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그 주인공은?

오석천 작가 & 정령재 작가

2025년 제13회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올해의 수상자로는 오석천과 정령재, 두 작가가 선정됐다. 오석천은 전통 목금기법을 바탕으로 손의 시간과 물성을 탐구해왔으며, 정령재는 3D 프린팅을 통해 디지털 제작 기술을 장신구의 조형 언어로 확장해왔다. 수상작은 12월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특별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2025년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그 주인공은?

2025년 제13회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올해의 금속공예가상>은 대한민국 현대 금속공예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2013년 제정된 금속공예 분야 작가상으로, 비철금속 제련기업 고려아연은 ‘금속’이라는 공통된 영역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취지로 본 상을 꾸준히 후원해왔다. 초기에는 후원 형태로 운영돼 왔으며, 2023년부터는 고려아연이 직접 심사와 관련 행사를 주최하며 보다 적극적인 작가 지원 제도로 확장됐다. 올해 수상자로는 오석천과 정령재, 두 작가가 선정됐다.

<올해의 금속공예가상>은 매년 현대 금속공예의 잠재력과 비전을 보여주는 만 45세 이하의 한국 금속공예가를 대상으로 한다. 수상자 2인에게는 각각 1,000만 원의 상금과 상장이 수여되며, 연말에 열리는 수상자 2인 전을 비롯해 관련 전시와 프로모션 기회가 제공된다. 특히 이 상은 작가의 작품 한 점이 아닌, 지난 10년간의 활동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현장 중심의 작가 후원 제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공모와 심사 전 과정은 금속공예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 운영위원회가 주관해 공정성과 개방성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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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12월 19일부터 2024년 3월 10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KZ 프로젝트 <만년사물> 전시 전경. 고려아연에서 10년간 후원해 온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역대 수상작가 18인의 대표 작품과 신작을 소개했다.

전통 금속공예기법인 목금기법을 바탕으로 손의 시간과 물성을 탐구해온 오석천 작가, 그리고 3D 프린팅을 중심으로 디지털 제작 기술을 장신구의 조형 언어로 확장해온 정령재 작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동시대 금속공예의 현재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정후 운영위원을 비롯해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 조성호 청주대학교 조교수가 참여한 심사위원단은 두 작가의 작업에 대해 “기술과 태도, 조형적 완성도를 고루 갖춘 작업”이라며, 금속공예가 지닌 표현 가능성을 폭넓게 드러낸 선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13회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수상자들의 작업은 오는 12월 1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특별전을 통해 직접 만나볼 수 있다.

3D 프린팅과 전통의 만남, 정령재 작가

정령재 작가는 3D 프린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제작 방식을 통해 장신구와 신체의 관계를 새롭게 탐구해온 작가다. 국민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그는 전통적인 금속공예 기법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며, 장신구를 고정된 오브제가 아닌 몸과 함께 작동하는 조형 구조로 확장해왔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최종 결과물에는 수공예적 감각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태도를 바탕으로, 장신구와 신체가 어떻게 교감하고 반응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질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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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 연작인 <The Motion> 시리즈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집약된 작업이다. 체인 형태로 구성된 이 장신구는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신체와 함께 호응한다 특히 SLS(Selective Laser Sintering) 방식의 3D 프린팅으로 제작된 폴리아미드 구조는 지지대 없이도 복잡하고 유기적인 형태를 구현할 수 있어, 반복과 리듬이 만들어내는 조형성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작품은 하나의 완결된 형태로 고정되지 않은 채 다발의 상태로 출력되며, 착용되는 순간마다 서로 다른 실루엣과 리듬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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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궤적, SLS 3D 프린팅 알루마이드, 합성석, 각 6x6x3cm, 2021

정령재 작가는 금속, 폴리아미드, 알루마이드, 클리어 레진, 캐스팅 왁스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물성의 차이를 탐구해왔다. 금속이 지닌 무게감과 촉감, 폴리아미드의 가벼움과 탄성, 알루마이드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소리와 마찰, 클리어 레진의 빛을 투과하는 성질은 각각 서로 다른 감각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디지털 모델링으로 출력한 캐스팅 왁스를 금속으로 주조하는 방식은 전통적인 녹음 세공 기법과 현대 기술을 연결하며, 그의 작업이 단순한 기술 실험에 머물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반복 가능성과 정밀함이 인간 신체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과 결합하며, 매번 다른 우연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통제된 형태가 아니라, 기술과 신체가 만나 생성하는 관계와 변화의 과정이다. 이번 수상은 오랫동안 이어온 이러한 실험적 태도와 조형 언어가 하나의 흐름으로 조명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자연의 패턴을 금속에 옮기다, 오석천 작가

오석천 작가는 전통 금속공예기법인 목금상감(木金象嵌)을 바탕으로 금속에 손의 흔적과 시간의 결을 새겨온 작가다. 목금상감은 서로 다른 금속을 여러 겹으로 쌓아 불로 하나의 덩어리로 접합한 뒤, 이를 두드리고 갈아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나뭇결처럼 자연스러운 무늬를 만들어내는 기법이다. 단단하고 차가운 물질로 인식되기 쉬운 금속이 반복적인 두드림과 열, 세척의 과정을 거치며 점차 온기를 띠는 변화는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감각이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의 리듬과 인간의 내면이 만나는 지점을 조형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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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l+Metal, 은, 동, 블랙C착색, 옻칠, 8.8×9.3×7.5cm, 2023

그의 작업에서 패턴은 장식적인 요소가 아니라, 자연과 재료, 그리고 손의 시간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가깝다. 벌집의 구조, 나뭇결, 거미줄, 바람이나 물결이 남긴 흔적처럼 반복되지만 결코 동일하지 않은 자연의 질서는 금속 위에서 새로운 결로 번역된다. 오석천은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재료가 반응하는 방식과 자신의 손이 개입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리듬을 다시 만들어낸다. 이때 드러나는 무늬는 사전에 완전히 통제된 형태가 아니라, 의도와 우연이 맞물려 생성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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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결, 손길의 숨결, 은, 동, 은도금, 블랙C착색, 23×19×19cm, 2022

귀금속을 주된 재료로 사용하는 그의 작업은 오브제로서의 조형적 완성도를 지니면서도, 공예품으로서의 본질을 함께 고려한다. 보는 작품에 머무르기보다 실제 사용 가능한 기능을 염두에 두며, 기물과 오브제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을 택해왔다. 이는 공예가 지닌 실용성과 조형성이 분리될 수 없다는 그의 태도를 반영한다.

최근에는 금속 기물에 도끼로 순간적인 타격을 가해 의도적인 찌그러짐을 만들어내는 실험도 이어가고 있다. 금속의 강도와 인간의 물리적 개입이 직접적으로 맞닿는 이 과정은, 완성된 형태보다 변화의 순간에 주목하려는 그의 관심을 드러낸다. 예측 불가능한 변형에서 새로운 결을 발견하는 이러한 시도는, 그가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손의 시간’을 또 다른 방식으로 확장한다.

오석천 작가에게 금속공예는 단순한 기술의 축적이 아니라, 재료와 사유가 함께 축적되는 과정이다. 금속 위에 남겨진 결은 시간의 기록이자 손끝의 사유이며, 자연과 인간, 의도와 우연이 공존하는 하나의 조형 언어로 남는다. 그의 작업은 금속공예가 여전히 살아 있는 감각의 영역임을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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