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여름 사이, 놓치지 말아야 할 국내 아트페어 5

2024 미술시장의 현주소는?

국내 미술시장 현황과 현안을 살펴본다. 가장 이른 시점인 4월과 5월에 놓치지 말아야 할 아트페어와 하반기에 기대를 모으는 아트페어를 모아본다.

봄과 여름 사이, 놓치지 말아야 할 국내 아트페어 5

바야흐로 아트페어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이달 개최된 화랑미술제,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에 이어 ART OnO, 대구국제아트페어(Diaf), 아트부산, 아트페스타 등 살펴볼 만한 행사가 연이어 예정되어 있다. 아시아 미술시장의 메카로서 3월 말 열린 아트바젤 홍콩은 세계 경기 침체의 여파로 부진한 성과를 보였으나, 국내 미술시장의 열기를 잠재우기에는 아직 이르다. 서울옥션의 낙찰 총액이 16개월 만에 100억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 화랑미술제의 관람객이 58,000명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뉴스, ART OnO와 같은 신생아트페어의 등장 및 계속 향상 중인 MZ 세대의 구매력과 관람 수준이 이에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아트페어이자 오는 9월 동시 개막할 프리즈 서울에 대한 준비도 열렬한 관심 속에 더해지고 있다.

경기 불황 속에서도 아트페어 개막은 계속?

한국미술시장의 현황은 어떨까?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하는 『미술시장 조사』 미술시장의 규모는 2022년 기준 8,066억 원(거래액을 공개하지 않는 프리즈 서울 제외)으로 그중 아트페어는 30.8%의 경제 규모를 담당한다(화랑 45.5%, 경매 23.7%). 거래 작품 수로 보면 연중 60,782점이 거래되었는데, 아트페어에서 전체 절반이 넘는 54.5%의 작품이 오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화랑 26.0%, 경매 19.4%). 현재의 아트페어는 고가의 가격대를 형성한 블루칩 작가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신진 및 유망작가의 글로벌 마켓 등용문으로 점차 그 역할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화랑미술제의 경우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줌인)’코너를 통해, 아트부산의 경우 ‘ART ACCENT(아트 악센트)’와 ‘FUTURE(퓨처)’ 섹션을 통해 이를 매개해 왔다. 지난 프리즈 서울의 성과 중 하나도 ‘포커스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드’ 등 프로그램을 통한 유망작가들의 글로벌 마켓 입성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연희아트페어, 더 프리뷰 성수와 같은 소형 아트페어에서는 시장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많이 보게 된다. 소형 화랑의 참가 비율이 높은 만큼 형성된 가격대도 비교적 합리적이다. 올해 연희아트페어는 예비컬렉터를 위한 모임 ‘아트러버 캠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신흥 구매층의 참여를 촉진하고 있다. 한편, 화랑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 작가가 직접 구매자를 만나는 작가미술장터도 있는데 PACK, bac 아트페어, 예술하라 예술편의점 등이 그렇다.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기관인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직거래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의 대상으로 운영된 경험이 있는 등 미술 생태계 다양성을 위한 공적 지원과도 연결된다.

2022년 기준 국내 아트페어의 수는 72개에 이른다. 여기에 참여한 작가 수는 19,000명, 관람객 수는 1백만 명을 넘어섰다. K-아트의 저력에 동참하려는 열망과 동시에,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의 고난을 겪고 있는 우리 미술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 지표가 될 올해의 아트페어가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주요 내용과 이슈를 하나씩 살펴보자.


4~5월에 놓치지 말아야 할 국내 아트페어

ART OnO

일정 | 4월 19일 – 21일(18일 프리뷰)
장소 | SETEC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30대의 젊은 컬렉터 노재명 대표가 주도하는 아트 오앤오는 ‘Young and Fresh but Classy’라는 가치를 내걸고 출발한다. 페레스 프로젝트, 에스더 쉬퍼, 펄 램 갤러리, 가나아트 등 국내외 40여 개 화랑이 참가하며 강연과 아티스트 토크 등 부대 프로그램도 예정되어 있다. 신흥 아트페어로서 어떤 저력을 보일지 귀추를 모으고 있다.


연희아트페어

일정 | 4월 12일 – 21일
장소 | 연희동 일대 15곳 갤러리
인스타그램

2020년부터 시작된 연희아트페어는 연희동을 거점으로 운영되는 여러 갤러리의 연합으로 주최되는 연례 아트페어다. 대형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여느 아트페어와 달리 길거리를 거닐며 지역 특색과 공간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 올해는 갤러리민트, 갤러리인, 갤러리인HQ, 갤러리호호, 다다프로젝트, 소노아트, 십의엔승, 아터테인, 예술공간의식주, 플랫폼팜파, 플레이스막2, 플레이스막3, 투라이프, 씨엠지지컬렉션, 씨엠지지라운지가 참여한다. 홍연길 따라 위치한 갤러리의 전시를 관람하고, 골목의 먹거리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별도의 입장료가 없고, 작품가도 비교적 합리적인 만큼 부담 없이 행사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이점이다.


브리즈 아트페어

일정 | 4월 19일 – 21일 (1부, 프리뷰 18일)
4월 26일 – 28일 (2부, 프리뷰 25일)
장소 |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F
홈페이지

2012년 합정동 카페 엔트러사이트에서 시작해 이후 블루스퀘어 네모, 서울혁신파크 창고, 세종문화회관 등 장소를 옮겨가며 개최된 브리즈아트페어는 공모를 통해 작가를 발굴하며 작품과 컬렉터를 연결하고 있다. 올해에는 928명의 작가가 지원했으며, 글로벌 트랙을 통해 해외의 신진 작가도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었다. 매년 2명의 작가가 심사위원 및 고객 반응을 고려해 브리즈프라이즈 수상자로 꼽힌다. 올해의 수상 작가는 누가 될까? 올해 행사에 참여하는 96명의 작가, 1,000여 점의 작품 중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은 어떤 것인지, 또 명예의 전당에 오를 작품은 무엇일지 가늠해 보자. 매해 브리즈아트페어의 약 25%의 구매자가 작품을 처음 구입하는 초보 컬렉터로 알려져 있는 만큼, 뉴 컬렉터에게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작품 가격대는 15만 원에서 3천만 원 이상까지 다양하니 참고하자.


Diaf(디아프)

일정 | 5월 3일 – 5일 (프리뷰 2일)
장소 | EXCO Hall 4, 5, 6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2008년 처음 개막한 대구국제아트페어는 사단법인 대구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행사로, 2022년부터는 Diaf(Daegu International Art Fair)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내걸었다. 올해 Diaf는 11월 개최되던 예년과 달리 5월에 열릴 계획으로 변화 추이에 관심이 모아진다. 갤러리 분도 등 대구지역 화랑을 포함한 국내외 110여 개 화랑의 부스가 준비 중에 있다. 현장 강연 프로그램의 유튜브 생중계, 행사장인 EXCO와 대구미술관을 오갈 수 있는 대구시티투어버스를 연계 등 관람 편의를 도모한다. 2023년부터 꺾임 추세가 완연한 미술시장의 흐름 가운데 주최 측의 열망대로 글로벌 아트마켓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가 적절한지, 지역 미술계의 방향성이 어떤지 살펴볼 기회도 될 것이다.


아트부산 2024

일정 | 5월 10일 – 12일 (프리뷰 9일)
장소 | BEXCO 1전시장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2012년 아트쇼부산으로 출발한 아트부산은 올해로 13회를 맞이하며, 올해는 전 세계 20개국 127개 갤러리가 참여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박서보, 하종현, 김윤신,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칸디다 회퍼Candida Hofer,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제니 홀저Jenny Holzer, 줄리안 오피Julian Opie를 소개한다. PKM갤러리는 2024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대표 작가인 구정아 작가의 작품을 공개인다. 학고재 갤러리는 이배, 전광영, 강요배, 송현숙, 장승택 작가를, 가나아트는 시오타 치하루Shiota Chiharu의 단독 부스를, 갤러리현대는 토마스 사라세노Tomás Saraceno와 로버트 인디에나Robert Indiana 등 작품을 선보이는 등 굵직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더불어 갤러리밈, 갤러리인, 별관, 페이지룸8 등 아트부산에 첫 참가하는 26개 갤러리 목록도 눈에 띈다.

아트부산은 행사가 진행되는 5월 둘째 주 기간에 맞춰, 지역 공간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꾸렸다. 조현화랑, 국제갤러리, 서정아트, 미들맨 갤러리 등 지역 대표 갤러리를 비롯한 문화·휴양 시설을 안내하는 가이드북을 무료 배포할 예정이니 방문 예정이라면 챙겨보자.


하반기 열리는 아트페어는?

손꼽히는 대형 아트페어인 아트부산이 성료 한 뒤에도 다수의 아트페어 일정이 연이어 계획되어 있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울산국제아트페어는 6월로 일정을 변경했다. 같은 해 2만 명 관람객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자평한 아트페스타 서울은 6월 중 3회째 행사를 열 예정이며, 각각 8만 명과 6만 명의 관람객을 모았던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와 어반브레이크는 7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매체별 응모 및 심사과정을 통해 35세 이하 젊은 작가 군을 발굴해온 아시아프는 5월 중 공모를 진행하고 8월 중 대중에 작품을 공개한다.

9월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은 국내 미술시장의 미래를 보여줄 빅 이벤트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준 만큼,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의 성과가 어떨지 긴장감 속에 지켜봐야 한다. 시각예술과 출판 장르의 결합을 보여주면서 독립 서적과 일러스트레이션, 굿즈 등을 소개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 서울아트북페어도 볼 만한데, 이 역시 벌써 16회째 장수하는 행사다. 올해도 11월 중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으로 현재는 참가자 접수 기간이다. 공예작가라면 누구라도 참가를 꿈꿀만한 공예트렌드페어도 12월 개막 예정이다. 식기, 테이블, 인테리어 용품 등 보다 실용적인 소품을 찾는 관람객이라면 이곳에 방문해 볼 만하다.

갤러리밈 – 정정엽, 잃어버린 마을2-무등이왓, 2023, Oil on canvas, 91 x 65cm
제공 아트부산

역대 호황을 맞은 2022년 이후 한풀 기세가 꺾인 아트페어의 향방에 대해 미술계는 물론 대중의 우려와 응원이 교차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미술시장 지원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 검증을 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지원 제도는 있지만 이것이 시장 양극화라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며 미술 생태계 활성화에 제대로 기여하고 있는지, 현장을 검증하고 의견을 투명하게 교환할 제도가 우리에게 존재하는가는 의문이다. 유망작가 군의 글로벌 진입 활로가 열린 만큼, 그들의 작업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비평적으로 살펴볼 시간도 다가오고 있다. 과열됐던 시장 경쟁체계가 우리 미술에 긍정적 역할을 했을지 천천히 돌아볼 때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생각하며 올해의 미술시장 추이를 지켜보자. 공론을 모으는 것은 행사를 관람하는 우리의 역할이기도 하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