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는 100주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기념할까?

‘라이카 100주년 : 세기의 목격자’

1925년 라이프치히 박람회에서 소개된 라이카(Leica)의 ‘Leica I’는 지금 우리가 기본값처럼 사용하는 35mm 포맷을 처음 선보였다. 무겁고 고정된 장소에서 촬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카메라를 들고 도시를 걸으며 순간을 포착하는 새로운 사진 문화를 열었다. 2025년은 라이카가 이 카메라를 공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라이카는 100주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기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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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라이카 홈페이지

1925년 라이프치히 박람회에서 소개된 라이카(Leica)의 ‘Leica I’는 지금 우리가 기본값처럼 사용하는 35mm 포맷을 처음 선보였다. 무겁고 고정된 장소에서 촬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카메라를 들고 도시를 걸으며 순간을 포착하는 새로운 사진 문화를 열었다. 특정한 공간을 찾아가야 했던 사진이 이동 중 즉각적으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며, ‘Leica I’는 사진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2025년은 라이카가 이 카메라를 공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100주년을 기념해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전시, 커뮤니티 프로그램, 기념 제품 출시, 기념 전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행사들로 기념비적인 해를 보내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라이카 100주년: 세기의 목격자

라이카는 ‘Leica I’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브랜드 캠페인 ‘100 Years of Leica: Witness to a Century’를 전개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사진을 단순히 기록용 매체가 아니라 시대를 증언하는 행위로 바라보며, 이를 상징하는 다양한 포토그래퍼와 함께 한다. Jeff Mermelstein의 Sidewalk(New York City 1993), Matt Stuart의 Oxford Circus(London), Joel Meyerowitz의 Paris 1967 등 다양한 작품을 함께 캠페인 메시지와 함께 소개한다. 거리와 일상의 장면을 포착한 이 이미지들은 ‘세계는 증언이 필요하다’라는 브랜드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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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 Mermelstein의 Sidewalk(New York City 1993) 사진 출처 라이카 홈페이지

캠페인은 전 세계 라이카 스토어, 온라인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올해는 두바이, 밀라노, 뉴욕, 상하이, 도쿄 등 주요 도시에서 전시, 워크숍, 문화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글로벌 투어 형식의 기념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각 도시의 커뮤니티와 작가들이 참여한 로컬 프로젝트 역시 동시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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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l Meyerowitz의 Paris 1967 사진 출처 라이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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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t Stuart의 Oxford Circus(London) 사진 출처 라이카 홈페이지

이 연중 프로그램의 가장 큰 메인이 이벤트는 지난 6월에 열린 독일 베츨라(Wetzlar) 본사에서 열린 10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세계 최초의 프로토타입 우르 라이카(Ur-Leica), 라이카 I 126(Leica I #126) 등의 아카이브 전시, 100주년을 기념한 한정판 제품 출시 및 경매 이벤트가 함께 진행됐다. 베츨라는 라이카의 발원지이자 현재 본사가 위치한 장소로, 행사는 브랜드의 출발점을 다시 짚으며 100년의 헤리티지를 오늘의 시선과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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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츨라 대성당에서 열린 100주년 기념행사 사진 출처 라이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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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Leica – A Century of Vision〉 공개 현장 사진 출처 라이카 홈페이지

개막 행사는 베츨라 대성당에서 시작됐다. 약 40개국에서 모인 750여 명의 참석자 앞에서 잘츠부르크의 ‘벨라 무지카’ 앙상블, 라이카 합창단, 그리고 틸 브뢰너 공연을 펼치며 오프닝을 장식했다. 이어서는 의장 카우프만, CEO 마티아스 하쉬, 아트디렉터 렌 카우프만 등 라이카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인물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후 사진가 랄프 깁슨, 조엘 메이어로위츠, 영화감독 라이너 홀제메르가 인터뷰 세션을 통해 라이카와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그 흐름 속에서 다큐멘터리 〈Leica – A Century of Vision〉이 첫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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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 기념 한정판으로 출시된 ‘M11-D 100 YEARS OF LEICA’ 세트 사진 출처 라이카 홈페이지

또한 이번 행사에서는 100주년 기념 한정판 ‘Leica M11-D 100 Years of Leica’ 세트가 처음 공개됐다. 단 101세트만 제작된 이 에디션은 두 개의 상징적인 렌즈가 포함된 특별 구성으로, 등장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첫 번째 카메라는 지금까지 생산된 M 카메라 중 100만 번째 모델이라는 의미를 지니며, 시리얼 넘버 6000000(6백만)이 새겨져 있다. 이 카메라는 1925년에 제작된 세계 최초의 시리얼 카메라 Leica I #126과 함께 에른스트 라이츠 박물관에 상설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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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갤러리 베츨라에서 전시된 에두아르 엘리아스의 다큐멘터리 사진 시리즈 《Augenzeuge(목격자)》 사진 출처 라이카 홈페이지

이번 행사에서는 세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전시도 함께 공개됐다. 에른스트 라이츠 뮤지엄에서는 조엘 메이어로위츠의 대규모 회고전〈Die Freude am Sehen(보는 기쁨)〉 이 열렸고, 그의 대표작 100점이 전시되었다. 라이카 갤러리 베츨라에서는 에두아르 엘리아스의 다큐멘터리 사진 시리즈〈Augenzeuge(목격자)〉 가 소개되어 사회적, 인도적 위기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는 뮤지션이자 라이카 사진가인 제이미 컬럼의 전시 〈These Are the Days〉도 함께 선보여 폭넓은 사진 감상을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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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사진 출처 라이카 홈페이지

모든 프로그램은 부더러스 아레나(Buderus Arena)에서 열린 갈라 이벤트로 마무리됐다. 위 프로그램들 외에도 라이카는 전 세계 29개 라이카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100주년 기념 전시를 통해 세대와 시선을 잇는 연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매달 신진 작가와 라이카 명예의 전당(Leica Hall of Fame) 수상자가 한 쌍을 이루어 12개의 ‘사진적 대화’를 만들어가는 형식으로, 과거와 현재의 시각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2025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 (Leica Oskar Barnack A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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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세가라(Alejandro Cegarra)의 시리즈 <두 개의 장벽(The Two Walls)> 사진 제공 라이카

100주년 기념 프로그램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라이카 오스카 바르낙 어워드(Leica Oskar Barnack Award, 이하LOBA)’이다. 바로 최초의 소형 35mm 카메라인 우르-라이카(Ur-Leica)를 설계한 오스카 바르낙을 기리기 위해 1979년 제정된 국제 사진상으로 매년 진행되고 있다. 올해 시상식은 100주년을 기념 글로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100 Years of Leica: 세기의 목격자(Witness to a Century)’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었다.

2025년 대상은 베네수엘라 출신 사진가 알레한드로 세가라(Alejandro Cegarra)의 프로젝트 <The Two Walls>가 선정되었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이민자와 난민의 현실을 오랜 기간 흑백 사진으로 기록하며 분단, 이주, 인간 존엄성의 문제를 다뤘다. 세가라는 2014년 <다비드 타워의 또 다른 면(The Other Side of the Tower of David)> 시리즈로LOBA 신인상을 받은 데에 이어 올해 대상을 수상하며, LOBA 역사상 최초로 두 부문을 모두 수상한 인물이 되었다.

독일에서 활동 중인 몰도바 출신 사진가 세르게이 두베(Serghei Duve)는 시리즈 <밝은 기억(Bright Memory)>으로 올해 LOBA 신인상을 받았다. 그의 작업은 가족의 역사와 어린 시절을 보낸 트란스니스트리아(Transnistria)라는 지역을 둘러싼 정서적 관계를 본인만의 시선으로 탐구한다.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이 지역의 일상은 향수와 분단의 감정이 뒤섞여 있으며, 두베는 이러한 모순된 감정들을 개인적 경험을 통해 포착해 사회적 서사로 확장했다. 작업 제목은 러시아어 표현 ‘밝은 기억(Swetlaja Pamiat)’에서 가져온 것으로, 잊히지 않는 기억과 정체성의 흔적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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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을 수상한 세르게이 두베(Serghei Duve)의 시리즈 <밝은 기억(Bright Memory)> 사진 제공 라이카

올해 수상작들은 독일 베츨라의 에른스트 라이츠 뮤지엄에서 전시를 시작으로, 전 세계 라이카 갤러리 및 주요 사진 페스티벌에서 순회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라이카 M Connect in 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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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에서 진행된 라이카 M Connect 사진 제공 라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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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바르낙이 우르 라이카(Ur-Leica)로 촬영한 아이젠마르크트(Eisenmarkt) 사진 제공 라이카

한국에서는 체험형 전시가 진행되었다. 서촌 유스퀘이크에서 열린 ‘Leica M Connect’ 라이카 M 시스템의 100년을 돌아보고 촬영 방식의 변화를 모색하는 체험형 전시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1층 벽면을 따라 1925년 라이카 I부터 M3, M6, M7 에르메스 에디션까지 이어지는 카메라 연대기를 살펴볼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관람객은 공간을 걸어가며 자연스럽게 라이카의 헤리티지와 기술적 진화를 따라가게 된다. 한쪽 벽면에는 오스카 바르낙이 우르 라이카(Ur-Leica)로 촬영한 아이젠마르크트(Eisenmarkt) 사진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순간과 라이카의 역사를 더욱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다. 우르 라이카가 탄생한 순간부터 오늘의 M EV1에 이르기까지 ‘카메라가 어떻게 인간의 시선을 확장해왔는가’ 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했다.

2층에서는 전자식 뷰파인더(EVF)를 탑재한 새로운 M 시리즈, M EV1을 중심으로 두 가지 촬영 방식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었다. EVF로 화면 그대로의 밝기·초점·색을 확인하며 촬영하는 방식과, 프레임 바깥까지 함께 보이는 시야 속에서 눈앞 풍경을 직접 바라보며 찍는 라이카의 전통적인 방식(레인지파인더)을 모두 체험할 수 있었다. 라이카가 말하는 ‘예감의 시선에서 확신의 시선으로’라는 메시지가 이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체험가능했다. 또한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의 거장 조엘 메이어로위츠의 사진도 함께 전시되었다. 그가 M EV1으로 촬영한 최신 컬러 작업도 함께 전시되어 새로운 시선으로 거리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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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피의 거장 조엘 메이어로위츠의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사진 제공 라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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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뷰파인더(EVF)를 탑재한 새로운 M 시리즈, M EV1 사진 제공 라이카

3층에서는 영화감독 박찬욱, 포토그래퍼 김신애, 배우 이종원, 전시기획자 이정형 네 명의 창작자 인터뷰를 만나볼 수 있었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M EV1을 통해 자신만의 시선과 감정을 어떻게 담아냈는지 솔직하게 들려주는 공간이었다. 한쪽 벽면에는 이들의 실제 인용문이 붙어 있었고, 방문객은 마음에 드는 문장을 떼어 가져갈 수 있었다. 또 다른 벽면에는 오랜 기간 라이카를 사용해 온 고객들의 사진과 인터뷰가 전시되어, 라이카를 중심으로 쌓여온 경험과 공감의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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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박찬욱, 포토그래퍼 김신애, 배우 이종원, 전시기획자 이정형 네 명의 창작자 인터뷰를 3층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사진 제공 라이카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진 문화를 이끌어온 라이카. 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더 빠르고 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지만, 라이카가 보여주는 철학은 성능이나 기능을 중점에 두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라이카가 오랫동안 지켜온 ‘보는 방식’의 철학이 오늘의 기술과 만나 어떻게 새롭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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