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25, 사람 중심의 건축을 제시하다
토마스 헤더윅이 그리는 더 인간적인 도시 건축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을 주제로 열린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25. 도시와 건축,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토마스 헤더윅의 비전이 서울 곳곳에서 펼쳐진다.

서울이 도시와 건축의 미래를 묻는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25>가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Radically More Human)’을 주제로 9월 26일부터 11월 18일까지 열린송현 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일대에서 열린다. 전시는 주제전 <휴머나이즈 월>과 <일상의 벽>, 시민이 참여한 <창작커뮤니티 프로젝트>, <도시전>, <서울전>, <글로벌 스튜디오>로 구성된다. 전시와 포럼, 시민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도시와 건축,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관계를 다층적으로 탐구한다.

올해 비엔날레의 총감독은 영국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다. 그는 건축, 디자인, 도시 공간을 넘나들며 기술과 예술, 공공성과 조형성의 조화를 추구해왔다. 대표작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 리틀아일랜드(Little Island), 베슬(Vessel) 등은 감성적 디자인과 실험적 구조로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그는 건축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사회적 감정의 산물로 보고, 지속가능성의 본질을 ‘사람들이 그 장소를 사랑할 수 있느냐’로 정의한다.



주제전 ‘보다 사람다운 도시 건축’
세계적인 고밀화 도시인 서울은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도시 문제에 직면하며, 동시에 인간 중심의 새로운 도시, 건축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2017년 첫 회를 시작으로 2년마다 열리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세계 도시와 건축가들이 참여해 서울과 글로벌 도시의 현안과 가능성을 논의하는 국제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베니스비엔날레 등 세계 주요 비엔날레의 흐름과 맞물려 도시 문제를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올해는 기능과 효율 중심의 도시 패러다임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건축적 언어로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

열린송현 녹지광장에 설치된 주제전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은 이번 비엔날레의 상징적 구조물이다. 길이 90m, 높이 16m 규모의 스틸 조형물로, 38개국 110명의 디자이너와 시민, 과학자가 참여했다. 총 1,428장의 패널에는 400여 건축물 이미지와 창작커뮤니티 9개 팀의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각 패널은 ‘사람을 위한 건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시각화한다.


작품의 중심부에는 건물 외관을 더 사람을 위한 모습으로 바꾸자는 선언문이 새겨져 있다. 서로 다른 시선과 생각이 한데 모여 토론의 장을 이루도록 설계된 이 벽은 도시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사람들이 사랑할 수 있는 건축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일상의 벽(Walls of Public Life)



<일상의 벽(Walls of Public Life)>은 건축의 외피, 즉 ‘입면’을 주제로 한 24개의 파빌리온 형태 설치물이다. 열린송현 녹지광장 북쪽에 자리해 주제전 <휴머나이즈 월>과 마주보며, 관람객이 자유롭게 거닐고 머물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한다. 켄고 쿠마, MAD 아키텍츠, 요앞건축, 스텔라 매카트니 등 24팀의 건축가와 디자이너, 장인이 전통적 기술과 첨단 기술을 결합해 각자의 해석을 입면에 구현했다.

창작커뮤니티 프로젝트

‘가장 공적이고 가장 인간적인(Most Public, Most Human)’을 주제로 한 창작커뮤니티 프로젝트는 시민이 직접 참여해 도시의 미래를 상상하는 실험이다. 국제공모를 통해 선정된 9개 창작자+서울 커뮤니티(이하 ‘창작커뮤니티’) 팀이 사람다운 건축, 사람을 위한 도시를 탐구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서울의 시민 커뮤니티와 협업해 도시와 건축에 대한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의 비전을 작품으로 구현했다. 창작커뮤니티의 아이디어는 주제전 <휴머나이즈 월>의 일부 패널로 구성되었으며, 패브릭, 가구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됐다. 이를 통해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 역시 도시건축의 주체이자 참여자로서 미래 서울의 비전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음을 제안한다.
도시전: 도시의 얼굴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도시전 <도시의 얼굴: 사람에게는 인간적인 건축이 필요하다>가 열린다. 건축물의 외관을 통해 사람들이 문화, 역사, 기술, 감정에 따라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효율과 경제 논리에 의해 무표정해진 도시 건축의 문제를 마주한다. 15개국 21개 도시의 25개 프로젝트가 참여하며, MVRDV, 헤르조그&드뫼롱, 네리&후, 브루더 등 세계적 건축사무소가 각 도시의 공공 공간과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해석을 제시한다. 전시는 사람과 정서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인간적인 건축’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서울전: 펼쳐보는 서울

같은 전시관 지하 3층에서는 <서울전: 펼쳐보는 서울>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인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에 조망이 아닌 체험으로, 정보가 아닌 분위기로 응답한다. 서울의 미래를 드러내는 18개의 프로젝트가 소개되며, BIG(비야케 잉겔스 그룹), 데이비드 치퍼필드, 헤더윅 스튜디오,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푸하하하건축 등이 참여했다. 서울의 도시 구조를 ‘새의 눈’이 아닌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며, 변화하는 공간 속에서 관람객이 직접 걸으며 느끼는 감각을 통해 미래의 서울을 상상하게 한다.

글로벌 스튜디오

<당신의 감성 도시, 서울>을 주제로 한 글로벌 스튜디오는 시민이 건축물의 외관을 보고 느낀 감정을 AI로 시각화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전시다. 전 세계 시민이 올린 사진이 전시의 일부가 되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고 아카이브 된다. 사람들이 느끼는 도시의 감정을 들여다보며,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이라는 비엔날레의 주제를 함께 사유하도록 이끈다.

비엔날레 기간 동안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어린이 대상 워크숍 ‘감정으로 디자인하기’, 참여형 설치 ‘감정의 벽’, 건축가와 함께 도심을 달리는 ‘아키런(ARCHI RUN)’, DJ 공연 ‘아키비츠(ARCHI BEATS)’ 등이다. 건축을 바라보는 대상이 아닌, 체험하고 대화하는 매개로 확장하는 시도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2025는 건축물의 형태보다 사람과 도시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총감독 토마스 헤더윅은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사랑에서 비롯된다”라며, “사람들이 어떤 장소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것은 지속될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는 건축의 지속가능성을 기술이 아닌 사회적 관계에서 찾는다. 사용자가 공간에 애착을 느끼고 관계를 이어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