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디자인 거장의 교훈, 〈Learning from Design Maestros〉전

도쿄의 21_21 디자인 사이트가 동시대를 읽기 위한 수단으로 6명의 모던 디자인 거장을 소환했다. 브루노 무나리, 막스 빌,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오틀 아이허, 엔초 마리, 디터 람스. 면면이 새롭지는 않지만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목을 끄는 기획이다.

20세기 디자인 거장의 교훈, 〈Learning from Design Maestros〉전

모던 디자인의 신화를 둘러싼 각자의 견해는 차치하더라도 20세기 디자인의 논의가 여전히 흥미로운 단초를 제공해준다는 데에 이견을 제시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당대 디자이너들의 사상과 이념은 끊임없이 회자되며 시대를 초월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도쿄의 21_21 디자인 사이트 역시 동시대를 읽기 위한 수단으로 6명의 모던 디자인 거장을 소환했다. 브루노 무나리, 막스 빌,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오틀 아이허, 엔초 마리, 디터 람스. 면면이 새롭지는 않지만 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목을 끄는 기획이다.

정보가 범람하고 변화가 가속화되는 오늘날, 디자인의 본질을 되돌아보고자 한 전시인 만큼 작품 이면에 담긴 디자이너들의 철학과 이념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걸작과 함께 선보인 아카이브 자료와 다큐멘터리 영상은 모던 디자인 선구자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실질적인 고뇌의 흔적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사유와 소통을 수반하는 디자인 행위가 결코 삶과 분리될 수 없음을 상기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6명의 거장 외에 일본의 디자이너 겸 교육자 무카이 슈타로의 관점도 함께 다룬다. 2024년에 타계한 그가 생전에 막스 빌, 오틀 아이허와 우정을 나누며 디자인학의 토대를 구축한 경로를 살펴본다. 익히 알려진 모던 디자인의 계보를 자국의 디자인사와 연결 지으려는 흥미로운 담론적 시도를 눈여겨볼 만하다.


가와카미 노리코 & 다시로 가오루 전시 감독

“전시에서 소개하는 디자인 거장들은 단일한 사조에 속하지 않는다. 전후 유럽에서 저마다 독자 노선을 개척하며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문화권에서 ‘게슈탈터Gestalter’, ‘엔트베르퍼Entwerfer,’ ‘프로제티스타Progettista’로 불렸는데, 이는 단순한 제작자를 넘어 개념을 구상하고 프로젝트를 총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존재를 뜻한다. 이 같은 호칭은 6명의 마에스트로가 모두 디자인을 통합적인 창작 행위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거장들의 작품을 일종의 강력한 선언으로 조명한다. 이들의 작업에 귀 기울이다 보면 앞으로 디자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태도에 대해서도 함께 사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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