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부터 나침반까지, AI를 입은 신제품
인공지능, 어디까지 적용되는 거예요?
인공지능 기술에 힘입어 탄생한 연애 빵부터 성능 향상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신발까지, 에디터가 뽑은 네 가지 AI 제품을 소개한다.
2024년은 인공지능 열풍을 넘어 광풍이 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기술력이 발전했고, 그에 따른 수요가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 이를 고려하면 스마트폰 이후의 넥스트 스텝을 ‘인공지능’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충분히 이해가 된다. 최근 AI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거나 기존의 제품을 업그레이드 한 흥미로운 프로젝트와 프로덕트 네 가지를 선별해 소개한다.
AI로 만든 사랑의 맛, 연애 빵
일본 최초로 단팥빵을 만든 도쿄 긴자의 빵집 기무라야(KIMURAYA)에서 사랑의 맛을 표현한 빵을 선보였다. 사랑에 빠지는 달콤한 순간부터 헤어짐의 쓸쓸함까지 보편적인 연애 과정에 따라 총 다섯 가지 맛을 개발했다. 흥미로운 건 운명적 만남, 첫 데이트, 질투, 실연의 눈물, 서로 통하는 마음이라는 다섯 가지 맛을 개발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했다는 점. 이를 위해 전자 회사인 닛폰 전기(이하 NEC)와 OTT 플랫폼 아베마TV와 협업했다.
기무라야는 AI 연애 빵을 만들기 위해 두 가지 재료를 활용했다. 먼저 아베마TV에서 방영 중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늘,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출연자들의 15시간 분량의 대화를 NEC가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NEC the wise’를 통해 텍스트로 추출했다. 이후 연애 감정이 잘 드러나는 순간들에 ‘감정 점수’를 부여했다. 여기에 음식 이름이 가사에 포함된 제이팝 3만 5천 곡을 추출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음식과 연애 감정의 상관관계 지도를 만들었다.
운명적 만남에는 솜사탕과 사과, 첫 데이트는 라임과 오렌지, 질투는 자색 고구마와 트러플 오일, 실연의 눈물은 포도와 건사과, 서로 통하는 마음은 복숭아, 용과 그리고 꿀을 사용해 빵을 만들었다. 한편 이들이 사랑과 연애의 맛을 표현한 빵을 개발한 배경에는 일본 젊은 세대의 연애 기피라는 사회 현상이 자리한다. 즉,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만든 연애 빵을 먹으면 사랑의 감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셈. 이처럼 인간의 감정까지 구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자면 앞으로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AI와 함께 돌아온 문워커스 X
2022년 10월, 미국의 로봇 엔지니어링 회사 시프트 로보틱스(Shift Robotics)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신발 ‘문워커스(Moonwalker)’를 공개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약 2년 뒤인 2024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4’에서 이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더해 업그레이드한 ‘문워커스 X’를 소개했다.
문워크스 X는 도보 속도를 최대 250%까지 증가시켜 주는 문워커스의 기존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한 점이 특징이다. 10개의 바퀴를 6개로 줄이면서 2kg에서 1.4kg으로 무게를 줄였고 바닥 충격 흡수 기능도 향상됐다. 무엇보다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반의 OS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해 좁은 공간에서의 조작 성능은 물론, 사용자의 보폭을 초당 100회 인식해 이전 모델인 문워크스 보다 한층 더 정교하고, 안전하며, 걷는 동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문워크스 X는 물류와 유통 산업 종사자들을 타깃으로 개발된 점도 눈길을 끈다. USB 충전 한 번으로 약 11.3km 거리를 움직일 수 있는데 빠른 걸음의 움직임으로 업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시프트 로보틱스의 주장이다. 소재부터 머신러닝 OS 시스템까지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문워크스 X의 가격은 기존 가격인 1,400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은 올 상반기 내 출시 예정이다.
ChatGPT를 품다, 낫싱 이어버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테크 스타트업 낫싱(Nothing)이 ChatGPT가 가능한 네 번 무선 이어폰을 공개했다. 앞서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스마트폰 디자인으로 주목받은 바 있는 이들이 새롭게 선보인 무선 이어폰은 ‘낫싱 이어(Nothing Ear)’ 그리고 ‘낫싱 이어버드 (a) (Nothing Ear (a))’로 두 가지다. 낫싱 이어는 화이트와 블랙 두 가지 색상으로, 낫싱 이어는 화이트, 블랙, 옐로 세 가지 색상으로 제작했다. 두 제품 모두 기존 낫싱의 상징적인 버블 디자인 그리고 투명 디자인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특히 11mm세라믹 드라이버를 갖춰 공기 흐름을 개선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에 더해 최대 45db의 스마트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더해져 보다 선명한 음원을 경험할 수 있다. 완충 기준 배터리 재생 시간도 증가했다. 낫싱 이어는 최대 40.5 시간, 낫싱 이어 (a)는 최대 42.5 시간 동안 재생이 가능하다.
낫싱 이어버드의 디자인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색상이다. 화이트와 블랙 두 가지 색상을 고집해 온 낫싱이 처음으로 옐로 색상의 제품을 선보인 것. 이는 낫싱의 디자인 언어에 유희성을 더하면서 동시에 버블 디자인을 통해 강조해 온 투명성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따른다. 즉, 단순히 스타일링의 차원에서 색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디자인 과정과 디자인적 사고를 바탕으로 색을 선택했다는 말이다. 최근 공개된 낫싱 이어버드 디자인 관련 영상을 살펴보면 제약회사 제품 포장 디자인과 렌즈 뚜껑 등으로부터 초기 디자인 영감을 받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낫싱 이어 (a)와 낫싱 이어가 주목받은 건 바로 오픈 AI가 제작한 인공지능 챗봇 ‘ChatGPT’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제약이 있다면 자체 개발한 낫싱 OS를 이용하는 낫싱 폰의 사용자에 한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는 점이다. 낫싱 이어버드를 착용한 채로 인공지능과 마치 대화를 나누듯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얼리어답터라면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을 터. 국내 정식 출시는 내달 2일이다.
스마트폰 해방! AI 나침반 테라
지난달 공개된 인공지능 나침반 ‘테라(Terra)’도 흥미로운 AI 제품으로 손꼽힌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디자인 스튜디오 모뎀 웍스(Modem Works)와 스위스 로잔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스튜디오 팬터 앤 투론(Panter&Tourron) 스튜디오가 협력해 개발했다. 포켓 사이즈로 한 손에 쥐어지는 테라는 야외에서 휴대폰 없이도 사용자에게 방향을 알려준다. GPS 시작 좌표를 입력하고, 사용 가능 시간을 입력하면 그 이후부터는 인공지능이 촉각 피드백을 반영해 사용자 맞춤형으로 방향을 제공하는 식이다.
흥미로운 건 디지털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 크기가 현저히 작다는 것이다. 이는 제품을 기획한 이들의 의도가 디자인에 반영됐다. 두 디자인 스튜디오는 현대인들이 휴대폰과 컴퓨터 디스플레이를 바라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의도적으로 디스플레이 비중을 최소화해 자연환경과의 접촉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한편 디스플레이 위로는 바늘 모양의 화살표와 더불어 식물과 곤충 등 자연물의 심벌이 등장해 사용자의 길을 안내하는데 이는 탐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쥬만지’로부터 영감을 얻은 부분이다. 아울러 ‘테라’는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생산되어 디자인의 자율도가 높은 점도 특징이다. 모뎀 웍스와 팬터 앤 투론 스튜디오는 고프고어 스타일로 제품을 디자인했지만,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외형을 다르게 디자인할 수 있다. 나만의 AI 나침반과 함께 산책과 하이킹을 나서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