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공예로 채운 집
<TOC의 집 : Living with Craft> 전시
공예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테이블 오브 크래프트에서 일상적 공예를 제안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공예는 언제 가장 빛날까. 누군가의 손끝에서 완성된 순간보다, 일상에 놓이고 쓰이며 생활에 스며드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공예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테이블 오브 크래프트(Table of Craft, 이하 TOC)’에서 일상적 공예를 제안하는 전시 <TOC의 집 : Living with Craft>가 열리고 있다. 세라믹, 유리, 금속, 목공예, 섬유 등 10팀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TOC에서 기획한 첫 단체전으로,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공예와 함께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공예와 함께 사는 삶
전시는 ‘Living with Craft’, 즉 ‘공예와 함께 사는 삶’을 주제로 한다. TOC는 공예를 감상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공예는 생활 속에서 쓰이고, 어우러지며 함께 머무는 존재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이 진열대 위가 아닌 일상의 장면 속에 놓인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한 듯한 구성 속에서 공예는 ‘쓰이는 아름다움’으로 존재한다.

전시장인 TOC 공간을 하나의 집처럼 구성했다. 현관에서 침실까지 이어지는 여덟 개의 영역은 실제 생활 공간의 구조를 닮았다. 각 공간에는 그곳의 성격에 어울리는 작가의 작품이 배치되어, 공예가 생활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TOC의 하태희 대표는 “생활 속의 공예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히 진열된 오브제가 아니라, 어디에 놓이고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공간 자체가 이야기하도록 한 것. 관람객이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공예가 전하는 온기와 실용성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공예가 놓인 일상 속 장면들

유수 작가의 오브제로 전시의 문을 연다. 먹염으로 물들인 삼베로 만든 긴 가림첨과 종이 공 모빌, 모시 바구니로 구성된 현관(Entrance)은 집에 들어설 때의 환대와 전환의 순간을 상징한다. 소재의 질감과 섬세한 공예 감각이 공간에 부드러운 리듬을 더한다.

하루의 끝을 편안하게 감싸주는 침실(Bedroom)에는 신유정 작가의 패치워크 베딩 시리즈가 놓였다. 전통 조각보에서 영감받은 이불과 베개, 쿠션 커버는 소박한 색감으로 잔잔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아늑한 휴식의 장면을 완성한다.

침실 옆 취향의 선반(Shelves of Taste) 영역에는 김유상 작가의 하늘 항아리, 티암트리의 참죽나무 카빙 항아리, 이스트스모크의 바다 생물 화병이 한자리에 놓였다. 서로 다른 재료와 질감이 조화를 이루며, 개인의 취향이 쌓이고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유상 작가의 분청 차도구와 티암트리의 차탁 세트가 중심을 이루며, 대화와 휴식이 공존하는 거실(Living Room)의 풍경을 만든다. 부드러운 흙의 질감과 단단한 목재의 결이 어우러져 공간에 안락함과 따스함을 더한다.


식탁(Dining Table)에는 오유글라스워크의 유리 테이블웨어, 소을크래프트의 금속 커트러리, 유나씨의 자수 작품 ‘Calm House’가 함께 어우러진다. 서로 다른 재료의 결이 식탁 위에서 하나의 장면을 완성하며, 음식을 나누는 순간의 온기를 전한다.

주방(Kitchen)에서는 소을크래프트와 티암트리의 도마, 소을크래프트의 ‘행복한 우리집’ 접시, 유나씨의 자수 작품이 조화를 이룬다. 손끝의 온기가 닿는 도구와 오브제가 실용성과 미감을 함께 담아내며, 공예가 생활 속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집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벽과 코너(Wall & Nook)에는 희스튜디오의 분청 오브제와 이스트스모크의 화분이 공간의 여백을 채운다. 세밀한 터치로 공예의 존재감을 은은하게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하수진 작가의 유리식물이 놓인 공간은 자연과의 연결을 상징한다. 투명한 유리가 빛과 바람을 반사하며 계절의 흐름을 담아내고, 살아 있는 듯한 형상으로 공간에 생명력을 더한다.

TOC는 공예를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의 감각으로 살아내는 일상’으로 바라본다. 첫 단체전인 만큼 TOC가 추구하는 ‘일상적 공예(Everday Craft)’의 방향성과 가치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를 바랐다. 하태희 대표는 “그런 감각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 이런 집에 살고 있을 것 같다는 상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다양한 개성과 작품이 하나의 생활 장면으로 어우러지며, 공예가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 TOC에서 열리며, 모든 작품은 구매할 수 있다. 일부는 주문 제작이나 전시 종료 후 배송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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