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서 클레어 퐁텐의 전시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가 6월 9일까지 열린다. '레디메이드 아티스트'로서 차별과 편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클레어 퐁텐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지금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서는 클레어 퐁텐(Claire Fontaine)의 개인전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Beauty is a Ready-made)〉가 열리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이론가 풀비아 카르네발레(Fulvia Carnevale)와 영국 출신의 미술가 제임스 손힐(James Thornhill)이 함께 설립한 클레어 퐁텐은 작품의 소유권 개념을 강력히 비판하며 제도권 미술 시스템에 도전해왔다. 영어로 ‘맑은 샘’을 뜻하는 ‘클레어 퐁텐’은 프랑스의 대중적인 문구 브랜드명을 그대로 따온 이름인 동시에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기념비적 작품인 ‘샘(Fountain)’에 대한 직접적인 경의의 표현이기도 하다. 자신들을 레디메이드 아티스트로 분류하는 이들은 자식에게 아버지의 성을 물려주듯 작품에 작가의 이름을 붙이는 관습에 반대하는데, 이는 작가와 작품 사이의 일관성을 거부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다. 풀비아 카르네발레와 제임스 손힐 두 사람이 스스로를 작가가 아닌 ‘클레어 퐁텐의 조수들’이라고 하는 이유 역시 예술가로서의 신화적 자아를 포기하려는 시도다.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전시장.

전능하고 독단적인 예술가의 지위를 내려놓은 클레어 퐁텐의 작업은 모든 창작물이 타인과의 소통과 교류, 상호작용의 산물임을 보여주며, 한발 더 나아가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대표작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는 공동체 안에서 타자로 명명되는 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담은 작업이다.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문구를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해 네온사인으로 제작했는데, 해당 문구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의 주제로 채택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클레어 퐁텐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제도권 예술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넘어 사회 전반을 향해 긴급한 정치적 의제를 제안한다. 예술을 통해 시대를 직시하는 눈을 갖게 하는 클레어 퐁텐의 전시는 6월 9일까지 이어진다.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2004~현재).
‘무제(애도)'(2018)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1호(2024.05)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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