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토그래퍼가 포착한 싱가포르 도시의 장면

루이 비통 사진집 <패션 아이 – 싱가포르> 출간

루이 비통이 새롭게 선보인 사진집 <패션 아이 – 싱가포르>는 한국 포토그래퍼 민현우의 시선으로 열대 도시의 풍경을 담아냈다. 그의 카메라는 습도와 빛, 그리고 뒷모습으로만 전해지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관능적이면서도 쓸쓸한 정서를 길어 올린다. 이번 작업은 루이 비통 ‘패션 아이’ 시리즈 최초로 한국 작가가 참여해 더 의미 있다.

한국 포토그래퍼가 포착한 싱가포르 도시의 장면

싱가포르 사람들의 강렬한 향수, 앵글에 담다

루이 비통이 사진집 <패션 아이 – 싱가포르>를 출간했다. 컬렉터블 아트북인 ‘패션 아이(Fashion Eye)’는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담아 기획된 책으로, 이번 ‘싱가포르’ 편은 한국 포토그래퍼 민현우가 참여해 색다른 시선의 싱가포르를 담아냈다. 그의 앵글에 잡힌 싱가포르는 감각적이지만 쓸쓸한 정서가 느껴진다. 낯선 도시에 도착한 민현우 작가는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질 녘까지 정처 없이 거리를 걸어 다녔다고 한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콘크리트 정글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하지만 이때 포착된 장면은 또 다른 감각을 전한다. 하지만 이러한 풍경보다 더 자극되었던 건 싱가포르 사람들의 강렬한 향수였다고. 노동과 피로, 여가의 순간… 이들의 삶을 오직 뒷모습으로 비춰냈다. 여기에 피부에 달라붙는 듯한 습도와 무성하게 자라난 식물들이 열대 도시 특유의 생명력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민현우 작가만의 섬세한 색감이 더해져 싱가포르의 낯선 정서를 정밀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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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아이 시리즈에 처음 참여한 한국 포토그래퍼

포토그래퍼 민현우는 패션과 예술을 넘나드는 비주얼 아트를 선보이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이다. 인물과 풍경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틈새에서 감각적인 서사를 끌어내는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편집 디자이너로 활동했지만 화면 앞에서 디자인을 다듬는 과정보다 카메라로 순간을 기록하는 일에 더 큰 끌림이 느껴 사진가의 길을 택했다고. 그의 초기 작업은 채도가 높은 팔레트의 색감이 특징이었으나 점차 따뜻한 감성을 담아내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나이키와 젠틀몬스터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감각적인 비주얼 캠페인을 선보였고, 다양한 패션 매거진과 협업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확장해 나갔다. 이번 <패션 아이 – 싱가포르>에서도 사람과 공간 그리고 사물의 미묘한 연결을 통해 도시의 정서를 번역했는데, 특히 아시아의 도시 싱가포르를 아시아인 시선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서구 작가들과 차별화되었다는 평. 또 루이 비통 패션 아이 시리즈에 한국 작가가 처음 참여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익숙한 도시의 색다른 모습, 예술적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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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루이 비통 공식 홈페이지

루이 비통은 1854년 창립 이후 여행과 트렁크 제작으로 ‘여행의 미학’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삼아왔는데, 이 전통을 사진 예술과 접목한 것이 바로 ‘패션 아이’ 시리즈이다. 전 세계의 도시와 지역을 사진가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담아낸 사진집. 각 도시의 자연 풍경은 물론 지역적 삶의 장면, 로컬 특유의 감성을 아티스트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펴낸다. 지금까지 패션 아이는 약 50권이 발행되었는데, 각 권의 커버를 주인공이 된 도시를 상징하는 컬러나 그래픽으로 디자인하여 통일감을 주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싱가포르 편은 짙은 그린 톤을 선택해 도시의 열대적 기운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그중 주목할 만한 도시를 뽑자면 2023년에 발간된 <패션 아이 – 서울> 편이 아닐까 싶다. 네덜란드 출신의 사진가 사라 반 라이(Sarah van Rij)가 참여했다. 그녀는 서울은 멈추지 않는 도시,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감각이라 표현하며 역동적인 서울의 풍경을 담아냈다. 특히 서울이라면 흔히 떠오르는 스트리트 푸드나 K-Pop의 이미지가 아닌, 창 안의 풍경이라든지 거울이나 유리에 반사된 형상을 포착해 낯선 서울의 모습을 소개한 것이 특징. 또 하나는 올해 초 출간한 <패션 아이 – 오사카> 편이다. 프랑스의 포토 아티스트 장 뱅상 시모네(Jean-Vincent Simonet)가 사이키델릭(psychedelic) 비주얼로 도시를 담아내 이목을 끌었다. 장노출과 다중 노출 촬영 기법을 통해 도시의 네온사인이나 쇼핑 스트리트, 골목 풍경을 환각적이고 추상화된 이미지로 표현한 것. 여기에 1980년대 일본 비주얼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색채와 텍스처를 사용해 로컬 특유의 특징을 살렸다. 이처럼 루이 비통의 패션 아이는 아티스틱한 도시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작가가 색다른 시선으로 도시의 새로운 장면을 담아낸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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