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 디자인믿음

이홍석 대표 디자이너를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인믿음은 전시, 상업, 교육, 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 역할에 적합한 공간을 조성하고 고유한 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그중 전시 부문의 경우 예술의전당, 서울시립미술관, 소마미술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지에서 작업을 선보였는데, 특히 실험적 구성과 익숙한 소재의 낯선 활용 등이 돋보였다. 개인의 직관이나 결과물의 화려함이 아니라 공간 사용자의 생활 패턴, 연령대, 인원 수 등 관찰과 분석을 토대로 한 디자인을 구현한 결과다. 그렇기에 이들이 프로젝트에서 기초로 삼는 것 역시 더 나은 생활 환경이란 종착지까지 함께 걸어가는 인간과 인간, 기업과 기업 간의 상호 믿음이다. designmidum.com @designmidum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 디자인믿음

Interior Architecture Winner
· 게티이미지 사진전
· 알버트 왓슨 사진전


게티이미지 사진전

게티 이미지 사진전 <세상을 연결하다>.

“현대사회에서 문맹은 글을 못 읽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못 읽는 것이다.” 전시의 기획 의도를 강조하는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게티이미지 사진전 〈세상을 연결하다〉의 공간 디자인은 이미지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고 더 능동적으로 읽고 싶게끔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에 디자인믿음은 인류사에서 변곡점을 만든 이야기와 사건 그리고 인간의 연대감을 들려주는 사진에 관객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공간탐닉空間耽溺’이라는 콘셉트를 도출했다.

섹션 2 ‘현대 르포의 세계’.

인류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며 관람객 개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환기하려는 의도였다. 조명으로 빛의 음영 차이를 섬세히
조율하고, 가구 등을 활용한 연출로 시각적 입체감을 배가했다. 자칫 사진 전시가 빠지기 쉬운 평이한 전시 경험 설계는 최대한 지양했다. 가령 보도사진을 소개하는 섹션 2 ‘현대 르포의 세계’에서는 마치 방금 자리를 떠난 듯한 사진작가의 책상을 연출하고, 그 위를 CCTV로 들여다보는 듯한 스타일링을 통해 관객이 작가의 시선을 좇을 수 있게끔 했다.

섹션 4 ‘연대의 연대기’.

연대의 가치를 말하는 섹션 4 ‘연대의 연대기’에서는 8m 높이의 벽에 다량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설치한 다음 서로 다른 시대이지만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사진들을 나란히 소개하며 전시의 의의를 강조했다. 또한 특정 구역에는 별도 마감재 없이 합판만 활용해 지속 가능성 역시 놓치지 않았다.

클라이언트 한겨레
디자인 디자인믿음
디자인 디렉터 이홍석
디자이너 정효진, 정지수, 최형욱, 전진홍, 박보근
사진 포토그래퍼 CFC
영상 뭉크스튜디오


알버트 왓슨 사진전


매체의 고유한 요소를 공간 콘셉트로 삼을 때 기획 의도를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진을 감싸고 있는 ‘프레임’이란 요소를 공간 스케일로 가져와 확대하거나 중첩하거나 해체하는 식으로 작품과 공간의 얼개를 만들어간 알버트 왓슨Albert Watson 사진전처럼 말이다. 〈왓슨, 더 마에스트로〉전은 패션 포트레이트의 대가 알버트 왓슨의 1960년대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총망라하는 아시아 최초 대규모 회고전으로, 작가의 서사를 말하는 챕터 ‘왓슨 연대기’와 그의 뷰파인더에 맺힌 장면을 말하는 ‘왓슨 스튜디오’ 두 갈래로 구성했다.

‘프레임’이란 요소는 디자인믿음의 시선에서 한 차원 더 심화되어 ‘상호관입相互貫入’이란 개념으로 구체화되었다. 날 때부터 한쪽 눈의 시력이 없었지만 카메라라는 눈을 빌려 세상의 아름다움을 차근차근 기록해온 사진가의 삶과 작품을 공간화하는 데에서 상호관입이란 경계의 모호함, 시각의 확장, 열정과 진정성이란 표현의 재료로 뻗어갈 수 있는 길이었던 것이다. 뻔한 구도나 포즈를 거부한 알버트 왓슨의 작품처럼 디자인믿음은 작품과 공간을 서로 꿰뚫듯 연결해 관객이 직관적으로 작품 안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도록 했고 여러 개의 프레임을 나열해 공간의 깊이감을 더했다.

클라이언트 한겨레
디자인 디자인믿음
디자인 디렉터 이홍석
디자이너 정지수, 정효진, 최형욱
사진 포토그래퍼 CFC
영상 뭉크스튜디오


Designer Interview

디자인믿음 이홍석 대표 디자이너

디자인믿음 이홍석 대표 디자이너.

디자인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체험과 관계다. 여기서 말하는 체험이란 공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느끼게 되는, 즉 간접적인 감성의 영역에서 전개되는 무엇이다. 나는
느낌으로 시작되는 체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편적인 의자 형태가 아니어도 ‘여기에 앉아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면 느낌(감정)이 체험(행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관계는 공간과 관객 사이의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공간을 문장으로 비유할 때 디자이너의 역할은 여러 단어를 다듬고 배열하여 아름다운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은?
회사를 대표하는 스타일이나 방향성을 특정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의 역할과 장소성, 사용자의 특성 등을 두루 분석해 사용자가 머무는 동안 어떤 느낌을 체험하게 할지를 디자인한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1호(2024.05)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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