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디자인팀] 용용선생 브랜드 스토리 ①

보고 마시고 느끼는 자들의 무릉도원

용용선생은 홍콩과 영국 문화를 결합한 독창적인 F&B 브랜드다. 1930년대 홍콩을 콘셉트로 마라전골, 마라마요새우, 마라왕교자 등 마라를 활용한 퓨전 중식 요리와 고량주 하이볼을 선보이며 외식업계에서 단숨에 두각을 나타냈다.

[브랜드 디자인팀] 용용선생 브랜드 스토리 ①

용용선생은 창업 4년 차인 2023년, 전국에 110여 개의 지점을 확보했고 네이버 포털 사이트 ‘2023 주점 프랜차이즈 키워드 브랜드 선호도’ 업계 1위를 달성했다. F&B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과 공간뿐만 아니라, 단단한 브랜드 스토리까지 갖춘 용용선생을 만든 주력은 바로 디자인이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용용선생의 디자인팀을 브랜드디자인실과 공간디자인실로 나누어 두 편에 걸쳐 소개한다.

용용선생의 브랜드 스토리와 캐릭터를 활용한 메뉴판 디자인

세계관을 형성하는 브랜딩

고객을 팬으로 만들 수 없을까? 용용선생 브랜디자인실은 이를 위해 브랜드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시각적 장치를 제시했다. 우선 서로 다른 두 스타일의 결합을 나타내는 ‘레트로 글램Retro Glam’이라는 새로운 비주얼 장르를 개척했다. 또한 근엄한 가문에서 태어난 장난꾸러기 ‘용용이 삼형제’라는 캐릭터를 창작하고, 이들이 개점한 공간을 ‘무릉도원’이라는 키워드로 묘사해 브랜드 스토리로 풀어냈다. 여기에 세부적으로 푸드 마스터 ‘화룡’, 알코올 마스터 ‘주룡’, 펑키 재즈 마스터 ‘마룡’이라는 설정을 더했다. 또한 각 지점 운영자들이 브랜드 캐릭터 가운데 하나를 골라 페르소나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요리에 자신 있는 점주는 ‘화룡’을, 매장 음악 연출에 자신 있는 점주는 ‘마룡’을 선택하는 식이다. 이를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명함에 기재하도록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하나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인터널 브랜딩과 익스터널 브랜딩을 동시에 해결하는 영리한 전략이다.

광장시장에서 열린 용용선생의 팝업 스토어 ‘마라도원 Saeson 1. 마라떡볶이바’의 패키지와 포스터, 굿즈 디자인.

문자 체계를 넘어 이미지로 작동한 로고 디자인

브랜드디자인실은 홍콩과 영국 문화의 결합, 한자와 영문의 조화, 브랜드 캐릭터 등을 다양한 디자인 요소로 확장했다. 앞서 소개한 세 캐릭터 중 ‘마룡’을 활용한 심벌에 한자와 영문으로 구성한 타이포그래피로 퓨전 중식이라는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여기에 사용한 한자 서체 ‘용용 홍콩 레귤러Yongyong Hong Kong Regular’는 자체 개발했다. 한자의 경우 획 끝을 용용이 삼형제의 수염이 연상되도록 디자인한 게 특징이다. 용용선생 브랜드디자인실은 “가독성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한자를 브랜드의 핵심 언어로 채택한 것은 위험 부담이 있는 시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소비자가 홍콩과 영국 문화의 퓨전이라는 브랜드 핵심 콘셉트와 키 비주얼을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데 결정적 장치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마치 유니클로가 뉴욕 진출 당시 영문이 아닌 가타카나로 이뤄진 사이니지를 내걸었지만 소비자들이 위화감 없이 받아들였던 경우를 떠오르게 한다. 문자가 읽히는 것이 아닌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 용용선생은 아이덴티티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했는데 유니폼, 명함, 메뉴판은 물론 메인 요리를 담는 오발 접시에도 타이포그래피를 반영하는 등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광장시장에서 열린 용용선생의 팝업 스토어 ‘마라도원 Saeson 1. 마라떡볶이바’의 패키지와 포스터, 굿즈 디자인.


소통하는 팝업 스토어 전략

용용선생은 지난 2023년 10월 광장시장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어 소비자와 소통하기도 했다. 이는 식음료를 넘어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잇터테인먼트(eatertainment)’를 지향하는 브랜드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떡볶이에 마라와 바bar라는 콘셉트를 더해 ‘마라떡볶이바’를 연 것. 기존 매장보다 젊고 캐주얼한 분위기로 시각물을 제작해 브랜드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공간 디자인은 알루미늄, 아트지 포스터, 벽돌 등을 활용해 거친 스트리트 무드를 자아냈다. 키 컬러로는 블랙과 레드를 채택해 강렬한 대비로 주목도를 높였다. 이 행사를 위해 디자인한 점프슈트는 추후 상설 매장에서 착용할 수 있는 유니폼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용용선생 브랜드디자인실은 “브랜드 스토리를 무분별하게 확장하며 캐릭터나 굿즈를 만드는 데 치중하기보다 브랜드를 만드는 일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라고 밝혔다. 브랜드의 진정성을 만드는 것은 결국 창작자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좌) 이예진 (우) 신기루


신기루
용용선생 브랜드디자인실 실장. ‘에꼴 스튜디오 크레아 파리’에서 인터랙티브 디자인 석사 졸업 과정을 마치고 ‘그룹 뉴벨갸르드’에서 3년간 수석 디자이너로 일했다. 현재 삼육대학교 환경디자인학과에서 비주얼 디자인을 강의한다.

이예진
용용선생 브랜드 디자이너. 홍익대학교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윤디자인그룹과 글로우서울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 기사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공간 디자인팀] 용용선생 브랜드 스토리 ②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47호(2024.0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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