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의 대가, 덴마크 산업 디자이너 세실리에 만즈

디자이너로서의 삶과 작업방식, 그리고 대표 작업들에 관하여

'2024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덴마크 산업 디자이너 세실리에 만즈. 프리츠한센, 뱅앤올룹슨, 무토 등 유수의 브랜드와 세실리에의 디자인이 만나 시대의 걸작이 탄생하기까지. 세실리에와 나눈 인터뷰.

미니멀리즘의 대가, 덴마크 산업 디자이너 세실리에 만즈

화려함으로 무장한 오늘날 수많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절제되고 간결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건축과 디자인 거장들이 탄생한 곳, 북유럽 덴마크에서 21세기 산업 디자인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세실리에 만즈(Cecilie Manz)의 이야기다. 1998년 ‘세실리에 만즈 스튜디오(Cecilie Manz Studio)’를 설립한 이래로 덴마크 고유의 디자인 전통인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바탕 삼아 기능성이 중심이 되며 아름다운 여운을 남기는 작업물을 선보여 왔다.

조명, 가구, 세라믹, 스피커 등 다양한 제품군을 아우르며 인간의 삶 곁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디자인을 선사하기 위해 탐구하는 자세를 일상처럼 보내온 세실리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와 지난 인생을 대변하는 작업들이 한데 어우러져 자신을 닮은 아름다운 인터뷰 한 편이 완성되었다. 마침 지난 2월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2024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디자이너로서의 삶과 자신만의 작업 방식, 그리고 그의 손끝에서 완성된 작업들에 관하여.

Interview
세실리에 만즈(Cecilie Manz) 세실리에 만즈 스튜디오 디자이너

세실리에 만즈 Cecilie Manz
1972년 덴마크 오즈스헤아즈(Odsherred) 출신으로 도예가이자 예술가였던 부모 리처드 만츠와 보딜 만츠 아래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1992년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Royal Danish Academy of Fine Arts)에서 수학하며 졸업 1년 전 핀란드 헬싱키의 알토 대학교에서 교환 학생 시절을 보냈다. 졸업 후에는 다시 헬싱키 예술 디자인 대학(Royal Danish Academy of Fine Arts)에서 공부하며 코펜하겐에 자신의 스튜디오 ‘Cecilie Manz Studio’를 설립했다. 그 이후 프리츠한센, 헤이, 무토, 뱅앤올룹슨, 듀라빗, 라이트이어스, 죠지 젠슨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안 지역의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며 자신의 대표작을 꾸준히 선보였다. 2007년 핀 율 건축상, 2014년 덴마크 왕세자부부 어워드에서 ‘Culture Prize’, 2018년 메종오브제(Maison&Objet Paris) ‘올해의 디자이너상’, 2024년 스칸디나비안디자인어워드(Scandinavian Design Award) ‘올해의 디자이너상’ 등을 수상했다. 그녀의 형제들 또한 덴마크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예술가로 세실리에의 언니는 그래픽 디자이너 마틸다 만즈(Matilda Manz), 남동생은 크바드라트(Cvavdrat)의 건축가 제이콥 만즈(Jacob Manz)로 덴마크 디자인 산업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북유럽을 대표하는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덴마크 왕립 미술 아카데미’를 졸업한 뒤 ‘헬싱키 미술 디자인 대학’에서 학업을 마쳤습니다. 덴마크가 아닌 핀란드에서 디자인 학업을 이어간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덴마크처럼 디자인 정체성이 강한 또 다른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핀란드에는 흥미로운 건축가들이 많고 자신만의 디자인과 언어를 가지고 있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그렇게 마주한 핀란드는 덴마크와 비슷한 점이 매우 많았지만 완전히 다른 디자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매우 단순하거나 아주 화려한 디자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죠. 덴마크보다는 훨씬 더 용감한 방식이라고 느꼈어요. 가까이에서 직접 경험하고 보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고요.

부모님 두 분 모두 뛰어난 도예가였죠. 디자이너님과 저는 지난해 어머니 보딜 만츠의 개인전에서 처음 만나기도 했고요. 덴마크를 대표하는 산업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두 분의 영향이 컸을까요?

단언컨대 유년 시절의 저는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우연히 이렇게 디자이너가 되어버린 거죠. 하지만 지금에 와 돌이켜보면 꽤 일찍부터 쌓여온 것이었다는 걸 느껴요.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기술, 장인 정신, 디테일, 이음새, 작동 원리 등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거든요. 물론 부모님의 역할이 컸지만 저나 동생들에게 창작을 강요하시지는 않았어요. 학창 시절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제가 여러 건축가, 디자이너, 공예가들을 좋아한다는 걸 스스로 깨달았고, 그 이후 덴마크 디자인 역사에 대해 최대한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이런 위대한 역사를 물려받은 우리에게는 이걸 지키고 계승할 의무 또한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디자인의 황금기는 우리가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하고, 존중해야 하는 선물이자 부담이며 그 위에서 저희만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ARUNI EN COLOURS ⓒMARUNI_YONEO KAWABE
TABLEAU GREY |Photo :CASPER SEJERSEN ⓒCECILIE MANZ STUDIO
SEPARAT ⓒCECILIE MANZ STUDIO
HIBITO ACTUS ⓒCECILIE MANZ STUDIO
POUF FRITZ HANSEN ⓒ FRITZ HANSEN
GLASS TABLE ⓒCECILIE MANZ STUDIO
Gateau, a place to rest jewellery or cakes. Solid maple and pear, anodised aluminium. 2018 ⓒCECILIE MANZ STUDIO
Fixed Seats, Two fixed seats at a table. Stainless steel, lacquer. One-offs 2000. |Photo : ERIK BRAHL ⓒCECILIE MANZ STUDIO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는 것

1998년 코펜하겐에 ‘세실리에 만즈 스튜디오(Cecilie Manz Studio)’를 오픈한 뒤 다양한 브랜드와 활발하게 협업을 지속해왔습니다. 가구, 욕조, 스피커, 조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고유한 감각으로 디자인 작업을 전개하고 있죠.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젝트들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오랜 시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피하려 하는 편이에요. 프로젝트에 최대한 세밀하게 관여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거든요. 다만 프로젝트의 범위인 제품군의 스펙트럼은 기본적으로 넓혀가는 것을 지향하고 있어요. 스피커, 의자, 욕조, 조명 등 연관성이 전혀 없는 것들이지만 각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영역의 경계가 사라지고 흥미로운 영감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거든요. 이때 나오는 영감들은 프로젝트 전체에 엄청난 추진력을 붙여줘요. 다양성을 기반으로 각 프로젝트의 깊이 있는 연구는 디자이너로서 반드시 끌고 가야 하는 핵심이라 생각하고요.

‘Ad Hoc’|Photo : JEPPE SØRENSEN ⓒCECILIE MANZ STUDIO
스튜디오의 운영방식은 크게 브랜드 의뢰 작업인 ‘산업 디자인’과 자유롭게 진행되는 ‘프리 휠(Free Wheels)’ 프로젝트 두 가지로 나뉜다고요.

브랜드로부터 정식으로 요청받은 산업 디자인 프로젝트 외에도 프리 휠 프로젝트라는 걸 진행하고 있는데, 클라이언트의 요청 없이 스튜디오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일종의 파일럿 프로젝트인 셈이에요. 이름 그대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그 흐름이 나아가도록 두는 거예요. 어떤 제약도, 제한도 없고요. 이러한 작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매우 크리에이티브 한 작업이기 때문이죠. 가장 최근에는 2023년 5월 도쿄에서 열린 개인전을 위해 제작한 나무 오브제 시리즈 ‘Ad Hoc’ 오브제가 그중 하나에요. ‘오케’ 트레이(일본의 밥을 담는 오케 쟁반에서 영감을 받은), 주얼리를 담는 작은 상자, 컵 받침 등으로 구성되어 있죠.

다양한 나무를 사용해 줄무늬를 만드는 등 나무의 결을 최대한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트라이프 오케 트레이는 제작 과정이 꽤나 까다로웠지만 코펜하겐의 재능 있는 공예가들과 협업해 완성할 수 있었어요. 프리휠 프로젝트의 끝이 어디일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이 또한 즐거움의 일부가 아닐까요. 이런 프로젝트는 제 호기심을 자극하고 창의적으로 계속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죠.

도쿄에서 열린 전시 ‘Transpose’에서의 세실리에 모습 |Photo : JEPPE SØRENSEN ⓒCECILIE MANZ STUDIO
실제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이끌 때 전반적인 과정은 어떠한가요?

여러 제품군의 디자인을 진행하지만 핵심 프로세스(Core Process)는 동일해요. 아이디어 콘셉트를 거쳐 이를 스케치로 시각화하고, 목업(Mock Up)으로 샘플링 과정을 거쳐 팀원들과 리뷰를 진행해요. 그다음 디지털 작업으로(Digitalization)을 진행하죠. 단순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상당한 깊이의 디자인 연구와 사용자 경험 테스트가 동반됩니다.

도쿄 편집숍 액터스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HIBITO’ 제품 스케치 ⓒCECILIE MANZ STUDIO
디자이너님이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궁금해요.

‘디자인은 기능성(Functionality)’이에요. 보기에만 좋은 디자인은 아무 의미가 없죠. 가령 아름다운 의자에 앉았을 때 불편하다면 그 의미를 상실하는 것처럼 단순히 테이블에 올려놓고 듣는 스피커인지, 피크닉 갈 때 가볍게 들고나가는 스피커인지에 따라 사용자의 경험은 기능성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게 되고요. 디자인에 있어 기능성은 중요한 요소고, 디자인에 어울리는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때엔 과감하게 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요.

예전 한 인터뷰에서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질 중 하나로 프로젝트를 멀리서 바라볼 줄 아는 ‘줌인 앤 줌 아웃(Zoom In & Zoom Out)’ 능력을 언급 한 적 있습니다. 디자이너뿐 아니라 작가나 개발자 등 대부분의 직업인이라면 갖추어야 할 자질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다만 눈앞의 일을 한발 물러나 넓은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게 머리론 알지만 실행이 어렵잖아요. ‘줌인 앤 줌 아웃’ 시선으로 작업을 바라보는 당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살다 보면 혼란스러운 순간이 종종 찾아와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선 줌인 앤 줌 아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세부 사항만 확대하면 전체적인 맥락을 놓치고, 멀리서 보거나 빠르게 지나치면 중요한 세부 사항을 놓치기 마련이에요. 프로젝트 전체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하죠.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집중(닫힘)과 산만함(열림)을 동시에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만의 노하우가 따로 있지는 않아요.

작업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곤 하나요?

작업 그 자체요. 그리고 제 일상과 경험에서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디자이너는 일관되고 심미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우리는 예술가가 아니거든요. 때론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마냥 앉아 많은 작업을 해야 할 때도 있어요.

저의 작업 과정은 언제나 ‘단순함’
즉, 순수하고 미적이며 기능적인 대상을 향합니다.

세실리에 만즈

견고한 협업을 통해 탄생한 대표작들

ESSAY, Solid wood table in oak, ash or walnut, Denmark. 2009. ⓒ Fritz Hansen
‘프리츠한센(FRITZ HANSEN)’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무토(Muuto)’ 등 덴마크 디자인을 대표하는 브랜드들과 오랜 시간 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최근에는 ‘1616아리타재팬’ ‘액터스(Actus)’등과 같은 일본 브랜드와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평소 협업 브랜드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998년 스튜디오를 처음 시작했을 땐 제가 먼저 브랜드에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형식이었지만 어느 순간 정반대로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죠. 프리츠한센과의 협업이 저의 첫 프로젝트였는데 지금까지도 좋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함께 할 브랜드를 선정할 때는 ‘좋은 사람’ ‘좋은 품질’ ‘정확한 타이밍’ 등을 고려해요. 그런 다음 최종적으로는 직관에 따라 결정하고요.

세실리에 만즈의 디자인 철학이 잘 드러난 제품 Beosound A1. 우아한 돔 형태에 미니멀한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테두리에는 전원, 볼륨, 블루투스, 통화 등의 조작버튼이 깔끔하게 배치되어있어 돌출된 부분 없이 표면이 매끄러운 것이 특징이다. ⓒBANG & OLUFSEN

세실리에 만즈가 제작한 뱅앤올룹슨의 대표 제품 Beolit 12. Beolit 12는 2012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베스트 제품 디자인 상을 수상했다.
이후 Beolit 12 디자인을 계승해 Beolit 20으로 리뉴얼되었고 무선충전기능이 추가되었다. 이는 세실리에가 Beolit 12을 디자인하던 시절부터 무선충전을 고려해 제작한 디자인이라고. ⓒBANG & OLUFSEN
뱅앤올룹슨은 덴마크를 대표하는 혁신적 장인 기업으로 이 브랜드의 첫 번째 여성 디자이너로 참여했습니다. 특히 당신이 디자인한 제품 모두 브랜드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해 큰 사랑을 받고 있고요. 기존에 진행하던 가구나 조명 디자인과는 다르게 ‘테크 디자인’은 새롭게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았을 것 같아요.

뱅앤올룹슨과의 작업 또한 아이디어 구상, 스케치, 모델 작업, 테스트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디자인 프로세스들과 매우 동일하게 진행돼요. 물론 가구와 스피커는 전제 조건부터가 다른 종류의 장인 정신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죠. 뱅앤올룹슨과 함께 작업할 때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최대한 많이 배우려고 하고, 엔지니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해요. 그래야만 도전적인 디자인, 해당 브랜드에 어울리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거든요.

뱅앤올룹슨과의 협업은 모든 것이 처음이었지만 저는 그냥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형태, 기능, 소재 등 모든 면에서 도전해 보기로 한 거죠. 개인적으론 좋은 협업 관계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고, 이것이 협업 제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제 작품을 신뢰했고, 저 또한 그들의 기술을 신뢰했습니다.

Photo : Jeppe Sørensen ⓒCECILIE MANZ STUDIO
Beosound A1의 한정판 ‘DUNE’ 버전. 뱅앤올룹슨 공장에서 100개 한정판으로 개발 및 제작된 제품으로 손으로 직접 염색을 거쳐 두 가지 색상의 그라데이션으로 선보여졌다. |Photo : Jeppe Sørensen ⓒCECILIE MANZ STUDIO
Beosound A1 스피커의 디자인 스토리를 살짝 들려줄 수 있나요?

BeosoundA1의 경우 Beolit12를 디자인할 때부터 논의되었어요. 플랫 한 실린더 외관은 디자인 초기 과정에 빠르게 결정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휴대성을 고려했기 때문에 잡았을 때 부드럽고 매끄러운 질감을 느끼고자 했죠. 또한 가방에서 넣었다가 빼고, 어딘가에 걸어두는 등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윽한 멋(고색)이 생길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요. 겉의 소재는 알루미늄과 폴리머 두 소재를 사용해 제작했지만 날카로운 곳 없이 매끄러운 표면을 완성했어요.

세실리에는 조명 자체에 이목이 집중되기 보다 조명의 기능이 우선시 되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CARAVAGGIO MATT P1 BLACK ⓒLightyears
디자이너님의 작업물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작업이 바로 2005년 라이트이어스(Lightyears)를 위해 디자인 한 ‘카라바지오(Caravaggio)’ 조명입니다. 지금은 프리츠한센에서 만날 수 있지만요.* ‘클래식 디자인’ ‘디자인 아이콘’이라 불리는 이 조명을 제작하던 당시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무언가를 디자인할 때는 나중에 이 제품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수명이 길어질지 짧아질지, 어떤 라벨이 붙을지 예측할 수가 없어요. 다시 말해 ‘클래식’을 디자인할 수는 없지만 멋진 것을 디자인하는 데에는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카라바지오는 호평을 받았고 좋은 타이밍을 만난 디자인이었어요. 당시 대부분의 램프는 흰색의 플라스틱 전선을 사용했는데, 카라바지오의 텍스타일로 감싸진 전선과 고광택 전등 갓은 반항적이었고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던 제품이었어요. 지금은 흔한 디자인이 되어 누구도 눈썹을 찌푸리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꽤나 반항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1904년부터 ‘북유럽 미학’, ‘간결한 조명’, ‘절제된 형태’라는 세 가지 철학을 추구하며 조명 제품을 선보여온 라이트이어스. 2015년 프리츠한센이 라이트이어스를 인수한 뒤 프리츠한센의 주력 제품군에 조명이라는 카테고리가 추가되었다.

세실리에 만즈 스튜디오의 작업실 풍경 ⓒFRITZ HANSEN
코펜하겐에 위치한 ‘세실리에 만즈 스튜디오’ 작업실은 어떤 풍경인지 궁금해요.

스튜디오는 언제나 작업 환경에 완벽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사물들이 저의 작업에 도움이 되는 도구로 작용하죠. 창의성을 얻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환경이 중요하거든요. 스튜디오 메인 공간에는 제가 디자인한 프리츠한센의 Essay™ 테이블이 놓여 있어 스케치와 같은 작업을 하거나 혹은 가족, 친구, 손님이 방문했을 때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에요. 모든 물건은 적절한 퀄리티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퀄리티만큼이나 디자인과 실용성도 매우 중요하고요.

Cecilie Manz Work Place ⓒFritz Hansen
덴마크의 산업디자인 역사를 볼 때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핀 율(Finn Juhl), 한스 웨그너(Hans Wegner), 폴 케홀름(Poul Kjaerholm) 등…. 1900년대 초중반 덴마크 디자인의 꽃을 피운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뒤를 잇는 다음 세대 디자이너로서의 사명감이 있다면요?

항상 그래왔듯 디자인을 단순하게 유지하고, 오래 지속되는 품질의 기능적인 오브제를 만들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도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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