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에 홀로 선, 목재로 지은 오스트리아 주택들
조용한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오스트리아의 현대 목조 주택 세 곳을 소개한다.

오스트리아 포어아를베르크(Vorarlberg)의 목가적인 초지 위, 산맥을 조망할 수 있는 고요한 자리에 세워진 이 주택은 전통 오두막의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처럼 고립된 입지는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연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 된다. 이 주택을 설계한 인나우어 마트 아키텍텐(Innauer Matt Architekten)은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마르쿠스 인나우어(Markus Innauer)와 스벤 마트(Sven Matt)가 2012년 설립했다. 스튜디오는 브레겐츠발트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자연·장소·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는 설계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3층으로 구성된 이 주택은 콘크리트 기초 위에 목조 구조를 얹은 형태이며, 크지 않은 면적임에도 발코니와 대형 창을 통해 외부와의 시각적, 물리적 연결을 강화했다. 전통적인 박공지붕과 나무 외장재로 외형을 구성했으며, 창의 배치와 단면 구성에서 현대적인 감각이 엿보인다.

주택 외부는 수평 방향의 가느다란 목재 패널로 마감하고, 내부는 목재 벽체와 가구로 통일감을 줬다. 거실의 짙은 초록색 타일 벽과 주방의 대리석 조리대는 목재와 대조를 이루며 시각적인 포인트가 된다. 발코니는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주요 장소이며, 개방된 창을 통해 풍부한 자연광이 유입된다. 인나우어 마트 아키텍텐의 절제된 미학이 돋보이는 이 주택은 현대적인 감각과 전통적 외형을 균형 있게 결합해, 자연과의 조화로운 공존이라는 테마를 잘 구현한 사례로 평가된다.

한편, 오스트리아 보낙커(Laterns Bonacker)의 경사진 언덕에 자리한 이 주택은 전통 오두막의 형태를 단순화한 현대적인 목조 주택이다. 세 개 층으로 구성된 이 구조물은 콘크리트 기단 위에 올려져 지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인상적인 외관을 자랑한다.

이 주택은 베른하르트 마르테(Bernhard Marte)와 슈테판 마르테(Stefan Marte) 형제가 1993년 설립한 마르테. 마르테 아키텍튼(Marte.Marte Architekten)이 설계했다. 이들은 인스브루크 기술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포어아를베르크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왔다. 이 건축가 듀오는 전통적 건축 언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강점을 지녔으며, 추상적이면서도 간결한 형태, 정교한 구조적 구성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단순한 형태의 이 집은 기울어진 지형을 따라 배치되어 있으며, 그 절제된 형태와 과감한 구조는 주변 풍경에 독특한 실루엣을 더한다. 삼각형 박공지붕 아래의 거실은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하고, 내부 중심 공간과 작게 나뉜 방들이 긴밀하게 연결돼 기능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외장은 블랙 컬러로 마감된 목재 패널과 통나무 형태의 목재로 구성되어 있으며, 필요에 따라 개방 또는 차폐가 가능하다. 내부는 은빛 전나무와 애쉬 플로어로 마감돼 고급스러움을 더하며, 사우나와 세면 공간에는 밝고 부드러운 표면 처리를 적용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주택은 전통적인 통나무집의 이미지를 유머러스하게 재해석한 사례로, 과거와 현재의 건축 언어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남동쪽 엘스베텐(Elsbethen)의 완만한 구릉지에 위치한 하우스 L은 전통적인 오스트리아 산악 주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목재 주택이다. 주택은 자연 지형을 존중하면서도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추구하며, 실내와 외부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우스 L은 잘츠부르크에 기반을 둔 젊은 건축사무소 둔켈슈바르츠(Dunkelschwarz)가 설계했다. 이들은 다양한 규모와 주제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유치원·학교·종교 및 문화시설·주거·상업·인프라 시설뿐 아니라 기존 건축물의 리노베이션 작업도 수행해왔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설계를 지향하며, 특히 지역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일상 속 건축이 지닌 가능성을 탐색한다.
건물은 직사각형 평면과 급경사 박공지붕을 채택해 주변 주택들과의 조화를 유지하면서도, 내부는 개방감과 유쾌함을 강조했다. 현관과 창고를 포함한 외부 구조물이 도로 쪽을 감싸며 사적인 공간을 보호하고, 남쪽 정원으로는 테라스와 발코니가 연결돼 실내외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내부에는 거실 중심부에 망을 설치해 상층과 하층 공간을 시각적으로 연결하고, 벽난로를 중심으로 주방과 식당이 어우러진 배치로 따뜻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전체 건축은 목재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내부에는 텍스타일 요소와 함께 밝은 톤의 목재 마감재가 사용되었다. 천장부터 벽, 바닥까지 동일한 소재로 마감해 공간에 통일감을 주며, 거실에 설치된 망은 놀이 공간으로도 활용되어 공간에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발코니와 테라스는 남향 정원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외부와의 연결을 강화한다. 하우스 L은 사생활 보호와 개방성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하나의 건축 안에서 조화롭게 구현한 예다. 전통 건축 요소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방식은 지역성과 창의성의 접점을 제시한다.

세 프로젝트 모두 전통적인 오스트리아 주거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익숙한 형식을 유지하면서 재료의 사용, 공간 구성, 구조적 실험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더했다. 특히 목재 특유의 질감과 온기는 세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로, 각 건축물이 주변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단지 목조 건축의 미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으며, 지역성과 지속가능성, 프라이버시와 개방성의 균형,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건축적 고민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