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카레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전략
한국식 카레의 대명사 오뚜기 카레가 올해 론칭 55주년을 맞았다. 월간 〈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중심으로 오뚜기와 오뚜기 카레의 역사를 돌아보기로 했다.
바뀌지 않는 게 더 어렵다, 오뚜기 카레의 패키지 디자인
1900년대 초 일본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카레는 열악했던 식생활을 극복하는 데 좋은 대안이었다. 이에 오뚜기는 1969년 창립과 함께 5월 5일 어린이날 즉석 카레를 출시했다. 오뚜기의 시작을 알린 개국공신인 셈. 당시 패키지에 적용한 옐로, 블루, 레드 컬러는 현재까지도 오뚜기를 상징하는 키 컬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카레를 표현한 노란색은 브랜드의 상징 그 자체가 되어 ‘오뚜기 옐로우’라는 이름의 브랜드 컬러로 계승되었다.
기울어진 평행사변형 엘리먼트와 볼드한 레터링 등 다른 그래픽 요소 역시 초기 패키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그만큼 브랜드의 시각 자산이 탄탄히 쌓였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자본주의 대량생산의 심벌이 된 캠벨 수프 캔 디자인이 큰 변화 없이 이어져오고 있는 것을 떠올려보라). 물론 시대의 흐름에 맞춰 미세한 변화는 있었지만 이는 소비자가 미처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점진적 개선이었다. 이처럼 오뚜기 카레의 패키지 디자인은 아주 은밀하고 영리한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과 함께했다.
뚝심과 유연함이 공존하는 홍보 전략
오뚜기는 창립 제품을 알리기 위해 출시 직후 TV 광고를 송출하는 홍보 활동을 벌였다. TV를 보유한 사람도 많지 않던 1970년대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TV 광고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모험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일요일에는 오뚜기 카레”라는 단순하면서도 직접적인 카피를 여러 매체에 지속적으로 노출했고, 결국 당시 낯선 음식이었던 카레가 국민 음식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영업용 차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홍보에 한몫했다. 초창기에는 자전거나 오토바이, 삼륜차를 사용했지만 1974년부터는 소형 트럭을 이용했는데, 오뚜기 로고와 브랜드 컬러인 노란색을 입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노란 차량들이 전국을 누빈 덕분에 오뚜기는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친근한 브랜드라는 인식이 형성되었다. 2000년대 이후로는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기존의 홍보 방식에 웹사이트와 소셜 미디어 등을 더해 디지털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어나갔다. 이처럼 브랜드의 본질은 유지한 채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며 이어온 홍보 전략으로 오뚜기는 동시대와 호흡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헤리티지를 추진력 삼아 힘껏 밟는 넥스트 스텝
그동안 오뚜기는 극적 변화 대신 점진적 개선을 통해 기업과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가족을 중시하는 따스한 정서, 친근감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소중한 브랜드 자산이다.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브랜드 정체성 역시 세부적으로 조정되며 이어져왔고, 카레 패키지로 대표되는 오뚜기의 시그너처 디자인도 이에 영향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오뚜기가 트렌드에 뒤처진 것은 아니다.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은 카레와 브랜드를 새로운 방법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2020년 문을 연 브랜드 경험 공간 ‘롤리폴리 꼬또’로 소비자들이 카레를 비롯한 오뚜기의 핵심 제품을 접할 수 있게 했으며, 올해 하반기 식문화 도구 개발 프로젝트 ‘오뚜기 잇’을 통해 카레 그릇을 선보일 계획이다. 서울대학교 도예 전공 교수와 연구원, 학생들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로, 지난해 디자인하우스가 주최하고 〈행복이 가득한 집〉이 주관한 한옥 행사 ‘행복작당’에서 선보인 라면 그릇은 공개 직후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 외에도 고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는 다양한 활동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55년간 한국식 카레 문화를 정립해온 오뚜기가 든든한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앞으로 어떤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구사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