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추진하는 디자인-기술협업 전주기 지원사업은 제품을 구성하는 두 날개, 디자인과 기술을 연결하는데 주력한다. 제품 구상부터 사업화에 이르는 과정을 꼼꼼히 챙기며 지속 가능한 협업 체계를 구성한다.
디자인과 기술의 가교, 디자인-기술협업 전주기 지원사업
세상의 모든 제품은 두 날개로 시장 위를 비행한다. 날개의 이름은 디자인과 기술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디자인 전문 회사가 기술을 깊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고, 테크 스타트업도 처음부터 디자인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이 ‘디자인-기술협업 전주기 지원 사업(이하 전주기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 중견·중소 기업이 디자인 전문 회사와 협업해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 이를 위해 기획, 제작 지원, 사업화와 해외 진출까지, 사업의 성공에 필요한 전 과정을 돕는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밋업 및 성과 공유회.씨오지 디자인 스튜디오와 브이터치가 함께 개발한 웨어러블 시각 입력 장치.
프로세스를 2단계로 나눈 것도 특징이다. 1단계에서는 신제품 기획과 디자인, 지식재산권 확보 등 무형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결합해 제품으로 구체화한다. 연간 1억 원가량의 지원금을 통해 상품 개발이 이루어진다. 2단계에서는 1단계에서 도출한 우수 협업 사례를 중심으로 5000만 원의 지원금과 더불어 투자 유치, 국내외 전시 참가, 글로벌 어워드 출품 등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사업 추진 기간 동안 기업 맞춤형 진단과 멘토링, 역량 강화 교육, 네트워킹 등도 진행하는데, 금전적인 보상 외에도 기업의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이 전주기 지원 사업의 차별점이자 정체성이기도 하다.
디자인 전문 회사 ‘IDnComm’과 고압 산소 치료 기기 전문 기업 ‘아이벡스메디컬시스템즈’가 협업한 고압 산소 챔버.
디공과 젠트로피가 개발한 전기 바이크 ‘젠트로피 Z’.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지원 아래 비즈니스를 가다듬은 스타트업들의 최근 활약상은 주목할 만하다. AI 인터페이스 스타트업 ‘브이터치’는 씨오지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 개발한 ‘웨어러블 시각 입력 장치’로 올해 CES 혁신상을 수상했으며, 전기 바이크 전문 스타트업 ‘젠트로피’는 산업 디자인 전문 회사 ‘디공’과 개발한 전기 바이크를 기반으로 태국에 조인트 벤처 법인을 설립했다. AI 기반 모션 캡처 솔루션 스타트업 ‘무빈’은 사업 참여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TIPS 딥테크 패스트트랙’에 선정됐다. 이처럼 전주기 지원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하며 디자인이 비즈니스에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측은 “앞으로 가장 집중하려는 부분은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성장의 사다리를 더 촘촘히 놓아주는 것”이라며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나지 않고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며 지속 가능한 협업 체계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디자인 스튜디오 ‘디파트너스’와 키오스크 및 무인 판매기 전문 기업 ‘하나시스’가 함께 개발한 결제 기기 ‘프리미엄 포스’.
SWNA와 RCC의 협업으로 탄생한 캐리어.
최용우 씨오지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테크 기업과의 협업 경험이 풍부한 자사를 대외적으로 알릴 프로그램을 찾던 중 전주기 지원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웨어러블 시각 입력 장치를 디자인하면서 고객들이 첨단 기술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사용성과 조형미, CMF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했다. 브이터치와 협업하면서 제품에 적용하는 기술을 항상 알기 쉽게 해석해 공유하고, 제품 분석에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받았던 것이 인상 깊었다. 전주기 지원 사업에 참여하며 많은 테크 기업과 만났고, 최신 기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AI의 연계를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을 습득한 경험이 가장 값진 소득이다.”
김석중 브이터치 대표
“브이터치는 2012년 설립 이래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입증했으며, 지식재산권도 120건 이상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디자인 조직이 없어 제품 시각화와 구체화에 한계를 느껴 참여하게 됐다. 씨오지 디자인 스튜디오는 AI 및 센서 기술을 시각화하고, 제품 디자인 언어와 브랜드 전략 개발 등을 담당했다. CES 혁신상 출품을 준비하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양사가 밤낮없이 협업하며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며,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자체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디자인 및 상품화 경험이 부족한 테크 스타트업에게 적극 추천한다.”
어보브와 무빈이 협업한 실시간 프리바디 모션 캡처 솔루션.
AI 기반 솔루션 기업 ‘카이’와 XR 미디어 아트 기업 ‘커즈’가 공동 개발한 K-팝 댄스 챌린지 게임 ‘무브 & 밍글Move & Mingle’.
전설적인 벤처 투자자 폴 그레이엄은 “좋은 디자인은 올바른 문제를 푼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은 늘 문제에서 출발하고, 디자인은 그 문제를 해결 가능한 경험으로 전환한다. 문제 해결형 스타트업의 출발점은 종종 사소해 보이지만, 그 디자인적 해법은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삶의 질을 뒤흔드는 전환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