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 착륙한 젠틀몬스터의 미래 실험

하우스 노웨어 서울(HAUS NOWHERE SEOUL) 오픈

성수동의 스카이라인을 따라 눈길을 옮기다 보면 건물들이 저마다 가장 개성이 더 강하다고 주장하는 듯한 생각이 든다. 그 치열한 풍경 속에 또 하나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더해졌다. 몇 년 전부터 소문이 무성하던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신사옥 ‘하우스 노웨어 서울(HAUS NOWHERE SEOUL)’이 드디어 문을 연 것.

성수동에 착륙한 젠틀몬스터의 미래 실험

HAUS NOWHERE SEOUL COVER
성수동에 새로 오픈한 하우스 노웨어 서울(HAUS NOWHERE SEOUL)

성수동의 스카이라인을 따라 눈길을 옮기다 보면 건물들이 저마다 가장 개성이 더 강하다고 주장하는 듯한 생각이 든다. 그 치열한 풍경 속에 또 하나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더해졌다. 몇 년 전부터 소문이 무성하던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신사옥 ‘하우스 노웨어 서울(HAUS NOWHERE SEOUL)’이 드디어 문을 연 것.

하우스 노웨어 서울 외관 전경

하우스 노웨어는 ‘어디에도 없는 공간’을 뜻한다. 기존 리테일 공간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미래 리테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과감하게 제안하는 브랜드다. 서울 도산, 중국 상하이, 선전에 이어 네 번째로 성수에 선보인 이 공간을 건물 외관부터 층별 내부, 그리고 설치 작품까지 함께 살펴보자.

​외관

하우스 노웨어 서울은 조감도가 공개될 때부터 ‘브루탈리즘의 부활’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프랑스어 béton brut(가공되지 않은 콘크리트)에서 유래한 브루탈리즘은 재료의 원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태도를 특징으로 한다. 노출 콘크리트 격자 골조, 과감한 매스, 커튼월 파사드가 결합된 건물은 브루탈리즘 건축의 전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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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노웨어 서울 외관 전경

설계는 더 시스템 랩이 맡아 진행했다. 건물은 위로 갈수록 서로 다른 매스가 드러난다. 마치 전혀 다른 형태들이 층층이 쌓여있는 듯한 형태를 띄고 있다. 아랫부분은 원형으로 마감되어 공중에 떠 있는 우주선 같은 미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간층에서는 X자 형태의 버팀대와 수평, 수직 구조가 반복되며 긴장감 있는 리듬을 만들며, 보는 각도에 따라 교차하는 패턴이 다르게 보여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상부는 날렵하게 꺾인 투명한 박스형 매스로 마무리되어 있다.

1F, PROJECT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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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내부 공간 전경. 로봇 조형물부터 단잠에 든 커다란 닥스훈트 조형물이 마치 미래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건물의 내부는 ‘되돌아온 미래(Back to the Future)’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1층으로 들어가면 각종 미래적인 오브제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커다란 로봇 조형물부터 템버린즈의 새로운 라인 ‘선샤인(SUNSHINE)’을 상징하는 단잠에 든 닥스훈트까지. 이 거대한 조형물들이 움직이며 공간 전체가 마치 미래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1층은 시기에 따라 다양한 프로젝트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하우스 노웨어 서울에서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부터 프래그런스 브랜드 탬버린즈(TAMBURINS), 패션 헤드웨어 브랜드 어티슈(ATiiSSU),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NUDAKE), 테이블웨어 브랜드 누플랏(NUFLAAT)까지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운영하는 모든 브랜드를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공간마다 브랜드 철학이 스며든 디자인과 조형물이 배치되어 디테일을 찾아보는 재미는 덤이다.

2F. GENTLE MONSTER

하우스 노웨어 서울 2층 젠틀몬스터 매장 전경

2층은 젠틀몬스터의 매장으로 꾸며져 있다. 현재는 아이웨어(Eyewear)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2025 볼드 컬렉션(BOLD COLLECTION)을 기념해 팝업이 진행 중이다. 신사옥의 비대칭적 건축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아, 중앙에는 미래적인 구조물이 자리해 움직이고 있다. 2층 곳곳에는 거대한 인간 조형물과 로봇 팔, 얼굴에 가면을 쓴 로봇이 배치되어, 공간 전체를 미래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 연출은 공간의 다양한 디테일로 이어진다. 템버린즈 보타리 라인의 상징이었던 버섯 조형물부터 볼드 컬렉션의 심볼을 반복한 패턴 디테일까지 공간 전반을 채우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선명하게 한다. 건물의 외관과 쇼룸 내부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젠틀몬스터 특유의 실험적 세계관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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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F. TAMBURINS , ATiiSSU, NUFLAAT

3층은 ‘탬버린즈’와 ‘어티슈’, 그리고 새롭게 선보이는 테이블 웨어 브랜드 ‘누플랏’이 함께 있는 공간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누플랏의 위트 가득한 식기와 컵을 만나볼 수 있다. ‘Dress Your Table’은 말 그대로 식탁을 꾸민다는 뜻이지만, 누플랏은 이를 통해 테이블웨어를 패션 오브제처럼 즐기며, 식사 순간에 창의적인 연출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처음으로 선보인 ‘네일(Nail)’ 컬렉션에서는 컵, 포크, 플레이트 등에 네일 아트 스타일의 디테일이 있어 독특한 미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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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탬버린즈 매장 전경. 이번 시즌 테마에 맞춰 다양한 키 링과 퍼퓸 디자인을 출시했다.

탬버린즈는 햇살 가득한 오후, 담요 위의 낮잠과 숲속을 달리는 꿈의 이미지를 향으로 구현한 두 가지 향으로 출시했다. 하나는 햇빛이 비치는 숲을 연상시키는 청량하고 맑은 향인 ‘Sunshine’, 또 하나는 포근하고 따뜻한 무드의 향인 ‘Puppy’다. 패키징은 유리로 된 ‘발(paw)’ 모양의 병뚜껑과 강아지 뼈(bone) 모티프를 비롯해, 병 마감이나 키 링 디자인까지 이번 시즌 테마에 맞춰 제작되었다. 탬버린즈는 1층, 3층 두곳에 있으며, 1층에는 ‘Sunshine AI TwinLook’이라는 콘텐츠도 마련되어 있다. 방문객이 입은 옷을 인식해 강아지와 트윈 룩으로 매칭해주는 AI 기반 사진 촬영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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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웨어 브랜드 어티슈는 ‘트래커 컬렉션(Tracker Collection)’을 통해 새로운 탐험자의 이미지를 제시한다. 탐험자적 시선을 담아낸 이 헤드웨어 라인은, 아직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간 여정의 흔적을 디자인 요소로 섬세하게 재해석했다. 하우스 노웨어에 오픈한 두 번째 스토어는 ‘모험’이라는 콘셉트를 공간 디자인까지 확장했다. 제품과 우드와 메탈을 소재로 한 설치 오브제가 어우러져 공간 전반에서 어티슈만의 미감을 보여준다.

5F. NUDAKE TEA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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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의 누데이크 티 하우스 전경

누데이크는 케이크와 디저트 등의 기존의 영역에서 확장하며 티 하우스를 오픈했다. 3층 매장 한편에 마련된 디스플레이 따라 이동하면 5층에서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마치 웨스 앤더슨 영화 속 장면처럼 정교하게 연출된 미장센이 눈앞에 펼쳐지며 누데이크 특유의 감각적인 세계관이 공간 전체를 감싼다. 이번에 누데이크가 선보이는 티 라인의 콘셉트는 ‘센티드 티(Scented Tea)’로 향과 티를 블렌딩해 오감을 자극하는 컬렉션을 제안한다. 여기에 어울리는 디저트 페어링까지 맛볼 수 있어, 티 하우스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준비했다.

누데이크 티 하우스에서 맛볼 수 있는 티 페어링 디저트

Art Project. Max Siedentopf × HAUS NO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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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시덴토프(Max Siedentopf)의 〈More Is More〉

하우스 노웨어는 서울 공간을 오픈하며 아트 프로젝트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첫 시작을 함께 한 작품은 사진, 조각, 설치, 영상 아티스트이자 에미상 수상 감독인 막스 시덴토프(Max Siedentopf)와 협업한 작품 〈More Is More〉. 수많은 검은 비닐봉지가 파도처럼 부풀고 가라앉으며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 중앙에는 황금빛 봉지를 움켜쥔 노인의 조각상이 기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아트 프로젝트는 브랜드의 철학을 확장하며, 일상 환경 속에서 예기치 못한 예술적 경험을 제안하려는 시도다. 향후에도 국내외 다양한 아티스트 후원을 이어가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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