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관점, 〈The Time of Shaping Light〉 전
카텔라니 앤 스미스(Catellani & Smith) 〈빛을 조각하는 시간 : The Time of Shaping Light〉 전
더쇼룸(theshowroom)에서 열린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카텔라니 앤 스미스(Catellani & Smith) 전시는 하나의 디자인 요소가 된 조명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그리고 빛이 어떻게 하나의 시각적 경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빛은 가장 오래된 기술이자 가장 현대적인 소재다. 인류는 불을 발견한 순간부터 빛을 통제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탐구해 왔고, 그 과정에서 빛을 활용하기 위해 조명이라는 도구를 만들고, 가구 디자인의 역사와 이어졌다. 오늘날에 조명은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가 되었다. 더쇼룸(theshowroom)에서 열린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카텔라니 앤 스미스(Catellani & Smith) 전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조명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그리고 빛이 어떻게 하나의 시각적 경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카텔라니 앤 스미스 : 1989년 설립한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카텔라니 앤 스미스는 조명을 ‘빛을 다루는 조형물’로 바라봐 왔다. 금속, 종이, 유기적 재료를 기반으로 대부분의 제품을 수작업으로 제작하며, 조명을 기술이 아니라 표현 도구로 사용한다. 빛의 반사, 굴절, 그림자까지 고려한 제작 과정에서 ‘손으로 만든 조명’이 가지는 깊이와 물성을 드러낸다. Gold Moon, Ensō, Pota! 등의 작품들이 보여주듯, 조명 제품을 오브제이자 설치물이며 동시에 공간의 분위기를 설계하게 디자인한다.



이번 전시는 브랜드의 대표작과 창립자 엔조 카텔라니(Enzo Catellani)의 오브제를 통해, 조명을 기능적 장치가 아닌 하나의 조형 언어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안한다. 전시의 핵심은 ‘빛의 투영과 반사’에 있으며, 작품 그 자체뿐 아니라 그 주변에 생성되는 그림자, 반사, 굴절된 이미지까지 동등한 하나의 작품 요소로 다뤄졌다.


전시 기획에는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참고되었다. ‘인간은 동굴 속에 묶인 채 불빛에 비친 그림자만을 현실이라 믿는다’라는 플라톤의 철학에 따라, ‘보이는 것’과 ‘실제 존재하는 것’의 차이를 빛과 그림자를 통해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전시는 외부에 설치된 ‘uomo della luce’에서 시작된다. 이 제품은 알루미늄 와이어로 엮은 조명 구체를 인간 실루엣의 철제 구조물이 지탱하는 구조로, LED 조명이 내부에서 은은한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만들어내며 조명을 하나의 조각처럼 보이게하는 오브제 조명이다. 이 오브제가 만들어내는 시퀀스를 통해 관람객은 입장하면서부터 이번 전시가 빛의 속성과 역할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있게 구성되었다.


내부에 들어서면 아카이브 모델부터 최신작까지 다양한 조명이 배치되어 있었다. 공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작품은 ‘Shadow’였다. 빛과 금속판이 만나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관람객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형태와 흐름이 달라지며 색다른 시각으로 조명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로써 조명이 하나의 살아 있는 조각처럼 느껴지는 경험이 시작된다. 그다음으로 ‘Gold Moon’과 ‘Bellatrix’가 모습을 드러낸다. Gold Moon은 여러 금빛 디스크가 천장에 매달려 공간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는 빛의 파노라마를 만들어내고, Bellatrix는 불규칙한 표면과 금박이 주는 고유한 질감으로 벽면을 예술처럼 연출한다.

공간을 따라 한 걸음 더 옮기면, 이번 전시의 2025년 신작이자 브랜드의 대표작 중 하나인 ‘Pòta!’를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얇은 황동 구조와 다수의 LED로 만들어졌으며, 반짝이는 금속 프레임 사이로 퍼지는 빛이 공간의 형태를 새롭게 설계한다. 기존 조명이 주로 ‘빛을 비추는 도구’였다면, Pòta!는 빛과 구조, 공간이 결합해 하나의 조형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밝기, 설치 각도, 반사 재질의 선택까지 하나의 실험처럼 구성된 이번 서울 전시에서 가장 특별했던 점은 엔조 카텔라니가 직접 개발한 세 점의 한정 아트피스였다. 화이트, 옐로, 블루 세 가지 버전으로 구성된 이 작품들은 컬러 필름과 금속 구조, LED 빛의 각도를 통해 전혀 다른 투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실험적 오브제다. 빛은 굴곡 있는 표면을 통과하며 벽에 새로운 형태를 남긴다. 그 형태는 파도의 물결처럼, 혹은 꽃잎처럼 부드러운 텍스처의 그림자를 만들며 하나의 새로운 이미지를 완성한다.

브랜드의 창립자 ‘엔조 카텔라니’와 ‘정성갑’ 모더레이터가 참여해 카텔라니 앤 스미스의 브랜드 철학부터 미래 지향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The Time of Shaping Light〉 는 조명을 가구의 범주에서 한 단계 확장해, 빛과 그림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공간을 해석하고 정의하는 조형적 매체, 즉 공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작품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안한 전시였다. 전시는 11월 7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었지만 더쇼룸은 일부 작품 전시를 12월에도 이어갈 예정이라고. 이번 전시를 보지 못했다면, 12월에도 이어지는 일부 작품 전시를 통해 카텔라니 앤 스미스의 장인정신과 조명의 미학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올해가 가기 전, 직접 빛의 질감과 존재감을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