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포용의 도시를 향해, 2025 서울디자인국제포럼
서울은 디자인을 도시의 언어로 삼아왔다. 거리의 표지판부터 시민이 머무는 공간, 행정 방식까지, 디자인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인 것이다. 이제 서울의 디자인은 도시의 매력을 더하고, 시민의 삶에 품격을 더하는 주체로서 한 단계 더 진화할 준비를 마쳤다. 이러한 다음 과제와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지난 9월 19일 2025 서울디자인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국내외 디자인 전문가를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각계각층의 서울 시민이 참여했다. 행사는 ‘시민이 바라는 디자인 매니페스토’로 포문을 열었다. 시민들은 ‘삶을 바꾸는 기준’, ‘이야기’, ‘함께하는 디자인’, ‘우리의 약속’ 등을 키워드로 각자가 바라는 ‘디자인 서울’을 제안하고 도시의 디자인 철학을 정의했다.
뒤를 이어 ‘사람과 지구를 위한 도시 디자인–비전에서 실행까지’를 주제로 한 헬레 소홀트 겔 CEO 및 공동 설립자의 기조 세션이 진행됐다. 그는 연단에서 “도시 디자인은 더 이상 건축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걷고, 만나고, 살아가는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서울은 이미 사람 중심의 도시로 나아갈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 도시”라고 강조했다.

이후 크게 두 가지 주제로 나뉘어 세션이 이어졌다. ‘디자인 협력과 글로벌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첫 세션에선 우베 크레머링 iF 인터내셔널 포럼 디자인 CEO와 소지혜 로레알코리아 그룹홍보 및 지속가능성 부문장이 자리했다. 특히 우베 크레머링 CEO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서울의 위상에 주목했다. 그는 한 도시가 상을 받을 확률이 30% 미만인데, 서울은 지난 3년간 44%의 수상률을 기록한 점을 강조하며 “서울은 이제 단순히 디자인을 소비하는 도시가 아니라, 디자인 생태계를 주도하는 글로벌 허브로 성장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제 개별적인 성취를 넘어 공공·민간·학계·산업이 함께 협력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그의 조언 또한 특기할 만했다. 소지혜 부문장은 디자인을 통해 지속 가능성과 포용의 가치를 확산하는 로레알의 전략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번째 세션은 ‘도시 혁신을 이끄는 디자인의 힘’이란 주제로 진행했다. 최인규 서울특별시 디자인정책관, 디아나 유 뉴욕시 경제기회국 산하 서비스디자인 스튜디오 부국장, 김병수 주식회사 미션잇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았는데 그중 디아나 유 부국장은 지역사회 권한 공유와 참여적 설계가 공공 서비스 혁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수 대표는 ‘10%와 함께하는 디자인’을 제안하며 설계자–사용자 간 ‘경험의 격차’를 참여로 줄이고, 완벽함보다 지속적으로 접근성을 개선하고 보이지 않는 ‘환대’까지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인규 디자인정책관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서울의 디자인 전략을 소개했다.

김주연 서울특별시 제1대 총괄 공공디자이너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패널 토론에선 한층 더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다. 토론 시간 내내 서울 디자인의 방향성, 기업과 시민이 함께하는 ESG 전략, 세대별 도시 디자인을 위한 관점, 지속 가능의 가치 등에 대해 진지한 담론이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디자인은 언어와 문화를 넘어 도시를 연결하는 힘”이라며 “공감과 포용, 지속 가능성을 바탕으로 서울을 세계와 소통하는 디자인 수도로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이 수렴된 이번 포럼을 바탕으로, 서울이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또 한 번 변신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헬레 소홀트
겔 CEO 및 공동 설립자
“중요한 건 ‘사람의 삶을 중심에 둔 설계’다. 도시들이 종종 ‘어워드를 위한 디자인’을 추구하다가 본질을 놓치기도 한다. 서울은 그렇지 않았으면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들의 일상’이다. 도시의 진짜 힘은 거대한 건축물이 아니라 일상의 디테일에서 나온다. 런던이나 도쿄처럼 되기보다 서울 고유의 리듬을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베 크레머링
iF 인터내셔널 포럼 디자인 CEO
“서울은 전통과 혁신, 그리고 자연과 기술의 밸런스가 잘 이루어진 도시다. 서울의 경쟁력은 바로 그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서울 사람들의 행동과 글로벌 비전의 균형, 그리고 한국만의 정체성을 현명하게 세계에 전파하는 방식이 서울을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