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욕실을 갖춘 지금은 공중목욕탕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스위스의 건축 스튜디오 레오폴드 반치니 아키텍츠는 이 잃어버린 유산에서 영감을 받아 도심 한복판에 임시 목욕탕 ‘Round About Baths’를 지었다.
물 위로 흐르는 공동체의 감각, Round About Baths
프랑수아즈 드 보네빌(Françoise de Bonneville)이 저술한 〈목욕의 역사 〉에 따르면 공중 목욕의 역사는 기원전 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인의 시중을 받으며 집에서 목욕을 즐기던 부자들과 달리, 집에 욕실이 없는 대부분의 시민은 공중목욕탕으로 향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말이 모이는 법. 공중목욕탕은 귀족과 황제마저 찾는 사유와 사교의 장으로 거듭났다. 시민들은 목욕탕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와 소식을 공유했다. 치료, 운동, 공부, 심지어는 성적 행위도 이루어졌다. 부와 신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자유롭게 서로를 마주하던 작은 사회였던 것이다.
목욕탕을 짓기 전 분수.
집집마다 욕실을 갖춘 지금은 공중목욕탕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목욕탕의 빈자리는 소수만을 위한 웰니스 센터와 스파가 대체하는 중이다. 스위스의 건축 스튜디오 레오폴드 반치니 아키텍츠(Leopold Banchini Architects)는 이 잃어버린 유산에서 영감을 받아 도심 한복판에 임시 목욕탕 ‘Round About Baths’를 지었다. 스페인의 도시 로그로뇨에서 열린 페스티벌 기간에 도심의 분수를 공중목욕탕으로 탈바꿈시켰다. 목욕탕이 자리한 곳은 도로 위 로터리다. 누구나 오가지만 아무도 머무르지 않는 장소가 바로 로터리인데, 이 변두리 공간에 목욕탕을 지어 모두를 초대했다.
재활용 가능한 목재 구조물과 패널로 목욕탕 벽을 세웠다.노천탕 옆 사우나실과 탈의실.
그러나 분수가 목욕탕이 되었다고 해서 무작정 뛰어들 사람은 많지 않을 터. 도로 한가운데에서 몸을 노출해야 하는 만큼 프라이버시를 고려해야만 했다. 레오폴드 반치니 아키텍츠는 분수 가장자리에 목재 구조물을 세우고 재활용 가능한 패널을 덧대어 도로의 소음과 주변 시야를 차단하는 높은 벽을 만들었다. 노천탕, 탈의실, 사우나실, 그 위로 솟은 굴뚝까지 같은 소재의 패널로 감싸 거대한 반원형 구조물을 이루었다. 이 검박한 목재 패널은 도시의 번잡함을 차단하는 벽인 동시에 프로젝트의 임시성과 재사용성을 귀띔하는 물질적 언어이기도 하다. 실제로 페스티벌이 막을 내리자마자 목욕탕은 철거되었고 분수는 다시 ‘쓸모 없음’의 상태로 돌아갔다. 목욕탕은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도시민의 몸에 잊지 못할 공동체의 감각을 아로새겼다.
페스티벌이 막을 내리자 목욕탕은 철거되었고 분수는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일상 속 공공 공간의 역할을 질문하는 과정에서 Round About Baths를 구상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공중목욕탕이 모든 세대를 위한 문화적 허브로 기능하고 있지만, 스페인에서는 몸과 몸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하다. 대부분의 유럽 도시가 공공 공간 대부분을 자동차에 내어주면서 인간의 몸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도보로 접근할 수 없었던 로터리를 나체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형함으로써 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자 했다.
레오폴드 반치니 건축가
디자인레오폴드 반치니 아키텍츠 주소 Logroño, Spain 사진 Gregori Civ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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