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물드는 9월, 전국 주요 전시와 이벤트 캘린더

키아프·프리즈부터 비엔날레까지

전국 각지에서 미술 축제가 한창인 올해 9월. 서울의 글로벌 아트페어부터 지방 곳곳의 비엔날레, 공예·사진·수묵·디자인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전시들이 이어지며, 보기 드문 ‘아트 시즌’이 펼쳐지고 있다.

미술로 물드는 9월, 전국 주요 전시와 이벤트 캘린더

찌는 듯한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문턱, 9월이 찾아왔다. 올 9월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전국 곳곳이 미술로 물드는, 보기 드문 ‘아트 시즌’이 펼쳐지는 달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와 키아프가 나란히 문을 열고, 청주·광주·대구·부산 등지에서는 각기 다른 주제의 비엔날레와 전시가 잇따른다. 여기에 정부와 예술계가 힘을 합친 ‘대한민국 미술축제’까지 더해져, 미술 애호가와 일반 관람객 모두에게 놓칠 수 없는 문화의 달이 펼쳐진다. 여러 주목할 만한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주요한 행사 일정과 내용을 꼽아 아래에 소개한다.


2025 대한민국 미술축제

기간 2025.09.01 – 09.30
웹사이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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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키아프 서울 2025 개막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미술축제’는 올해로 2회째를 맞은 민관 협력 브랜드다.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미술 행사를 통합해 홍보하고, 전국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를 연계해 할인 입장권과 교통·관광 인프라를 제공한다. 협력전과 컨퍼런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으며, 전국 5개 권역에서는 전문 해설사와 함께하는 7개의 미술 여행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특히 키아프·프리즈 서울과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할인 티켓은 이미 매진될 만큼 관심이 뜨겁다. 주요 전시 일정과 프로그램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키아프 서울 2025

장소 코엑스
기간 2025.09.03 – 09.07
웹사이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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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 서울 2025 전경

24회째를 맞은 2025 키아프 서울은 20여 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지난해 21개국 206개 갤러리보다 소폭 줄었지만, 주최 측은 “엄격한 심사를 통해 질적 내실을 강화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주제는 ‘공진(Resonance)’으로, 예술의 회복력과 미술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탐색하는 의미를 담았다. 메인 섹션인 Kiaf GALLERIES에서는 국내외 유수 갤러리가 동시대 미술작품을 선보이고, 2022년부터 이어진 Kiaf PLUS에서는 19개 신생 갤러리와 신진 작가들을 소개한다. 솔로 부스에서는 김기석, 김치앤칩스 등 주목할 만한 작가들이 집중 조명된다. 차세대 유망작가를 선정하는 Kiaf HIGHLIGHTS 후보에는 김아라, 김정인, 무나씨, 박그림, 박노완, 이동훈, 조은시, 홍세진, 지오프리 피통, 유 시아오가 올랐다. 이 중 현장 심사를 거쳐 최종 3인이 선정될 예정이다. 과연 누가 미래의 신예 작가가 될지, 키아프가 마련한 프로모션과 작가 인터뷰를 보며 예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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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 서울 2025 전경

프리즈 서울 2025

장소 코엑스
기간 2025.09.03 – 09.06
웹사이트 홈페이지

2025 프리즈 서울에는 약 120개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메인 섹션 ‘갤러리’, 아시아 기반의 젊은 갤러리가 단독 작가를 소개하는 ‘포커스 아시아’, 고대부터 20세기까지의 작품을 아우르는 ‘프리즈 마스터스’ 등 총 세 개 섹션이 준비됐다. 앞서 우한나, 최고은 작가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긴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에는 올해 임영주 작가가 선정됐다. 불안정한 사회 속 집단적 제스처와 생존을 위한 동작의 기묘함을 드러낸 신작 <카밍 시그널>이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처음 공개된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교두보를 자임하며 시작해 올해로 4회째를 맞는 프리즈 서울, 그 평가는 이번 행사를 통해 가늠할 수 있겠다.

키아프 아트위크 & 프리즈 위크

장소 을지로, 한남동, 청담동 일대
기간 2025.09.01 –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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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ze Artist Award, Frieze Seoul 2024. Photo by Lets Studio. Courtesy of Frieze and Lets Studio.

키아프와 프리즈가 열리는 기간, 서울 전역의 화랑가에서도 특별한 밤이 펼쳐진다. 9월 1일(월) ‘을지로 나잇’, 2일(화) ‘한남 나잇’, 3일(수) ‘청담 나잇’, 4일(목)‘삼청 나잇’ 등 요일별 테마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전시와 공연, 네트워킹 파티가 관람객을 기다리니, 각 기관의 세부 일정을 확인해 보자. 퇴근 후 문을 연 전시장에 방문해 문화생활을 즐기는, 모처럼의 기회가 될 것이다.

서울아트위크

장소 서울시내 100여곳
기간 2025.09.01 –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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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9월 첫 주를 ‘서울아트위크’로 지정해 도심 곳곳의 미술관, 갤러리, 복합문화공간 등에서 열리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이 기간에는 건물 곡면 파사드를 활용한 대형 미디어 아트 서울라이트 DDP 가을(8.28-9.7 DDP), 서울조각페스티벌(9.1-9.7 뚝섬한강공원 등지) 등 서울을 대표하는 주요 행사가 포함된다. 서울문화재단 산하 금천예술공장과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낙원상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청년예술청
기간 2025.08.26 – 11.23
웹사이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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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예술감독 팀 (왼쪽부터) 할리 에어스, 안톤 비도클, 루카스 브라시스키스. 사진: 홍철기

국제 예술 플랫폼 『e-flux』의 기획 및 편집자로 활동하는 안톤 비도클, 할리 에어스, 루카스 브라시스키스가 감독을 맡은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강령: 영혼의 기술》은 오컬트, 신비주의, 영적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영적 세계와 예술의 관계를 탐구한다. 또한 자본주의 근대성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비엔날레를 대안적 ‘기술’로 제시하고자 한다. 힐마 아프 클린트, 백남준, 이승택, 히와 케이, 아노차 수위차콘퐁 등 총 50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미술관뿐 아니라 낙원상가, 서울아트시네마 등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가 펼쳐진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해 10월 감독 선정의 이유에 대해, ‘서울의 문화적이고 지정학적인 맥락의 연장에서 비엔날레의 역사성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동시대의 기술 지배적인 미디어 현상을 고찰할 수 있는 제안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서울이 가진 특수한 맥락과 장소성이 ‘영혼의 기술’이 내세운 어젠다 속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현될지 전시를 통해 확인해 볼 만하다.

한편, 지난 25일 열린 행사 개막식에서는 최은주 관장의 인사말 도중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가 서울시립미술관을 규탄하는 전단을 살포하는 일이 발생했다. 앞서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전시 도록에 실릴 평론가의 원고를 검열해 미술인 760여 명이 연대 서명으로 항의한 바 있다. 그러나 미술관 측이 책임 인정과 사과, 재발 방지 약속을 내놓지 않아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못한 채 비엔날레 손님을 맞게 되었다.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장소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기간 2025.08.30 – 11.02
웹사이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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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을 끌어안을 수 있을까?”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인간과 공존하는 디자인을 화두로 던진다. 포용 디자인(Inclusive Design)의 사례를 제시하고, 체험형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이 주제를 몸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최수신 미국 사바나 칼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SCAD) 학부장이 총감독을 맡았다. 주최 측은 주제와 관련한 심포지엄, 매니페스토, 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챌린지 프로젝트, 광주 송정역 디자인 개선 리서치 및 시안 전시 등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 솔루션을 제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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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볼륨스퀘어(Volume Square): 특수 재난 대응 모바일 팝업(Pop-up) 병원>은 전쟁, 홍수, 화산 폭발 등 갑작스러운 특수 재난 상황에서 절실한 의료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설계한 이동형 팝업 병원이다. 노약자, 장애인, 감염자, 고립자 등 모두가 배제되지 않고 안전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02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3전시관 ‘포용디자인과 모빌리티(Inclusive Mobility)’에서 공개 예정.

2025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장소 목포문화예술회관, 목포실내체육관, 진도 남도전통미술관, 진도 소전미술관, 해남 땅끝순례문학관 등
기간 2025.08.30 – 11.31
웹사이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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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 남도의 위상과 수묵화의 대중화·세계화를 목표로 시작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올해도 막을 올린다. 윤재갑 총감독의 기획 아래 ‘문명의 이웃들’을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전 세계 20개국 8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윤두서의 〈세마도〉 진본, 김은진의 자개 산수화, 페루 풍경을 담은 로베르토 와르카야의 포토그램 등 작품들이 준비됐다. 해남, 진도, 목포 등 전남 전역에서 ‘수묵의 세계화’를 표방하는 전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비엔날레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참신성과 확장성이 실제 얼마나 구현될지는 전시를 볼 관람객의 판단에 달려있다.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장소 문화제초장 및 청주시 일원
기간 2025.09.04 – 11.02
웹사이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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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청주공예비엔날레는 9월 4일부터 11월 2일까지 문화제조창과 청주시 일원에서 열린다. 14회째를 맞는 이번 비엔날레는 전회 행사에 이어 강재영 예술감독이 연임을 맡았으며, 공예의 가치를 다시 보는 ‘세상 짓기 Re_Crafting Tomorrow’를 주제로 한다. 앞서 열린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는 역대 최다국 참여 및990대1의 경쟁 기록을 세웠다. 수상작은 비엔날레 기간 동안 일반에 공개될 예정으로, 한국은 물론 국제적인 공예 디자인의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만하다.

제10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장소 대구문화예술회관 1~13전시실 등
기간 2025.09.04 – 11.02
웹사이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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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 대구문화예술회관은 지난 3월, 파리 ‘포토 데이즈(Photo Days)’의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으로 알려진 엠마뉘엘 드 레코테를 제10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총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주제는 ‘생명의 울림’으로, 모든 생명체가 상호 협력하고 공생하는 미래 지질 시대를 의미하는 공생세(Symbiocene)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공생세는 호주 환경철학자 글렌 올브리치가 제안한 용어로, 인류세 이후 인간과 자연이 갈등이 아닌 협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균형을 이루는 시대를 지향한다. 구기정, 다니엘 오테로 토레스 , 박형렬, 정연두, 제인 진 카이젠 & 거스턴 손딘쿵, 히샴 베라다 등 약 80명의 작가가 참여해 총 500여 점에 이르는 사진, 영상, 설치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최 측은 올해부터 입장권 유료화와 도록 판매 등 운영방식에 변화를 주었다고 밝혔다.

2025 바다미술제

장소 다대포해수욕장, 몰운대, 고우니 생태길, 다대소각장, (구)몰운 커피숍
기간 2025.09.27 – 11.02
웹사이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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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한국과 독일,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김금화, 베르나 피나(Bernard Vienat), 김사라를 지난 2월, 공동 감독으로 선임하고 행사를 준비해왔다. ‘물 위를 걷는 물결들’을 주제로 열리는 2025 바다미술제는 바다의 리듬이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그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어떻게 공동의 인식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질문한다. 원주민 출신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세바 칼푸케오(Seba Calfuqueo),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조형섭, 안무가이자 무용가인 안나 안데렉(Anna Anderegg), 김상돈, 최원교 등 국내외 여러 작가들이 37일간의 여정에 함께 한다. 바다미술제는 낙동강 담수와 남해 해수가 만나는 다대포해수욕장을 비롯해 고우니 생태길, 다대소각장 등, 생태계의 흔적과 도시 산업화의 영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활용해 특별한 풍경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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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Plastique Fantastique), Polymeter, 2025, TPU 필름, PBSA 필름, 해조류로 만든 바이오 필름, 송풍기, 지름 6m.
사진 제공_(사)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이 밖에도 9월은 여러 굵직한 전시가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2025아시아프(8.26-9.7 문화역서울284),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9.26-10.26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북예술회관 및 전북특별자치도 일원), 아르코데이(8.26-9.7 아르코미술관 공간열림, 아르코예술극장), 올해의작가상 2025(국립현대미술관 서울 3,4,5전시실), 이불:1998년 이후(9.4-26.1.4 리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 《봄의 선언》(9.5-26.2.22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1관) 등이 그 예다. 계절이 모습을 바꿔가는 이 시간, 미술을 즐기고 싶다면 각 기관의 전시 일정을 확인하고 걸음을 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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