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수록 편안한 의자, 허먼밀러 ‘킨 체어’ 리런칭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의자, 허먼밀러 킨 체어가 다시 돌아왔다.

허먼밀러(Herman Miller)는 사람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디자인으로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해왔다. 그 철학을 잇는 미팅 체어 컬렉션 ‘킨 체어(Keyn Chair)’는 2016년 첫 출시 이후 인체의 자연스러운 자세 변화를 고려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리런칭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APAC, Middle East, Africa) 지역의 사용 환경과 니즈를 반영해 세부 기능과 사용성을 개선한 버전으로, 10월 20일 공식 발매가 시작됐다.
움직임에 반응하는 편안함

킨 체어는 허먼밀러와 영국의 디자인 스튜디오 포피플(forpeople)이 5년간의 협업을 거쳐 완성한 회의 및 협업 공간용 체어 컬렉션이다. 좌판과 등판이 함께 움직이는 ‘반응형 운동학적 움직임(Responsive Kinematic Movement)’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의 자세 변화에 부드럽게 반응하며, 별도의 조작 없이도 편안함을 유지한다.

4개의 주요 부품을 모듈 형태로 조합해 다양한 공간과 사용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통기성을 높인 천공(perforated) 등판과 미니멀한 베이스 디자인은 가벼우면서도 세련된 인상을 준다. 좌석 패드에는 포피플이 랜드로버, 애스턴마틴, 영국항공 일등석 프로젝트에서 선보였던 시팅 트림(seating trim) 기술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착좌감과 내구성을 완성했다.

포피플은 ‘사람의 느낌, 생각, 행동을 관찰하는 일’에서 디자인의 출발점을 찾는 스튜디오다. 2004년 런던에서 설립된 이후 항공, 자동차, 전자기기, 가구 등 다양한 산업을 넘나들며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실천해왔다. 2011년 허먼밀러와 함께 진행한 ‘Future of Office’ 리서치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과 회의 중 자세 변화를 연구했고, 그 결과가 훗날 킨 체어의 기반이 되었다. 이번 리런칭을 맞아, 포피플 디자인 디렉터 이주희 디자이너에게 킨 체어의 철학과 의미를 물었다.
Interview
이주희 포피플 디자인 디렉터

킨 체어 디자인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허먼밀러와 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허먼밀러는 제가 가구 디자인을 처음 공부하던 시절부터 전설적인 디자이너들의 철학이 살아 있는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런던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뒤, 언젠가 이 브랜드와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직접 연락을 드렸고, 그 인연이 첫 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오피스 체어 디자인 경험은 없었지만, 항공, 자동차, 인테리어 등 다양한 산업에서 폭넓은 경험과 사람 중심의 접근을 높이 평가받았죠.
제품 디자인에 앞서 ‘Future of Office’라는 리서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약 6개월간 전문가 인터뷰와 실제 오피스 환경 관찰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이후 허먼밀러의 ‘Living Office’ 철학으로 발전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새로운 오피스 체어 디자인을 의뢰받았고, 그렇게 킨 체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포피플 스튜디오의 철학은 이 프로젝트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이름 그대로 포피플의 모든 디자인은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We make the future more human.”이라는 모토 아래 사람들의 경험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클라이언트의 다양한 비즈니스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킨 체어도 역시 철저히 ‘사람 중심’에서 출발했습니다. 실제 오피스를 방문해 사용자의 일하는 방식과 회의 패턴을 면밀히 관찰했고, 그 과정을 통해 다양한 사용자의 움직임과 니즈를 직관적으로 반영한 의자가 탄생했습니다.

킨 체어는 장시간 회의 중 자세 변화를 고려해 설계된 의자입니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4-leg, 캔틸레버, 스위블 베이스 등 다양한 버전이 동일한 착좌감과 완성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허먼밀러의 디자인 유산을 존중하면서도 회의 환경에 최적화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제품이죠. 그 모든 설계의 출발점은 ‘사람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는 의자’였습니다.
리서치 과정에서 회의 중 사람들이 평균 1시간 동안 약 26번 자세를 바꾼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사용자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면서도 별도의 조작이 필요 없는 구조를 고민했습니다. 좌판과 등판이 함께 움직이는 ‘키네마틱 무브먼트(Kinematic Movement)’는 그 철학을 구현한 핵심입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사용자의 경험을 조용히 지원하는 ‘조용한 혁신(Quiet Innovation)’이기도 합니다.

통기성을 높인 천공 패턴과 유려한 곡선은 킨 체어의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입니다. 이러한 형태에는 어떤 의도나 메시지가 담겨 있나요?
체어의 등판 패턴은 등판 패턴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기능성과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만나는 핵심 요소입니다. 통기성을 높이고 무게를 줄이는 실용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허먼밀러 특유의 시각 언어를 담고 있죠. 우리는 의자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암시하는 새로운 패턴 언어를 개발했고, 수개월간 시뮬레이션과 테스트를 반복했습니다. 또 자동차 디자인 수준의 고정밀 3D 서페이스 모델링으로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부드럽고 세련된 곡선미를 완성했습니다. 기능과 감성, 브랜드 헤리티지를 모두 담은 형태로 설계된 결과물입니다.

이번 리런칭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들었습니다. 아시아 시장에서 킨 체어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허먼밀러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 시장을 연구하면서 이 지역이 문화와 업무 방식, 라이프스타일이 매우 다양한 복합 시장임을 확인했습니다. 3주 동안 7개국 9개 도시를 직접 방문해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딜러, 실제 사용자 등 100명 이상의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면서도 편안함과 미적 기준 모두에서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킨 체어는 이러한 다양성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된 제품입니다. 인체공학적 기술과 타임리스한 디자인 언어를 결합해 서로 다른 문화와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아시아 시장의 다양한 니즈를 아우르는 사람 중심의 디자인 솔루션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시장에서 킨 체어가 어떤 방식으로 자리 잡기를 원하시나요?
킨 체어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타임리스 디자인을 지향합니다. 에어론 체어(Aeron Chair)나 임스 체어(Eames Chair)처럼 일하는 방식이 변하더라도 오랫동안 곁에 머무는 의자가 되길 바랍니다. 저 역시 집에서 킨 체어 세 개를 사용하고 있으며, 언젠가 제 아들에게 이 의자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물려주고 싶어요.
결국 진정한 지속가능성이란 재료를 바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킨 체어는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것뿐 아니라 수십 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과 품질에 집중해 설계되었습니다. 단지 지금 세대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물려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의자였으면 합니다.
Keyn Chairs are for people.
이주희 포피플 디자인 디렉터
킨 체어는 사람을 위한 의자입니다.
사람 중심에서 출발한 디자인, 변치 않는 편안함을 전합니다.
시팅 서울 전시에서 만나는 킨 체어


10월 16일부터 26일까지 DDP 잔디사랑방에서 열리는 ‘시팅 서울(Seating Seoul)’ 전시에서도 킨 체어를 만나볼 수 있다. 시팅 서울은 서울디자인위크 특별 전시 프로그램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과 서울디자인재단이 협력해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건축가, 공예가들이 제작한 현대 의자 100점을 아카이빙하는 프로젝트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킨 체어의 디자인과 구조를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