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페이퍼 아티스트 김예은: 종이로 만든 세계로 메시지를 전달하다
페이퍼 아티스트 김예은
페이퍼 아티스트 김예은은 디올, 오데마 피게, 반클리프 아펠 등 하이엔드 브랜드와 협업하고, JTBC 선거 개표방송에 참여하는 등 페이퍼 아트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종이를 오리고 접고 붙여서 만든 작품들은 따뜻한 위로와 함께 작은 것부터 차근하게 쌓아가면 결국 아름다운 세상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한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editor’s note
종이는 세상에서 제일 연약한 재료로 여겨집니다. 조금만 힘을 줘도 꾸겨지고, 물에 쉬이 젖고, 작은 충격에도 찢어지니까요. 그러나 김예은 작가는 이 약하고 약한 종이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프랑스 파리의 뤽상부르 정원이 세워지고, 모네의 그림 속 정원이 만들어지며, 누군가의 꿈과 소망이 담긴 집이 탄생합니다. 섬세한 손길로 종이의 따뜻한 감성을 자아낸 작품들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입니다. 이렇게 너무나 아름다운 페이퍼 아트지만,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예은 작가는 지난 15년 동안 이 시간을 견디고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달려왔습니다. 작품뿐만 아니라, 페이퍼 아트를 보다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방송, 광고, 전시, 브랜드 협업 등을 종횡무진하며 달려왔죠.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곳에서 정교하게 만든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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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1. 페이퍼 아트 세계에 들어서다
공예를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나요?
그림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예술을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예과로 진학하게 되었죠. 지금은 공예가 재조명받으면서 선망받는 분야가 되었지만, 제가 전공할 때만 해도 공예만으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직업을 찾기가 어려웠고, 성장할 기회도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패션을 복수로 전공했다가 졸업 후에는 패션 회사에 취직했죠.
페이퍼 아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당시엔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을 텐데요.
제 작업을 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었어요. 그러면서 상업과 예술과의 결합을 알게 되었고, 동시에 저만의 강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색연필로 그린 부드럽고 따뜻한 그림을 그렸는데, 그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저만의 스타일을 고민하고 연구하다가 우연히 한 작품을 봤어요. 책을 잘라서 책의 내용을 입체로 구현한 작품이었는데 그를 보며 굳이 2D로만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죠. 그 이후부터 제 그림을 잘라서 세우며 입체로 만들기 시작했고, 어떻게 하면 더 실제같이 보일 수 있을까를 연구하다 보니 이 길이 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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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예를 전공했던 경험이 지금 작업에 도움이 되나요?
기술적인 측면보단 작업 방법과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공예를 전공하면서 작가의 세계관을 담은 작품을 어떻게 만드는지, 그 과정이 잘 안 풀릴 때 어떻게 극복해서 끝까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완성하는지를 배웠거든요. 또, 한계에 부딪칠 때 제가 어떤 것을 해낼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었고요. 이런 경험들이 작업할 때 큰 도움이 돼요.
페이퍼 아트는 단순히 종이를 오리고 붙이는 작업이 아니죠. 구조적으로 튼튼해지려면 설계부터 잘 해야 하고, 전개도도 만들어야 하고요. 하지만 초창기엔 전개도 그리는 방법부터 알려주는 곳이 없었을 것 같아요.
처음엔 종이를 잘라 세우는 단순 2D 형태의 작업으로 시작했었어요. 이런 걸 페이퍼 크래프트(Paper Craft)라고 하는데, 제가 시작할 당시엔 지금처럼 인터넷에서 도면이나 자료들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스스로 눈에 보이는 오브제들을 A4용지로 만들어보고, 그걸 스캔해 패턴화하는 방식으로 저만의 데이터와 작업 방식을 쌓아왔어요. 초반에는 혼자 많이 시도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아요.
PLUS 2. 종이로 전하는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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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방송,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페이퍼 아트로 아트웍을 제작하잖아요. 왜 많은 업계에서 페이퍼 아트를 선호하는 걸까요?
낯선 듯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친숙해서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생소하거나 낯선 것을 보면 경계하는데, 페이퍼 아트는 아날로그 시대의 따뜻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새로움과 신선함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제가 스스로 잘 해왔다고 느끼는 부분은 디자인, 브랜드, 광고 시장을 꾸준히 연구하면서 페이퍼 아트라는 장르를 제가 목표로 한 분야들과 자연스럽게 융합시키고 함께 새로운 비전을 만들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왔다는 점이에요.
그렇다면 작가님이 찾아낸 페이퍼 아트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예상하지 못했던 브랜드, 분야와 협업할 때 희열을 느껴요. 그동안 작업하면서 정말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할 수 있다는 걸 알았거든요. 개인적인 측면으로는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만들기를 계속할 수 있고, 몰입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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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 페이퍼 아티스트 김예은: 종이로 만든 세계로 메시지를 전달하다 5 20251126 065615](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26_065615-832x1432.jpg)
페이퍼 아티스트에겐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섬세한 손? 끈기?
첫째는 끈기예요. 작품당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이나 걸려서 작업하거든요. 호흡이 길다 보니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끈기와 책임감이 필수예요. 두 번째는 체력이요. 앉아서 오밀조밀한 오브제를 만들다 보면 어느 날은 손이 굳어서 안 펴질 때도 있고, 어깨도 아파요. 앉아서 우아하게 만들 것 같지만 실제로는 체력이 엄청 필요해요. 긴 호흡의 작업이거든요.
음… 힘들어 보이는데요. 어떻게 해내세요?
제 성격과 맞는 것 같아요. 손 움직이는 거 좋아하고, 안되면 될 때까지 수정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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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저는 끈기가 없어서 작가님이 대단해 보여요.
가끔 ‘왜 AI 시대에 이렇게 비효율적인 작업을 하고 있지?’하고 한탄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힘들고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치는 게 예술이란 생각도 들어요. 저도 AI나 다른 방법을 사용해봤지만, 아직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을 때만큼의 퀄리티가 구현되지 않아요.
어디선가 본 말인데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예술이라고 하더라고요.
맞는 말 같아요. 예술은 사람의 끈기가 필요해요. 그리고 그 끈기에 이야기가 담기는 거죠.
작가님은 작품에 어떤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나요?
작은 것들이 하나, 하나 모이면 예쁜 작품이 완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고 있어요. 요즘은 뭐든 빠르게 성공하려고 하고 그게 정답인 것처럼 여기잖아요. 그러지 못하면 좌절감을 느끼고요. 그런데 세상은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이뤄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많은 분이 제 작업을 통해 하나, 하나 쌓이는 시간을 견뎌내고,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이뤄낸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겠다는 댓글을 보면 제 메시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있구나 싶어서 기뻐요.
PLUS 3. 종이로 세계를 구축하는 방법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저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러프하게 스케치한 후, 그를 컴퓨터로 스캔해서 선, 형태를 정리하죠. 스케치로 클라이언트에게 확인 받으면 콘셉트에 맞는 종이를 선택하죠. 그리고 3D 프로그램과 일러스트레이터를 사용해서 도면을 제작해요. 그리고 레이저컷팅기나 핸드 컷팅 방식으로 종이를 자르고 조립한 뒤, 디테일한 레이어들을 쌓아가는 과정을 거치면 작품이 완성돼요.
작업 과정에서 제일 재미있는 단계와 제일 힘든 단계는 언제예요?
아이데이션하고 콘셉트를 잡을 때 제일 재미있죠. 초기에는 브랜드에서 세세하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그를 최대한 반영하려고 했다면, 이젠 처음부터 끝까지 전담하는 편이라 제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어서 더 즐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대형 작품이 많아져서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작품 크기가 커지면 무게도 늘어나기 때문에 지지대를 세워야 하는데, 주로 기둥에 나무를 넣거나 덧붙여서 만들거든요. 이 과정에 꽤 힘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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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구상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있나요?
작품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관람자 시선에는 이야기보단 전체적인 조화와 작품이 풍기는 이미지가 먼저 보이니까요. 일단 시선을 끌어야 가까이 와서 작품을 세밀하게 바라보면서 작품에 담긴 메시지와 이야기를 전달할 기회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전체적인 조화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또, 상업 프로젝트와 개인 프로젝트 간의 차이도 있어요. 전자는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담아내고 브랜드의 철학이 잘 드러나는 게 우선이라면, 후자는 제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점으로 작업하죠.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을 축소하는 작업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강약 조절이 중요할 것 같아요. 어느 부분을 생략하느냐, 강조하느냐… 하는 거요.
맞아요. 디테일을 살리면서도 생략할 부분은 과감히 생략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치밀한 계산이 필요한 건 아니고요. 이젠 어느 부분을 살려서 강조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어요. 때로는 조금씩 수정하면서 조절할 때도 있고요. 그림과 똑같아요. 처음엔 배운 법칙대로 그리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감각적으로 강조할 영역과 아닌 영역을 선택해서 표현하잖아요. 페이퍼 아트도 마찬가지예요.
들어보니까 페이퍼 아트에는 미적 감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심지어 입체 감각도 필요하고요.
저도 페이퍼 아트는 하나의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도면을 만들려면 건축적 지식도 필요하고, 조형 감각도 필요하고, 섬세한 손 감각도 필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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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페이퍼 아트에 나만의 정체성을 넣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는데, 그 고민은 해결되었나요?
저와 다른 작가를 구분하는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감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작품을 직접 보지 못하고 스크린이나 SNS를 통해서 보는 분들에게 저만의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서 작업 과정을 촬영해서 전달하려고 해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릴스 촬영 시, 스토리보드를 짜고 조명과 빛을 예민하게 다루는 이유예요. 이것도 작업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작가님의 감성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3월의 따뜻한 봄 같은 작업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아서 스튜디오 이름을 ‘March Studio’라고 지었는데요. 그 마음은 여전히 유효해요.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예술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제 감성과 정체성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PLUS 4. 페이퍼 아트로 꿈꾸는 더 큰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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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건축을 만드는 작업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규모도 커지고 디테일도 더 세밀해졌어요.
페이퍼 아트는 건축물을 만들기 좋은 구조적 특성이 있어요. 전개도를 잘 설계하면 건축 모형처럼 견고하게 제작할 수 있거든요. 주로 건축 작품은 전시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래 지속되어야 하니까 견고해야 해요. 그리고 작품 실물을 직접 보는 거라 4면을 꼼꼼하게 작업해야 하죠. 방송, 광고 작업은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부분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마감, 제작 방식이 조금 달라요. 그래서 방송과 광고 작업에선 아트디텍터 역할까지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아요.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네요.
스토리보드를 짜서 감독님께 제안하기도 하고, 강조해서 찍으면 좋은 부분을 말씀드리기도 하죠. 제가 만든 작품이니까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잘 아니까요. 아트디렉터가 따로 있는 경우에도 페이퍼 아트 영역에선 제 의견을 많이 존중해 주시죠.
![[Creator+] 페이퍼 아티스트 김예은: 종이로 만든 세계로 메시지를 전달하다 11 20251126 070412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26_070412-1-832x1063.jpg)
![[Creator+] 페이퍼 아티스트 김예은: 종이로 만든 세계로 메시지를 전달하다 12 20251126 071947](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26_071947-832x1038.jpg)
![[Creator+] 페이퍼 아티스트 김예은: 종이로 만든 세계로 메시지를 전달하다 13 20251126 070422](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26_070422-832x644.jpg)
개인적으로 페이퍼 아트를 시작했을 때와 달라진 점이 있나요?
예전에는 예쁘게 잘 만드는 것에만 신경 썼다면, 지금은 본질을 더 생각해요. 페이퍼 크래프트(Paper Craft)와 페이퍼 아트(Paper Art)간의 차이를 생각하고, 작품에 어떤 메시지를 넣어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등을 고민하게 돼요.
책임감이 생긴 거군요.
내가 뜻깊은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면 사명감이 생기면서 쉽게 지치지 않고 더 즐겁게 작업하게 돼요. 전에는 작업하다 지치면 그만둬야 하는지를 고민했는데, 이젠 지치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면서 잠깐 쉬고 와요. 저는 평생 페이퍼 아트를 하고 싶어서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시대는 계속 변하죠. 페이어 아트도 시대 변화에 영향을 받나요?
그럼요. 광고를 예로 들면, 예전에는 CG가 어색해서 작은 부분까지 다 제가 직접 만들어야 했어요. 그래야 자연스러웠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기술이 발전해서 CG로 다 표현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점차 TV 광고 분야보단 작품의 실물을 통해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이처럼 페이퍼 아트도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변할 수 있어요. 내가 하는 작업의 본질과 강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안다면 세상에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접근방식은 시대에 맞춰 유연하게 변하면 되는 것 같아요.
![[Creator+] 페이퍼 아티스트 김예은: 종이로 만든 세계로 메시지를 전달하다 14 20251126 070549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26_070549-1-832x1478.jpg)
![[Creator+] 페이퍼 아티스트 김예은: 종이로 만든 세계로 메시지를 전달하다 15 20251126 070549](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26_070549-832x1370.jpg)
그동안 작가님의 행보가 그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온라인 클래스도 여셨고, 집에서 페이퍼 아트를 해볼 수 있는 ‘핸드 크래프트(Hand Kraft)’라는 브랜드도 론칭했고요.
페이퍼 아트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마음의 위로를 얻을 때가 있거든요. 이런 장점을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페이퍼 아트를 키트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곳이 없더라고요. 마침, 한국에서 취미 문화가 막 활성화되던 시기라서 내가 시장을 개척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크게 잘 되는 건 아니지만, 의외로 학교에서 미술 수업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단체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미국은 DIY 시장이 커서 엣시(Etsy)라는 사이트에 키트를 만들어서 판매하는데요, 개인 외에도 실리콘밸리의 큰 회사에서 자사 인턴쉽 프로그램에 사용하기 위해 단체 주문을 하기도 해요.
저도 페이퍼 아트를 좋아하는데, 최근 관련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이 늘어난 느낌이에요.
여전히 생소하게 여기는 분들이 있지만, 브랜드 150주년 아트 워크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선거 방송에 메인 테마로 페이퍼 아트를 선택하는 걸 보면 서서히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제가 시작했을 때는 아무도 모르는 분야여서 페이퍼 아티스트들이 많이 고생했어요. 그래서 지금 저를 포함한 작가들이 조명받고 잘 되어서 기뻐요.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거라고 믿어요.
후배를 양성할 생각은 없으세요?
너무 있어요!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팀을 꾸려서 3년간 팀원들과 일한 적이 있어요(현재 김예은 작가는 미국에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페이퍼 아트를 알려주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열심히 했는데 팀원들이 주로 여성이다 보니 결혼, 출산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떠나게 되더라고요. 저도 미국으로 떠나게 되면서 이젠 가끔 큰 프로젝트를 할 때만 예전 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요. 점점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니까 전처럼 후배들을 양성하면서 함께 한 팀으로 일하고 싶더라고요. 그러면 저는 제작보다 디렉팅에 더 집중할 수도 있을 거고요. 또, 페이퍼 아트 시장이 발전하고 커지기 위해서는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거든요. 함께 일하면서 제가 쌓은 노하우를 전달하고, 같이 성장하면 좋을 것 같아요.
![[Creator+] 페이퍼 아티스트 김예은: 종이로 만든 세계로 메시지를 전달하다 16 20251126 070724](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26_070724-832x555.jpg)
페이퍼 아트라는 나만의 길을 찾기 전까지 고민하고 다양한 길을 걸으셨잖아요. 저는 대부분의 미술·디자인학과 학생들이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고민하고 방황하는 지망생들에게 힘이 되는 한마디를 해주신다면요?
걸어갈 땐 앞이 안 보이지만, 어느 정도 길을 걷고 뒤를 돌아보면 그동안 걸어온 길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미술, 공예, 패션, 일러스트레이션 등 제가 걸어온 모든 길이 지금 하는 일에 자양분이 되었더라고요. 지금 헤매거나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오히려 꼭 필요한 과정이에요. 미래에서 현재를 바라봐도 좋을 것 같아요. 페이퍼 아트를 막 시작했을 때, 하이엔드 브랜드와 작업하는 걸 꿈꾸면서 그들이 제 작업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강점을 만들려고 했어요. 목표하는 시장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한다면 더 도움이 될 거예요.
그렇다면 앞으로의 꿈이 궁금한데요! 언젠가 지금의 꿈도 이뤄질 거니까요.
곧 한국으로 돌아오면 건축, 공간 관련 작업을 더 집중해서 하려고 해요. 그리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제 감성을 표현한 작업실에서 팀원들과 함께 일하고, 클래스도 열어서 더 많은 사람과 페이퍼 아트를 나누고 싶어요.
PLUS LIST
김예은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아이템 3
- 랄프로렌 홈 컬렉션
건축이나 공간을 표현하는 일이 많다 보니까 가구를 많이 만들어요. 그래서 가구와 리빙 브랜드를 자주 찾아보는데, 랄프로렌 홈 컬렉션의 가구는 우아하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라 좋은 인사이트를 줘요. 종이로 작업하는 만큼 환경에 관심이 많고, 자연을 닮은 인테리어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랄프로렌 홈(RH) 쇼룸에 가면 그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어요. 미국 뉴욕에 있는 랄프로렌 매장에 가면 가구와 제품들을 실제로 볼 수 있어서 뉴욕에 살 때 자주 갔었어요.
- 넷플릭스 <맨해튼 소유하기(Owning Manhattan)>
뉴욕 맨해튼 고급 주택을 판매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데, 미국 고급 주택의 인테리어를 볼 수 있어서 참고 자료로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에요. 미국 부동산 회사는 계약을 성사하면 구매자에게 선물을 주기도 하거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만약 제가 만든 집 미니어처 작품을 클로징 선물로 주는 걸 제안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 넷플릭스 <셀링 선셋(Selling Sunset)>
최고급 주택을 거래하는 LA 최고의 공인 중개 회사 이야기를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데요. 여기서 나오는 고급 주택의 건축, 인테리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좋은 인사이트가 돼요. 알고 보니까 저처럼 건축, 디자인을 보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저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 많기 때문에 영화나 방송에서 본 인테리어 디자인이 쌓여서 저만의 레퍼런스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을 작업 중에 틀어놓기도 해요.
TIPPING POINT
김예은 작가와 인터뷰하면서 페이퍼 아트의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작고 예쁜 이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끈기와 책임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작품이든지 쉽게 이뤄지는 건 없다. 뭐든지 빠른 결과를 원하게 된 세상에서 우리가 페이퍼 아트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도 어쩌면 인내와 노력, 시간이라는 가치의 소중함이 보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Creator+] 페이퍼 아티스트 김예은: 종이로 만든 세계로 메시지를 전달하다 17 20251126 053729](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26_053729.jpg)
![[Creator+] 페이퍼 아티스트 김예은: 종이로 만든 세계로 메시지를 전달하다 18 20251126 044615](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26_04461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