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라는 대지 위에 새긴 그래픽 실험,〈soft·life·glide〉전

티셔츠는 때로 그래픽 실험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티셔츠라는 대지 위에 새긴 그래픽 실험,〈soft·life·glide〉전

그래픽 티셔츠의 역사는 제법 장구하다. 영국의 새뮤얼 사이먼Samuel Simon이 실크스크린 스텐실로 특허를 내며 그래픽과 섬유의 만남을 예고했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복에 부대 마크 등을 프린트하기 시작했다.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며 미국 마이애미의 유통사 트로픽 토그스Tropix Togs가 사용권을 얻은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티셔츠에 프린트해 판매하며 본격적인 그래픽 티셔츠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그래픽 티셔츠는 시대에 조응하며 여러 갈래로 진화했다. 1960~1970년대에는 히피 문화와 결합해 저항 정신을 드러냈고,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용도로도 사용했다. 이때 티셔츠는 옷 이상의 의미, 다시 말해 기호적 개체로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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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페이퍼프레스가 지난 9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성수동 연무장길에서 선보인 〈soft · life· glide〉전은 티셔츠가 디자이너의 시각 실험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페이퍼프레스는 작업 도중 즉흥적으로 떠오른 수십 종의 그래픽 에셋을 조합한 뒤 실크스크린으로 티셔츠에 한 장 한 장 직접 프린팅했다.

스크린 프린팅으로 탄생한 100여 점의 티셔츠는 단 한 점도 똑같은 것이 없는 유일무이한 제품으로 공예적 감성을 드러냈다. 전시장에는 넘버링이 되어 있는 티셔츠와 함께 작업 과정에서 생긴 흔적도 그대로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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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제작에 사용한 실크스크린 판도 함께 전시했다.

박신우 페이퍼프레스 대표는 후속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냐는 질문에 답을 아꼈지만,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의 이 매력적인 실험은 충분히 연장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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