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보위의 예술적 정체성을 망라한 박물관

2025년 9월 개관할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데이비드 보위 센터

뮤지션, 배우, 작가이자 뛰어난 퍼포머였던 팝 스타 데이비드 보위의 예술적 정체성을 한데 모은 공간이 대중에게 공개된다.

데이비드 보위의 예술적 정체성을 망라한 박물관

지난 2016년 세상을 떠난 팝 스타 데이비드 보위의 예술 세계와 활동 내용을 아카이빙한 박물관이 일반에 공개된다. 오는 9월 13일부터, 영국 런던에 있는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ictoria and Albert Museum 이하 V&A)의 이스트 스토어하우스에 데이비드 보위 센터(David Bowie Centre)가 문을 여는 것. 아카이브를 보관하는 공간과 전시 및 공연 공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곳은 보위의 작품 세계와 그의 개인적인 삶, 그리고 그가 전 세계 대중문화에 남긴 영향과 유산을 보존하고 살펴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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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ddin Sane’ 앨범 커버 컨택트 시트 (1973) © Duffy Archive, © The David Bowie ArchiveTM

V&A는 뮤지션, 배우, 작가이자 놀라운 퍼포머이기도 했던 보위의 다양한 예술적 정체성을 망라하는 자료들을 지난 9년 동안 수집해 왔다. V&A가 영구 보존 및 전시할 계획으로 보관 중인 자료는 현재 9만 점 이상이다. 먼저 일기, 가사, 대본 등 직접 쓴 창작 관련 메모들과 콘셉트 드로잉, 앨범 커버 드로잉, 동료 아티스트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 팬들로부터 받은 편지와 그림 등 종이 자료들을 사진으로 찍어 목록화한 것이 7만 점 가량이다. 세트로 제작된 의상과 액세서리 400여 점, 악기와 앰프 등 오디오 장비 150여 점, 여러 음악상 수상과 관련된 물품 180여 점, 그밖에도 머천다이즈로 만들었던 티셔츠와 포스터, 소품, 무대 장치 등 투어 관련 물품들, 보위의 얼굴을 본따 만든 라이프 마스크, 보위가 사용하던 가구 등도 있다. V&A는 여전히 자료를 수집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목록화를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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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프레디 뷰레티가 디자인한 알라딘 세인 재킷 © Victoria and Albe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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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프레디 뷰레티가 디자인한 알라딘 세인 재킷 © Victoria and Albert Museum

전시는 9개의 작은 전시와 설치 작품들로 구성된다. 게스트 큐레이터로 보위와 협업했던 프로듀서 겸 작곡가 나일 로저스(Nile Rodgers)와 브릿 어워드 수상 경력이 있는 록 밴드 더 라스트 디너 파티(The Last Dinner Party)가 참여했다.

로저스는 보위의 1983년 앨범 ‘Let’s Dance’, 1993년 ‘Black Tie White Noise’를 프로듀싱했으며 그외 히트 싱글에서도 작곡, 연주, 프로듀싱에 참여한 바 있다. 로저스는 자신과 보위가 협업했던 앨범 관련 물품 위주로 전시물을 선정했다. 보위가 오페라 ‘라 보엠’과 뮤지컬 ‘주트 수트’의 뉴욕 공연에서 영감을 받아, 해당 공연들의 의상 디자이너였던 피터 J. 홀에게 의뢰해 맞춤 제작했던 1983년 ‘Serious Moonlight’ 투어 의상용 정장, ‘Black Tie White Noise’에 관해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들, 그리고 당시 녹음실에서 동료 아티스트들과 함께 찍은 현장 사진 등이다. 그는 “비틀즈 이후 지난 60년간의 음악을 돌아볼 때, V&A에 단 한 명의 아티스트만 있어야 한다면 그건 데이비드 보위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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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S 신디사이저 사용자 매뉴얼 (1977) (이미지 제공. Victoria and Albert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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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J. 홀이 디자인한 ‘Serious Moonlight’ 투어 의상. (1983) (이미지 제공. Victoria and Albert Museum)

더 라스트 디너 파티는 멤버 모두가 보위에게서 창작과 퍼포먼스에 관한 영감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전시물도 보위의 아카이브 중 현재의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자기 표현에 관한 영감을 주는 물건들을 선정했다. 1975년 앨범 ‘Young Americans’의 수록곡 ‘Win’의 가사를 정교한 손글씨로 직접 쓴 노트, 1976년 ‘Station to Station’ 앨범 발매 후 진행한 ‘Isolar’ 투어를 위해 쓴 글과 세트리스트, 보위가 소장했던 일렉트로닉 뮤직 스튜디오(EMS) 신시사이저의 사용자 매뉴얼, 이른바 ‘베를린 3부작’이라 불리는 1970년 발매 ‘Low’, ‘Heroes’, ‘Lodger’ 앨범에서 사용한 슈트케이스 건반 등이다. 이들은 “보위가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과정, 또 소외되었거나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고 큐레이션에 참가한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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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위가 쓴 ‘Station to Station’ 앨범 투어 세트리스트 (1976) © The David Bowie ArchiveTM

전시될 인쇄물과 영상물 가운데에는 조지 오웰의 ‘1984’를 각색하는 아이디어와 일부 앨범의 영화 버전 아이디어 등 그의 미발표 및 미완성 프로젝트들도 포함되어 있다. 전시는 보위가 퓨처리즘, 기술, SF에 대해 가졌던 관심 역시 조명하며, 그의 페르소나인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와 알라딘 세인(Aladdin Sane)에 대해서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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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d Man Walking’ 뮤직비디오 컨택트 시트 (1997)

데이비드 보위 재단, 블라바트니크 가족 재단, 워너 뮤직 그룹, 하우스 오브 워스(House of Worth),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아카이브 등 다양한 예술 분야 기관들이 기증 과정에 참여했다. V&A는 전시를 큐레이션할 때 지역 프로그램을 통해 18~25세의 청년들의 의견을 참고했다며, 센터가 다음 세대의 창의적 인재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입장료는 무료다. V&A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미리 예약한 후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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