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과 일본의 문화적 여정,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오사카를 거점으로 삼은 이번 전시는 일본의 시각으로 루이 비통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다. 1000점 이상의 작품 가운데 200점 이상을 일본 관련 아카이브로 구성해 루이 비통과 일본 간의 깊은 교류에 방점을 뒀다.

루이 비통과 일본의 문화적 여정,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에서 루이 비통의 170년 역사와 일본과의 문화 교류를 기념하는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Louis Vuitton Visionary Journeys〉전이 7월 15일부터 9월 17일까지 열린다. 방콕, 상하이에 이은 글로벌 순회전으로 각 도시의 지역 문화와 루이 비통의 디자인 혁신을 결합해 독창적 공간 경험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오사카를 거점으로 삼은 이번 전시는 일본의 시각으로 루이 비통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다. 큐레이터이자 역사학자인 플로렌스 뮐러Florence Müller가 기획하고 OMA의 시게마쓰 쇼헤이가 공간 디자인을 맡았다. 1000점 이상의 작품 가운데 200점 이상을 일본 관련 아카이브로 구성해 루이 비통과 일본 간의 깊은 교류에 방점을 뒀다.

VJ Tunkscape Jeremie Souteyrat Louis Vuitton
138개의 트렁크로 조립한 반구형 구조물인 ‘트렁크스케이프’.

전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트렁크를 건축적 스케일로 확장한 공간 연출. 아트리움의 모노그램 화지로 제작한 8개의 거대한 트렁크 기둥을 5층 높이로 설치하고, 138개의 트렁크로 조립한 반구형 구조물인 ‘트렁크스케이프Trunkscapes’가 관문 역할을 하도록 했다. 루이 비통의 정체성인 ‘여행’을 물리적 체험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VJ Louis Vuitton and Japan bis Jeremie Souteyrat Louis Vuitton
루이 비통과 일본 문화가 공유하는 공예 전통을 강조하기 위해 모듈식 다다미 형태의 플랫폼에 제품과 유물을 배치했다.

일본 문화와의 만남은 전시 전반에 걸쳐 다층적으로 펼쳐진다. 19세기 후반 자포니즘 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문화적 대화를 시대순이 아닌 주제별로 촘촘히 구성했다. 다도 전통과 ‘가와이’ 문화, 무라카미 다카시, 구사마 야요이, 레이 가와쿠보, 니고 등과의 협업을 모듈식 다다미 형태의 플랫폼에 배치하고 천장에 다다미 모양 조명 조각을 설치해 전통과 현대가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연출했다.

VJ Origins Jeremie Souteyrat Louis Vuitton
손으로 짠 대나무 구조물과 아카이브 자료는 루이 비통의 장인 정신을 강조한다.

전시의 또 다른 핵심은 장인 정신을 가시화하는 방식이다. 완성품 이전의 제작 과정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대표적으로 파리 근교 아스니에르Asnières에 위치한 루이 비통 본사 공방의 실제 작업 영상과 함께 ‘루이즈Louise’와 ‘루이제트Louisette’라는 내구성 테스트 장비가 가방의 강도와 유연성을 실시간으로 시험하는 모습을 공개한다. 특히 오사카 출신 디자이너 베르디Verdy와 아티스트 쇼 히라노를 위해 맞춤 트렁크를 제작하는 과정은 지역성과 개별성이 브랜드의 보편적 가치와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보여준다.

VJ The Workshop Jeremie Souteyrat Louis Vuitton
‘루이즈’와 ‘루이제트’라는 내구성 테스트 장비가 가방의 강도와 유연성을 실시간으로 실험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Verdys bespoke trunk Jeremie Souteyrat Louis Vuitton
디자이너 베르디와 아티스트 쇼 히라노를 위해 맞춤 트렁크를 제작하는 과정을 상영하는 영상.

흥미롭게도 협업의 역사는 브랜드 확장의 전략적 측면보다 문화 간 대화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1980년대 뉴욕 그라피티 아티스트인 스티븐 스프라우스Stephen Sprouse의 네온 그라피티부터 스트리트웨어 브랜드 슈프림Supreme, 구사마 야요이와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협업까지, 각각을 다면으로 이뤄진 만화경 형태의 반사 돔으로 구분해 전시함으로써 하나의 통합된 브랜드 스토리가 아닌 개별적이면서도 상호 연관된 문화적 실험을 제시한다.

VJ Monogram Canvas Jeremie Souteyrat Louis Vuitton
일본 아티스트와의 협업 제품을 다면의 만화경 형태 돔에 전시했다.
VJ Expeditions Jeremie Souteyrat Louis Vuitton
팽창식 열기구와 거울 디스플레이로 몰입형 환경을 만들었다.

전시는 루이 비통이 추구해온 ‘여행의 예술’이 물리적 이동을 넘어 문화 간 이해와 교류의 매개체로 기능해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19세기 후반부터 이어진 일본과의 관계사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가 지역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고유한 정체성을 발전시켜나가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다. 시대를 초월한 루이 비통과 일본의 만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7호(2025.09)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