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광화문 플래그십 스토어

서울 광화문광장 앞 KT 광화문빌딩 웨스트가 리모델링을 마치고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옥에는 다양한 리테일과 오피스 공간이 들어섰는데, 그중 진화하는 KT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KT 광화문 플래그십 스토어가 눈길을 끈다.

KT 광화문 플래그십 스토어

서울 광화문광장 앞 KT 광화문빌딩 웨스트가 리모델링을 마치고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1986년 준공 이후 오랜 시간 KT 본사로 사용한 이 건물은 한국 통신사의 발전과 궤를 함께해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과거 서울중앙전신국이 있던 부지의 건물을 철거한 후 건립한 국제통신센터가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의 전신이다. KT는 리모델링을 마친 건물을 AI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사옥에는 다양한 리테일과 오피스 공간이 들어섰는데, 그중 진화하는 KT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KT 광화문 플래그십 스토어가 눈길을 끈다. 이곳은 기업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AI를 핵심 동력으로 삼아 지능형 정보 통신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KT의 비전을 가시화한 공간으로 기획했다. 목표는 명확했다. 기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기술과 브랜드 가치를 투영한 KT만의 AICT•를 전달하는 것. 이를 위해 ‘확장성’을 콘셉트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KT의 흐름을 공간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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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광화문 플래그십 스토어. ‘확장성’을 콘셉트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KT의 흐름을 공간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플래그십 스토어 곳곳에서는 반복과 변화, 확장성의 개념을 담은 동심원의 모티브를 찾을 수 있다. 원이나 곡선 형태의 벽면과 바닥의 레일 시스템으로 시간과 기술의 순환을 표현하고, 역사성을 은유한 마감재와 브랜드 색상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변화의 개념을 강조했다. 또한 공간의 x·y·z축을 과거와 현재, 미래로 상정하고 바닥부터 벽, 천장의 마감재와 조형 요소를 달리해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드러낸 점도 흥미롭다. 고고학적 유물을 연상시키는 바닥 패턴은 실제 KT의 통신 사료를 디자인 모티브로 한 것이다. 자석식·공전식 전화기, 기계식 자동 전화기, 음향 전신 등 브랜드 헤리티지 자산을 활용해 공간의 몰입도를 높였다. 벽면은 콘크리트의 질감을 살려 현대적 인상을 강조했고, 천장은 금속을 주 소재로 하고 LED 조명을 더해 미래적 감각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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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적 유물을 연상시키는 바닥 패턴은 실제 KT의 통신 사료를 디자인 모티브로 한 것이다.

인테리어와 함께 주목할 요소는 매장 디자인에 접목한 영상 콘텐츠다. 자동 무빙 월 시스템을 적용한 대형 LED와 입구의 곡면 기둥 LED를 통해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송출해 KT 플래그십 스토어의 아이덴티티를 각인시켰다. 이번 스토어를 위해 개발한 시그너처 콘텐츠는 KT의 헤리티지와 기술 확장을 주제로, 전화에서 인터넷, IPTV, 5G, AI에 이르기까지 기술이 우리 삶 속에 구현되어온 여정을 담고 있다. 우주 공간을 연상시키듯 입자들이 부유하며 모였다 흩어지는 과정을 시각화한 영상은 KT의 미래지향적 방향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매장 곳곳에 방문객이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마련했는데, AI 기술과 연계한 것이 특징이다. 간송문화재단이 소장한 ‘신윤복 혜원전신첩’을 AI 생성형 이미지로 재해석해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기술 기반의 콘텐츠로 구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KT의 브랜드 헤리티지 굿즈도 새롭게 선보였다. 다이얼 전화, 공중전화, 전화번호부 등 통신 역사를 담은 아카이브 굿즈를 제작해 브랜드 헤리티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 AI와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 통신 기술)의 합성어로, AI 기반 서비스·솔루션·플랫폼까지 포함하는 ‘통신을 넘어선 지능형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Interview

KT 대면채널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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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부영희, 조예진, 연해정, 김연주, 김희진, 김지영, 김주현, 정인지
KT 광화문 플래그십 스토어의 기획 배경이 궁금하다.

AICT로 전환하는 KT의 방향성을 고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진화하는 통신 매장의 모습을 보여줄 공간이 필요했다. KT는 여러 차례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를 기획할 때는 광화문 사옥이라는 장소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했다. KT의 역사성을 간직한 사옥과 궤를 함께하면서도 KT 플래그십 스토어만이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와 공간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과제였다.

한국성이나 트렌드에 천착하지 않고 KT 고유의 서사와 헤리티지에서 콘셉트를 도출했다.

타사가 모방할 수 없는 KT만의 아이덴티티와 내러티브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지속해서 확장해가는 KT의 방향성을 시각화하는 디자인 언어를 고민할 때 무한한 확장성을 지닌 동심원이 떠올랐다. 원을 모티브로 공간 구조를 짜고 KT의 헤리티지와 혁신을 드러낼 수 있는 소재를 접목해 디자인을 발전시켰다. KT를 단순히 통신사로 알고 있는 고객이 방문했을 때도 KT의 가치를 다감각적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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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광화문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해 제작한 굿즈. KT의 통신 사료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브랜드의 헤리티지 자산을 기반으로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서사를 시각화했다.
그간 다양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해왔다. KT 광화문 플래그십 스토어만의 차별화 요소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는 제품 판매보다 최전선에서 브랜드의 이야기와 콘텐츠를 고객에게 전하는 공간이다. KT 광화문 플래그십 스토어는 입지와 상징성을 제외하고도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 여타 플래그십 스토어처럼 팝업을 운영하면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지만, 타사와의 컬래버레이션보다는 KT와 그룹사의 자산과 콘텐츠를 우선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룹사의 자산 원천 IP가 풍부하기 때문에 그간 오프라인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다양한 기술 기반의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한다.

벽과 바닥의 레일 시스템 등 가변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계할 때 유연성과 지속 가능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LED 미디어 월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매장 곳곳의 가구는 바퀴를 달아 쉽게 밀고 옮길 수 있도록 했다. TV 역시 원하는 위치에 끼워 넣을 수 있는 모듈형 구조로 디자인했다. 이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목표에 기반한다. 최근 트렌드를 보면 플래그십 스토어가 팝업 콘텐츠나 이벤트를 운영하지 않으면 생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고 매번 새로 짓고 부수고 버리면 환경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이에 팝업과 콘텐츠 변화에 따라 공간을 유연하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ESG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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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 위치한 KT 위즈 특화 매장. 기존의 통신 매장에서 벗어나 프로 야구단 ‘KT 위즈’ 팬들을 위한 콘셉트로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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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특화 매장 내부. 야구장의 스포티함을 표현하는 펜스와 스포츠 매트 펜스, 덕아웃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해 KT 위즈만의 야구장 분위기를 연출했다.
AI 기반의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특징이다.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을 기념하는 ‘신윤복 혜원전신첩’ 컬래버레이션은 한국적 스토리텔링과 AI 기술을 접목한 콘텐츠다. 신윤복이 그린 풍속도 속 장면을 안면 인식과 생성형 이미지 AI 기술을 통해 시대상을 반영한 동시대의 모습으로 변화하도록 설계했다. 방문객이 키오스크에서 사진을 찍으면 풍속도 속 얼굴이 바뀌고, 곳곳의 기물이 모바일 폰, 하이오더, 지니 TV 등으로 변한다. 전통적 장면이 오늘날의 기술과 맞닿아 과거와 미래가 한 공간 안에서 교차하는 장면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처럼 AI는 인터랙티브한 공간 연출을 가능케 한다. 과거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휴대폰이나 단말기 같은 제품만 깔려 있었다. 오늘날 플래그십 스토어는 일방향적 소통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AI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인터랙티브 경험을 제안하는 이유다.

KT 광화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고객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나?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하는 고객이 ‘KT가 이렇게 긴 역사를 가진 브랜드였구나’, ‘이런 혁신적인 모습이 있었구나’ 하고 새롭게 인식하고 KT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얻어 갔으면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이 나중에 고객이 어떤 선택을 할 때 KT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선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68호(2025.10)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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