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업 공간 8

베르사유 건축상(Prix Versailles)이 선정한 8곳의 상업공간

9월 베르사유 건축상에서는 8곳의 가장 아름다운 상업 공간을 선정해 발표했다. 애플부터 티파니, 까르띠에 등 다양한 브랜드 공간들과 서점, 복합문화공간까지 이름을 올렸다. 선정된 공간들은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지역 문화를 건축적으로 풀어내며, 상업 공간을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확장한 곳들이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업 공간 8

매장 디자인과 매출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매출이 낮던 매장이 내부 공간을 리뉴얼하며 매출이 상승하는 경우가 꽤나 많을 정도로 공간의 분위기와 동선, 조명, 소재 등은 소비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된다. 또, 아름답고 편안하게 디자인된 공간은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 경험은 곧 매출과도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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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 건축상 로고

베르사유 건축상(Prix Versailles)은 매년 공공 공간부터 문화, 상업공간까지 다양한 공간에 수여되는 건축상이다. ’건축계의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권위 있는 이 상은 건물의 외관뿐 아니라, 공간이 담고 있는 사회, 문화적 의미를 함께 평가한다. 수상작은 세계 각지의 건축과 디자인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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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 건축상 선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업공간 8’ 리스트

9월 베르사유 건축상에서는 8곳의 상업 공간을 선정했다. 애플부터 티파니, 까르띠에 등 다양한 브랜드 공간들과 서점, 복합문화공간까지 이름을 올렸다. 선정된 공간들은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지역 문화를 건축적으로 풀어내며, 상업 공간을 하나의 문화 경험으로 확장한 곳들이다. 선정된 8곳의 장소 중 3곳이 12월 월드 타이틀(World Title) 발표를 통해 수상하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아름다운 상업공간으로 선정된 공간들을 함께 살펴보자.

Car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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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 위치한 까르띠에(Cartier) 매장 외부 전경 © Cartier

처음으로 소개할 곳은 벨기에에 위치한 까르띠에 매장이다. 2024년, 프리드만 & 베르사체(Friedmann & Versace)의 리노베이션을 거친 까르띠에 컬렉션 공간이 새롭게 공개됐다. 이 프로젝트는 ‘장인정신의 정원(Garden of Artisanal Crafts)’이라는 주제로 꽃의 디테일로 장식된 공간을 선보인다. 공간은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들과 건축가 빅토르 오르타(Victor Horta)에서 영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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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 위치한 까르띠에(Cartier) 매장 내부 전경 © Cartier

까르띠에와 벨기에의 인연은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을 위해 두 개의 티아라를 제작하며 현지 왕실과 관계를 맺었다. 이번 리노베이션은 그 역사적 연결고리를 이어가며 까르띠에의 상징적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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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 위치한 까르띠에(Cartier) 매장 내부 전경 © Cartier

프로젝트에는 여러 창작자가 참여했다. 회화와 조각을 경계를 허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블런델 & 테리앙(Blundell & Therrien) 스튜디오’는 라켄 왕립 온실(Royal Greenhouses of Laeken)에서 영감을 받아 까르띠에의 상징, 팬서를 묘사한 저부조(bas-relief) 작품을 제작했다. 공간 중앙에는 울창한 수관을 연상시키는 샹들리에가 설치되었으며, 그 위에는 까르띠에의 아이코닉한 ‘투티 프루티(Tutti Frutti)’ 모티프가 장식되었다. 또한 바닥에는 수련을 형상화한 모자이크 패턴의 원목 마루가 시각적 몰입감을 강화한다. 그리고 이번 리노베이션은 디자인적 요소뿐 아니라 친환경적 책임도 고려되었다. 최적의 관리와 대체 소재 활용을 통해 공간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완성되었다.

리노베이션 프리드만 & 베르사체(Friedmann & Versace)
참여 작가 블런델 & 테리앙(Blundell & Therrien)

Louis Vuitton Taikoo H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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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이 상하이에서 선보인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 ‘더 루이스(The Louis)’ © Louis Vuitton

중국에서는 두 곳이 선정되었다. 루이 비통(Louis Vuitton)이 상하이에서 선보인 여객선 콘셉트의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 ‘더 루이스(The Louis)’가 첫 주인공. 선체는 루이비통의 모노그램으로 장식되어 있어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드러낸다. 내부에는 매장과 카페, 그리고 ‘비저너리 저니즈(Visionary Journeys)’ 라는 몰입형 전시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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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 플래그십 스토어 ‘더 루이스(The Louis)’ 내부 전경 © Louis Vuitton

전시는 OMA의 시게마츠 쇼헤이(Shigematsu Shohei)가 연출을 맡았다. 관람객은 여덟 개의 테마룸을 순회하며 브랜드의 유산, 혁신, 감성을 볼 수 있다. 오리진(Origins), 보야주(Voyage), 퍼퓸(Perfume),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원고를 보관했던 메종의 트렁크 전시가 포함된 북스(Books), 스포츠(Sport), 아이코닉 핸드백의 진화 과정에 대해 소개하는 패션 & 레더굿즈(Fashion & Leathergoods), 워크숍(Workshop)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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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 플래그십 스토어 ‘더 루이스(The Louis)’ 내부 전경 © Louis Vuitton

‘더 루이스’는 쇼룸과 카페, 체험형 전시가 결합된 새로운 플래그십으로 자리 잡았다. 여덟 개의 테마룸과 따뜻한 인테리어는 루이 비통의 헤리티지와 리테일 공간의 신선함을 담아낸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기능한다.

전시 연출 시게마츠 쇼헤이(Shohei Shigematsu) / OMA (Shanghai, China)

Tianjin Zhongshu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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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진 중수거 서점(Tianjin Zhongshuge) 외부 전경 © X+Living

​브랜드의 매장이 아닌 서점도 아름다운 상업공간으로 선정되었다. 도시의 이탈리아풍 지구에 자리한 톈진 중수거 서점(Tianjin Zhongshuge)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서점이다. 이 공간은 항저우를 비롯해 여러 서점을 설계한 건축사무소 ‘X+Living’이 디자인했다. 건물 전체를 리노베이션 해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면서, 100년 된 붉은 벽돌 건물들이 즐비한 주변 환경과 어울리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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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진 중수거 서점(Tianjin Zhongshuge) 내부 전경 © X+Living

벽돌과 금속 같은 전통적 소재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공간 전체에 무게감을 더했다. 또한 블라인드에서 착안한 가로선 형태의 틈새는 단단한 벽면을 잘게 나누어 부드럽게 보이게 하고, 빛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 내부에는 거대한 아치형 입구가 층층이 이어져 압도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질서 있게 배열된 이 구조는 관람객에게 자연스러운 길잡이가 되어준다. 또한 청색 톤과 곡선 라인으로 톈진 항구를 따라 이는 파도를 은유하며, 지역적 정체성과 시각적 상징을 동시에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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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진 중수거 서점(Tianjin Zhongshuge) 전경 © X+Living

​설계 X+Living

Tiffany & Co. Montenapole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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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패션 지구에 위치한 티파니앤코(Tiffany & Co.)의 플래그십 스토어 © Tiffany & Co.

티파니앤코(Tiffany & Co.)가 밀라노 패션 지구(Quadrilatero della moda)의 중심부, 19세기 신고전주의 양식의 ‘팔라초 타베르나(Palazzo Taverna)’에 유럽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새롭게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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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패션 지구에 위치한 티파니앤코(Tiffany & Co.)의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전경 © Tiffany & Co.

티파니 블루빛을 띄는 베네치아 수공예 ‘무라노 유리’를 사용해 아치형 윈도우를 장식했다. 이 장식은 브랜드의 상징적인 디자인과 밀라노 특유의 세련된 감각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한다.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가 건물 전체 세 개 층을 아우르며 티파니의 예술, 역사,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공간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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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패션 지구에 위치한 티파니앤코(Tiffany & Co.)의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전경 © Tiffany & Co.

층별 구성도 뚜렷하다. 1층에는 배우 리처드 버튼(Richard Burton)이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에게 선물한 브로치를 비롯한 아카이브 보물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홈 & 실버 컬렉션이 마련되어 있다. 3층에는 다이아몬드와 워치 갤러리, 그리고 프라이빗 살롱으로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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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패션 지구에 위치한 티파니앤코(Tiffany & Co.)의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전경 © Tiffany & Co.

공간적 디테일 역시 돋보인다. 유리 계단과 거대한 스카이라이트가 중정을 밝히며 자연광을 내부로 끌어들이고, 피카소, 워홀, 카푸어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과 이탈리아 장인들의 정교한 소재가 더해졌다. 이런 요소들이 융합되며 미국적인 화려함과 이탈리아적인 우아함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공간이 완성되었다.

설계 피터 마리노 건축사무소(Peter Marino Architect)

Rolex Gin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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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Rolex) 긴자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전경 © Curiosity / Rolex

일본에서도 총 두 곳이 선정되었다. 그중 먼저 소개할 공간은 롤렉스가 새로이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이곳은 브랜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일본 특유의 디자인 감성을 결합해 특별한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매장은 총 4층, 1,000㎡ 이상 규모로 디자인은 스튜디오 ‘Curiosity’가 맡았다. 외관은 롤렉스의 상징색인 딥 그린 컬러를 활용해 거리 전체로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듯한 파사드를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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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Rolex) 긴자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전경 © Curiosity / Rolex

입구를 지나면 방문객은 차분한 분위기의 내부 공간으로 들어선다. 1층에는 시계 메커니즘의 정밀함을 보여주는 원형 전시 공간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여러 개의 라운지와 익스클루시브 바가 이어진다. 프라이빗 공간은 일본 장인들이 만든 전통 소재로 꾸며져 세련된 일본식 럭셔리를 표현한다. 지하에는 롤렉스의 기술력과 장인정신을 소개하는 실험실이 마련되어 있다. 방문객은 이곳에서 롤렉스가 지닌 기술과 철학을 체험하며 브랜드 세계관으로 들어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설계 스튜디오 Curiosity

Toraya Ginza Buil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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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야 긴자 빌딩(Toraya Ginza Building) 외부 전경 © Kajima Design

높이 56m에 이르는 ‘토라야 긴자 빌딩(Toraya Ginza Building)‘. 긴자의 중심에 들어선 이 공간은 일본 전통 과자 브랜드 ‘토라야(Toraya)’의 이름을 따 지었다. 설계는 가지마(Kajima)와 나이토(Naito) 건축팀이 맡아 진행했으며, 긴자 거리 풍경에 새로운 활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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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야 긴자 빌딩(Toraya Ginza Building) 외부 전경 © Kajima Design

빌딩은 다양한 브랜드와 문화 공간이 공존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1층부터 3층까지는 발렌시아가(Balenciaga)가 입점했고, 5층에는 도자기 아트 갤러리인 ‘긴자 구로다 도우엔(Ginza Kuroda Touen)’이 들어섰다. 토라야는 4층, 11층, 12층을 사용해 카페, 레스토랑, 바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또, 건물은 층별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되었다. 4층과 5층을 잇는 두 층 규모의 테라스는 긴자 거리의 활기찬 분위기와 바람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옥상 정원은 12층까지 이어져 탁 트인 파노라마 뷰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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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라야 긴자 빌딩(Toraya Ginza Building) 외부 전경 © Kajima Design

풍부한 채광과 투명한 구조, 따뜻한 색감, 입체와 여백의 조화를 통해 완성된 토라야 긴자 빌딩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긴자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설계 카지마 앤 나이토 (Kajima and Naito) 건축사무소

Apple The Exchange T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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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 라자크 익스체인지(Tun Razak Exchange, TRX)에 들어선 말레이시아 최초의 애플 스토어 외부 전경 © Apple

말레이시아 최초의 애플 스토어가 쿠알라룸푸르의 신도심 프로젝트인 ‘툰 라자크 익스체인지(Tun Razak Exchange, TRX)’ 내 쇼핑몰 ‘더 익스체인지 TRX(The Exchange TRX)’에 들어섰다. 설계는 ‘포스터 +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맡아 진행했다. 정사각형 지붕(26.5 x 26.5m)은 돔처럼 빛나며, 원을 사각형 안에 담는 듯한 새로운 형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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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애플 스토어 내부 전경 © Apple

말레이시아의 열대 기후에 맞춰 외관에는 얇은 세로 구조물(핀 구조)이 설치됐다. 이 구조물은 블라인드처럼 햇빛을 조절해 건물 안의 넓은 실내 광장으로 들어오는 빛을 부드럽게 한다.

매장은 총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아래층은 전시 테이블이 놓여 몰 내부와 직접 연결되고, 방문객은 투명한 유리와 석영으로 만든 계단이나 유리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위층으로 이동할 수 있다. 최상층에는 무성한 열대 정원이 마련되어 다양한 볼거리와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공간구성은 말레이시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완성됐다. 방문객은 서로 연결된 다양한 공간을 경험하며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설계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

Longchamp So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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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소호의 ‘라 메종 유니크(La Maison Unique)’ 롱샴 매장 내부 전경 © Longchamp

뉴욕 소호(SoHo)에 자리한 ‘라 메종 유니크(La Maison Unique)’는 20년 넘게 롱샴(Longchamp)의 최신 컬렉션을 소개해왔다. 1936년에 지어진 800㎡ 규모의 로프트 건물(옛 공장형 건물을 개조해 만든 큰 오픈형 공간)로 2025년 4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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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소호의 ‘라 메종 유니크(La Maison Unique)’ 롱샴 매장 내부 전경 © Longchamp

리뉴얼은 2006년에도 공간 변화를 주도한 ‘토머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맡아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했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55톤의 강철로 만든 계단 구조물이다. ‘더 랜드스케이프(The Landscape)’라고 불리는 이 계단은 언덕을 오르는 듯한 유기적 흐름을 담았다. 방문객에게 신선한 비주얼과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또, 롱샴의 상징색인 ‘뤼미에르 그린(Lumière green)’ 컬러를 사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욱 명확하게 한다. 기둥을 타고 흐르는 페인트처럼 보이는 러그, 곡선 라인을 활용한 디테일 등이 더해져 공간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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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소호의 ‘라 메종 유니크(La Maison Unique)’ 롱샴 매장 내부 전경 © Longchamp

산업적 정체성을 지닌 소호라는 지역의 맥락을 반영하면서도, 거친 소재와 넓은 공간, 창의적인 공간 활용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매력을 전달하는 공간이 되었다. 독창적인 디자인 경험을 더한 리뉴얼로 매장은 이름 그대로 진정한 의미의 ‘유니크’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설계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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