는 전통적인 커튼 모양의 천 패널인 ‘노렌’이라는 일본 예술에 경의를 표하는 전시가 진행되었다. 도쿄 중심부에 있는 미츠코시마에 지하철역에서 열린 전시회에서는 올림픽 정신 및 가치를 주제로 한 사진, 회화, 그라피티, 그래픽 디자인 등 각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이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보다 새롭게 진화한 올림픽 아티스트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세 명의 올림픽 선수와 한 명의 패럴림픽 선수가 파리 수도권 전역의 다양한 커뮤니티 소셜 센터에서 일주일 동안 거주하며 지역사회 기반 프로젝트와 창의적인 워크숍을 진행하게 된다.
이어 개막식을 위해서는 6명의 올림피안 아티스트가 개별 예술 프로젝트를 제작할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올림픽 정신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표현하는 예술가의 조각 작품과 더불어 올림픽 선수 겸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질 파리 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성대하고 아름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