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의 자연과 가까운 술을 빚는, 류 양조장

전통 주류 문화를 기반으로 지역의 자연과 양조 환경이 빚어낸 개성 있는 현대식 소주를 선보이는 류가 지난 7월 강화에 양조장을 열었다.

강화의 자연과 가까운 술을 빚는, 류 양조장

최근 몇 년 사이 전통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획일화된 주류 문화에서 벗어나 지역 고유의 자연과 전통 양조법에서 비롯된 토종 술에 호응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전통주의 가치와 스토리를 살린 소규모 양조장과 제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강화에 기반을 둔 전통주 브랜드 류Ryu도 그중 하나다.

전통 주류 문화를 기반으로 지역의 자연과 양조 환경이 빚어낸 개성 있는 현대식 소주를 선보이던 이들이 지난 7월 강화에 양조장을 열었다. 류 양조장은 고유의 증류식 소주를 생산하는 공장이자 브랜드가 지향하는 한국식 소주 문화를 구현하는 실험적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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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을 맡은 더퍼스트펭귄은 강화의 땅과 자연을 배경으로 자연과 가까운 술을 빚는 브랜드 철학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강화의 들판에 나직이 선 양조장은 생산 시설과 방문객을 위한 공간, 두 동의 건물로 이뤄졌다. 매스감 있는 건물이 마니산 형상 위로 포개어지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강화의 상징인 마니산의 산세에 착안해 지붕을 디자인하고, 건물 또한 주변 환경의 흐름에 맞춰 낮고 반듯하게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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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나무 패턴의 노출 콘크리트, 천연 석재 슬레이트 등 자연을 드러내는 재료와 색을 사용해 건축이 주변 환경에 온전히 스며들게 했다. 두 동의 건물은 법적으로 서로 다른 필지 위에 놓였지만, 공간 안에서는 하나로 읽힌다. 두 건물을 인위적으로 연결하기보다 의도적으로 이격 거리를 두고 그 틈을 주 출입 통로로 만들었는데, 방문객이 그 사이를 거닐며 양쪽 건물과 틈 너머로 보이는 강화의 풍경, 그리고 양조장을 함께 경험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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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로 들어서면 압도적인 크기의 오크통 숙성고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많은 오크통과 이를 지지하는 거치대의 반복된 형태, 목재의 깊은 색감은 술이 익어가는 시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한옥 기와의 처마 선을 닮은 곡면의 천장 아래에는 방문객을 위한 라운지가 자리한다. 반복되는 열주, 탄화목 벤치, 삼베와 한지로 마감한 벽과 천장 등 전통 재료의 질감을 현대적으로 표현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높고 길게 자리한 벽체 뒤로 은밀하게 숨긴 스피크이지 바는 단연 이 공간의 백미다. 거대한 문이 열리면 외부와 단절된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검정 목재로 제작한 절제된 형태의 바, 배경처럼 놓인 오크통 숙성고는 류의 세계관을 한 차례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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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은 지하수를 활용한 수공간을 중심으로 조성했다. 인공적으로 다듬지 않고 자연스러운 흐름과 지형을 따라 물과 식물을 배치했다. 담장 안에서는 빛과 바람에 따라 달라지는 물결과 물소리가 어우러지며 류 양조장이 추구하는 ‘자연과 맞닿은 건축’을 완성한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7호(2025.09)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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