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스터 감성으로 재해석한 독일의 카페와 베이커리

그래피티로 물든 쾰른 카페와 키치 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끄는 베를린 베이커리

그래피티와 키치 감성이 스민 쾰른의 ‘센트럴 카페’와 절제된 미학이 돋보이는 베를린 ‘애시드 베이커리’가 독일의 일상 풍경을 새롭게 채운다.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카페는 예술과 커뮤니티가 어우러진 현대적 문화 플랫폼으로, 베이커리는 제빵 과정을 드러내며 기능과 감성을 균형 있게 담았다. 두 공간 모두 도시의 유산과 감각적 디자인이 만나, 일상 속에서 특별한 경험을 제안한다.

힙스터 감성으로 재해석한 독일의 카페와 베이커리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센트럴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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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ndrik Poggenpo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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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ndrik Poggenpohl

1980년대 독일 쾰른의 예술가와 지성인들의 커뮤니티 공간이었던 센트럴 카페는 긴 휴업을 거친 뒤, 2025년 봄 런던 기반 문화 플랫폼 개더링(GATHERING)에 의해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개장되었다. 런던과 이비자에 이어 세 번째로 완성된 이곳은 개더링(GATHERING)의 독일 첫 상설 공간으로, 전시, 음악, 커뮤니티 활동을 하나의 장소에 담아낸다. 런던, 이비자, 쾰른을 기반으로 하는 개더링(GATHERING)은 전시 기획과 공간 디자인을 융합해 새로운 형태의 문화 플랫폼을 지향한다. 설립자인 알렉스 플릭(Alex Flick)은 공간 기획과 큐레이션을 통해 예술과 사람을 잇는 경험 중심의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 센트럴 카페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미감을 덧입혔다.

카페 내부는 과거의 공간 구조를 최대한 보존한 가운데, 여러 아티스트의 개성 있는 작품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공간 전체가 하나의 전시처럼 구성되었다. 기존 내부 구성은 현대적인 조명과 소품을 통해 부드럽게 조율되었고, 과거와 현재가 충돌 없이 어우러지는 감각적인 흐름을 연출한다. 특히 바 공간과 벽체는 마치 갤러리처럼 몰입형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리노베이션 된 공간 중심에는 멕시코 아티스트 스테판 브뤼게만(Stefan Brüggemann)의 알루미늄 바 설치물이 위치하며, 인근에 위치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영국 아티스트 타이 샤니(Tai Shani)가 디자인한 카펫이 깔린 피터스 바(Peters Bar)가 조용한 휴식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다. 이 공간은 센트럴 카페의 오랜 운영자 베르너 피터스 박사(Dr. Werner Peters)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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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ndrik Poggenpohl

또한, 센트럴 카페 내부에는 1991년 카페 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손님들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독일 아티스트 마르틴 키펜베르거(Martin Kippenberger)의 거울 패널이 복원되어 벽에 장식되어 있다. 이처럼 특별한 역사를 지닌 아트 피스들은 특유의 거칠고도 자유로운 분위기의 그래피티와 어우러지며 시각적 풍성함을 더한다. 알루미늄 바는 빛의 반사를 통해 공간 분위기를 유동적으로 변화시키며 조형적 중심축의 역할을 하고, 피터스 바는 딥 레드 벨벳, 따뜻한 조명, 유니크한 카펫으로 구성되어 고요하면서도 예술적 분위기를 조성한다. 벽면은 금속 패널과 입체감 있는 그레이 컬러 마감재로 처리되어 반사 효과와 음영감을 강조하고, 천장에는 무드 조명이 숨겨져 있어 시간대에 따라 분위기를 다채롭게 바꿔준다. 일부 가구는 이동이 쉬워 전시 구성에 따라 공간을 유연하게 재배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개더링(GATHERING)은 예술을 매개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전시와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을 구현했다. 센트럴 카페는 단순한 복원을 넘어, 오래된 도시 유산을 현대적인 문화 플랫폼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감각적 체험을 제공하는 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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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ina Denisova

한편, 베를린 미테에 위치한 애시드 베이커리는 플란테아 에스투디오(Plantea Estudio)가 새롭게 단장한 공간이다. 마드리드의 첫 매장에 이어 두 번째로 완성된 베를린 매장은 절제된 공간 미학과 도시적 감각의 균형감이 돋보인다. 내부는 단정하고 기능적인 구성으로 설계되었으며,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감각적 체험을 제공하는 장소라는 점이 특별하다. 플란테아 에스투디오(Plantea Estudio)는 2012년 마드리드에서 건축가 루이스 힐(Luis Gil)과 로렌소 힐(Lorenzo Gil) 형제가 설립했으며, 2017년부터는 건축가 카를라 모란(Carla Morán)이 핵심 멤버로 참여하며 협업의 폭을 넓혀왔다. 이들은 주거, 상업, 문화 공간을 아우르며 기능성과 감성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으며, 각 지역의 특성과 사용자 경험을 중심에 둔 실용적이면서 절제된 건축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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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ina Denisova

그래피티와 키치 하고 유머러스한 벽화가 어우러진 레드 컬러의 출입문 외벽은 이 베이커리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내부 공간과 외부 거리 풍경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준다. 내부로 들어서면 붉은 페레즈 타일(Ferrés tiles), 밤나무 벽 패널, 스테인리스 스틸 마감의 조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빵 작업대는 매장 입구 근처에 배치되어 외부에서 작업 과정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베이커리의 활기를 직접 느낄 수 있게 하며, 장인이 직접 제빵 하는 베이커리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제빵 공간과 판매 공간은 바닥 마감과 조명의 차이를 통해 시각적으로 분리되지만, 동선이 매끄럽게 이어져 공간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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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ina Denis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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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ina Denisova

매장에는 긴 테이블과 나무 의자가 놓여 있어 소규모 모임에도 적합하며, 다양한 크기의 가구 구성은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장의 벽면은 밤나무와 타일로 처리되어 따듯한 질감을 전달하고, 타일은 낮에는 자연광을 반사하고 밤에는 조명과 함께 따듯한 톤을 연출해 빛의 변화에 따라 다른 인상을 만들어낸다. 또한 스튜디오는 원목 등 높은 내구성과 실용성을 지닌 소재로 만들어진 가구를 셀렉 하여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제빵 공간은 스틸과 목재, 페인트 마감재를 조화롭게 결합해 기능성과 시각적 단순함을 동시에 구현했다.

애시드 베이커리는 도시의 일상과 맞닿은 공간 속에서, 기능과 미학의 균형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스튜디오는 복잡한 장식을 배제하고 재료와 구조의 본질에 집중함으로써, 사용자가 공간 속에서 편안함과 감각적 자극을 동시에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제빵 과정을 외부로 개방한 구조는 신뢰와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 프로젝트는 감각적인 설계가 어떻게 소규모 공간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지 그 해답을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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