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세계가 주목한 공간들
2025 베르사유 건축상(Prix Versailles) 본상 총 정리
베르사유 건축상은 매년 공공 공간부터 문화, 상업공간까지 다양한 공간에 수여되는 건축상이다. ’건축계의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권위 있는 이 상은 건물의 외관뿐 아니라, 공간이 담고 있는 사회, 문화적 의미를 함께 평가한다. 수상작은 세계 각지의 건축과 디자인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매일매일 새로운 건물들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효율을 중점으로 설계된 도시 풍경 속에서, 건축물의 개성과 아름다움은 예전만큼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베르사유 건축상(Prix Versailles)은 시간이 지나도 미적 가치를 유지하는 건축과 공간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베르사유 건축상은 매년 공공 공간부터 문화, 상업공간까지 다양한 공간에 수여되는 건축상이다. ’건축계의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권위 있는 이 상은 건물의 외관뿐 아니라, 공간이 담고 있는 사회, 문화적 의미를 함께 평가한다. 수상작은 세계 각지의 건축과 디자인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이 상은 2017년부터 부문을 세부적으로 확장해왔다, 2024년에는 박물관 부문을 새롭게 도입하며 상의 체계를 정교하게 다듬고, 그 권위를 더욱 확고히 했다. 올해 5월에는 작년 신설된 박물관 부문을 시작으로, 6월에는 호텔/식당/캠퍼스/공항 부문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어 9월에는 상업 공간, 11월에는 기차역과 스포츠 시설 부문 선정 리스트를 공개했으며, 12월에는 이들 부문에서 선정된 각 세 곳에 ‘월드 타이틀’을 수여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선정 결과는 건축에 대한 다양한 문화적 시선을 반영했다. 올해 심사위원단으로는 UNESCO 전 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를 위원장으로, 배우이자 감독 마리아 드 메데이루스, 개념미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 피아니스트 랑랑, 건축가 마 얀송과 톰 메인, 패션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르펀, 배우 엠마 왓슨이 참여했다. 다각도의 심사를 거친 ‘월드 타이틀’ 수상 공간들을 살펴보며, 2025 건축과 공간 트렌드를 함께 되짚어보자.
공항(Airpots) 부문
공항 부문에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동의 공간’을 재정의한 세 곳이 선정됐다.



공항 부문에서 베르사유 본상(Prix Versilles)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터미널 1(San Francisco International Airport, Terminal 1)’이 차지했다.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통해 공항의 환경적,문화적 역할을 동시에 확장한 사례다. 25개의 신규 탑승 게이트를 포함한 이 장소는 탄소 배출 79%, 에너지 사용량 59%를 줄이며 지속 가능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모든 층으로 자연광이 스며드는 구조와 지역 공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져, 여행자에게 차분한 휴식의 환경을 제공한다. 그리고 세계 유일의 공항 내 공인 박물관인 SFO 뮤지엄을 통해 공항이라는 공간을 문화 공간으로 확장했다.




사진 출처 베르사유 건축상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 Kamel Khalfi, © Maison Yellow / Studio Jezequel, © Aéroport Marseille Provence
내부 특별상(Special Prize for an Interior)은 ‘프랑스 마르세유 프로방스 공항 터미널 1(Marseille Provence Airport, Terminal 1)’에게 돌아갔다. 포스터 앤 파트너스가 설계한 중심 공간 ‘쾨르(Cœur)’는 기존 터미널을 하나로 연결하며, 부지 확장 없이 2만 2,000㎡ 규모의 공간을 새롭게 구성했다. 70% 재활용 강철과 자연 환기 구조를 적용해 친환경성을 높였고, 1960년대에 지어진 기존 터미널과 1990년대 증축한 구조를 살려 내부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사진 출처 베르사유 건축상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 Ema Peter
외부 특별상(Special Prize for an Exterior)을 수상한 ‘미국 포틀랜드 국제공항 메인 터미널(Portland International Airport, Main Terminal)’은 숲을 걷는 경험에서 출발한 공간이다. ZGF가 설계한 3만 6,000㎡ 규모의 매스 팀버 지붕은 오리건 주의 목재 산업을 상징하는 요소다. 지역에서 조달한 재료와 풍부한 자연광, 자연을 닮은 디자인을 통해 공항의 외관을 인상적이게 완성했다. 기능 중심 시설이라는 공항의 이미지에서 자연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공항의 성격을 확장한다.
캠퍼스(Campuses) 부문
캠퍼스 부문에서는 도시 맥락과 학습 환경, 공간의 연결성을 중심으로 한 교육 시설들이 선정됐다.




베르사유 본상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LCI Barcelona’가 받았다. 패션과 시각 예술, 디자인 교육으로 잘 알려진 이 곳은 포블레노우 22@ 지구의 옛 산업 부지에 조성된 이 캠퍼스는 ‘수직형 캠퍼스’ 개념을 바탕으로, 두 개의 대형 홀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설계를 맡은 Circular Studio는 캠퍼스의 주요 동선을 건물 외곽으로 배치해, 이동 경로가 소통과 작업, 전시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했다. 건물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해 지중해의 풍경과 시원한 바람을 실내까지 끌어들였다. 또한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햇빛을 직접 차단하는 구조를 적용해 환경까지 고려했다.



사진 출처 베르사유 건축상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 Su Shengliang
내부 특별상을 수상한 곳은 중국 상하이의 ‘자오퉁대학교 디자인 스쿨(Shanghai Jiao Tong University, School of Design)’. 설계를 맡은 Studio Ruan Xing은 2003년에 지어진 세 개의 건물을 하나의 학교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중앙 홀을 제안하며 공간의 상징성을 강화했다. 송나라 시대의 무지개 다리에서 영감을 받은 목조구조는 기존 콘크리트 구조와 조화를 이루며, 수리와 교체가 가능한 구조로 만들었다. 유리 지붕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는 중앙 홀은 성당의 내부 공간을 떠올리게 하며,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디자인이 공존하는 학교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외부 특별상은 덴마크의 ‘코펜하겐대학교 닐스 보어 빌딩(University of Copenhagen, Niels Bohr Bygningen)’이 수상했다. 물리학자 닐스 보어의 ‘개방과 교류’ 철학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건물은 과학대학 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두 개의 매스를 잇는 스카이워크와 무한대 형태의 아트리움 ‘트로포스피어(Troposphere)’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학과의 학생과 연구자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고 오가는 구조다. 이중으로 설계된 외벽과 구조 덕분에 공기가 잘 통하고 빛이 충분히 들어오며, 하나의 건물 안에 다양한 기능과 공간 성격을 담아냈다.
기차역(Passenger Stations) 부문
기차역 부문에서는 도시와 사람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세 곳이 선정됐다.

사진 출처 베르사유 건축상 홈페이지 © Dominique Perrault Architecture / Michel Denancé / Société des grands projets

사진 출처 베르사유 건축상 홈페이지 © Dominique Perrault Architecture / Michel Denancé / Société des grands projets

사진 출처 베르사유 건축상 홈페이지 © Dominique Perrault Architecture / Anne-Claude Barbier / Société des grands projets
프랑스의 ‘빌르쥐프–귀스타브 루시 역(Villejuif – Gustave Roussy Station)’이 베르사유 본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이 역은 금속과 빛을 주요 재료로 삼아 공간을 구성한 곳이다. 넓은 보행 광장 한가운데 자리한 유리 지붕을 배치하며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없앴다. 그리고 빛과 공기를 지하 50m 아래 플랫폼까지 끌어들여 지하 공간도 밝고 쾌적하게 만들었다. 직경 70m의 원형 공간과 길게 이어진 에스컬레이터는 위아래로 이동하는 흐름과 도시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내부 특별상은 호주 시드니의 ‘가디갈 역(Gadigal Station)’에 돌아갔다. 포스터 앤 파트너스와 콕스 아키텍처가 함께 설계한 이 역은 시드니 최초의 메트로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지하 25m 깊이에 만들어졌다. 강렬한 색의 세라믹 타일로 완성된 대형 아트워크 〈The Underneath〉는 승객의 이동 경로를 따라 펼쳐지며,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통로라는 공간을 경험의 공간으로 바꾼다. 곡선과 색의 변화는 지하에 펼쳐진 지층의 구조를 떠올리게 하며, 대중교통을 통한 친환경 도시 전환의 메시지를 담아낸다.




외부 특별상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KAFD 역(KAFD Station)’이 수상했다.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가 설계한 이 역은 세계 최장 규모의 무인 교통 시스템의 중심 허브로, 사막의 바람이 만든 패턴에서 영감을 받은 외관이 특징이다. 사람과 열차, 차량의 이동 흐름을 분석해 만든 곡선 형태는 첨단 기술과 자연의 이미지를 동시에 담아낸다. 미래적인 고층 빌딩이 늘어선 사우디의 도시 풍경 속에서, 부드럽고 상징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스포츠 시설(Sports) 부문
스포츠 경기장 부문에서는 경기 관람을 넘어, 도시 풍경과 일상 속 경험으로 확장된 스포츠 시설들이 선정됐다.

© Ken’ichi Suzuki

© Ken’ichi Suzuki
베르사유 본상은 일본 가가와현의 ‘가가와 현립 아레나(Kagawa Prefectural Arena, 아나부키 아레나 가가와)’가 받았다. SANAA가 설계한 이 아레나는 다카마쓰 역과 항구 인근, 세토 내해를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하며 도시와 바다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농구와 무술 등 종목별로 구성된 세 개의 체육관은 하나의 부드러운 곡선 지붕 아래 연결돼 있다. 수평선 너머로 이어진 작은 섬들의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은 지붕은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벽을 최소화한 구조와 반야외 공간은 스포츠 관람을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머물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자연광과 파스텔 톤의 실내 마감으로 밝고 열린 분위기를 완성했다.



내부 특별상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인튜이트 돔(Intuit Dome)’이 수상했다. AECOM이 설계한 이 농구 전용 아레나는 2028년 LA 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조성됐다. 이 곳의 공간 구성은 관람객의 몰입 경험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디지털 콘텐츠와 기술 기반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실내 곳곳에 배치돼, 경기 관람은 물론 머무는 시간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든다. 리타 코닉이 참여한 인테리어와 LA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은 ‘미래형 아레나’에 대한 비전을 공간 안에 담아냈다.




외부 특별상은 프랑스 샤르트르의 ‘르 콜리제(Le Colisée)’가 받았다. Groupe-6 Architectes가 설계한 스포츠, 문화 복합 시설은 도시 중심부에 자리한다. 대성당을 향해 열린 파사드와 광장은 스포츠 시설을 도시 풍경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고대 원형극장을 연상시키는 타원형 홀과 회랑 구조는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되며, 철도 부지를 재생해 조성된 입지는 도시 맥락과의 연결성을 강화한다. 반지하 구조와 옥상 정원, 산책로는 시각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공공 공간을 제공한다.
박물관(Museums) 부문
박물관 부문에서는 기존의 건축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감각적 경험을 확장하며 문화 공간의 역할을 넓힌 사례들이 선정됐다.




본상은 노르웨이 크리스티안산의 ‘쿤스트실로(Kunstsilo)’가 받았다. Mestres Wåge Arquitectes는 항구에 자리한 1935년 산업용 곡물 저장고, 30개의 거대한 사일로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노르웨이 남부 최대 규모의 미술관인 이 건물은 세계 최대의 북유럽 미술 개인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옥상에서는 해안선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내부의 거대한 사일로 공간은 자연광을 끌어들여 건물의 압도적인 규모를 강조하며, 콘크리트 성당을 연상시키는 분위기 속에서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의 박물관도 특별상에 이름을 올렸다. 바로 ‘오디움(Audeum)’이 내부 특별상을 수상한 것. 쿠마 겐고가 설계한 이 공간은 건물을 하나의 ‘악기’처럼 다루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1877년 유성기 발명 이후 150년간의 오디오 발전사를 집대성한 이곳은 수집, 보존, 연구, 전시를 아우르는 오디오 박물관이다. 수직으로 배열된 알루미늄 파이프 외관을 지나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편백나무로 마감된 내부 공간이 펼쳐지며 분위기는 점차 부드럽게 전환된다. 빛과 소리, 바람과 향 등 다양한 감각 요소를 활용해 소리를 중심으로 한 체험형 공간이다.




외부 특별상은 미국 오마하의 ‘조슬린 미술관(Joslyn Art Museum)’ 이 수상했다. 1931년 아르데코 양식의 본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1994년 파빌리온에 이어, 2024년 스뇌헤타(Snøhetta)와 APMA가 공동 설계한 ‘론다 & 하워드 호크스 파빌리온(Hawks Pavilion)’ 신관이 더해졌다. 새로운 파빌리온은 주변 환경과 대비되는 현대적 형태로, 서로 다른 시대의 건축이 공존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세 개의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이 공존하며 상징적인 문화 장소로 자리 잡았다.
상업(Emporiums) 공간
상업공간 부문에서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공간 경험으로 확장한 곳들이 선정됐다.

사진 출처 베르사유 건축상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 Tiffany & Co.


사진 출처 베르사유 건축상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 Tiffany & Co.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티파니앤코 몬테 나폴레오네 매장(Tiffany & Co. Montenapoleone)’ 베르사유 본상을 수상했다. 티파니앤코는 밀라노 패션 지구 중심에 위치한 19세기 신고전주의 건축물 ‘팔라초 타베르나(Palazzo Taverna)’를 유럽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재해석했다. 아치형 윈도우에는 티파니 블루 색감의 무라노 유리를 적용해 브랜드의 상징성과 도시의 우아함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피터 마리노가 설계를 맡은 이 공간은 세 개 층에 걸쳐 티파니의 예술과 역사, 장인정신을 드러낸다. 1층에는 브랜드 아카이브와 역사적 주얼리가 전시되고, 2층은 홈 & 실버 컬렉션, 3층은 다이아몬드와 워치 갤러리, 프라이빗 살롱으로 구성됐다. 유리 계단과 대형 스카이라이트를 통해 자연광이 중정으로 스며들고,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과 이탈리아 장인의 소재가 어우러지며 미국적 화려함과 이탈리아적 세련미가 공존하는 공간을 완성했다.



내부 특별상은 벨기에 브뤼셀 ‘까르띠에(Cartier) 매장’이 수상했다. 프리드만 & 베르사체가 리노베이션한 이 공간은 ‘장인정신의 정원(Garden of Artisanal Crafts)’을 주제로, 꽃과 식물의 디테일이 가득한 실내를 선보인다. 벨기에 초현실주의 예술과 건축가 빅토르 오르타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은 까르띠에의 역사와 지역적 맥락을 함께 담아낸다. 블런델 & 테리앙 스튜디오가 제작한 팬서 모티프의 저부조 작품, 수관을 연상시키는 샹들리에, 수련을 형상화한 원목 마루는 공간에 깊이를 더한다. 장식적인 요소와 함께 지속 가능한 소재와 관리 방식을 적용해,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외부 특별상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애플 더 익스체인지 TRX(Apple The Exchange TRX)’가 받았다. 포스터 앤 파트너스가 설계한 이 매장은 말레이시아 최초의 애플 스토어로, 정사각형 형태의 돔형 지붕이 상징적인 외관을 만든다. 얇은 세로 핀 구조는 강한 햇빛을 조절하며, 열대 기후에 맞춘 외관 디자인으로 실내에 부드러운 빛을 끌어들인다. 몰과 직접 연결된 하부층부터 투명한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따라 이어지는 동선, 최상층의 열대 정원까지 이어지는 공간 구성은 쇼핑을 넘어 하나의 경험으로 확장된다. 지역의 기후와 정체성을 반영한 외관은 도시 속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한다.
호텔 (Hotels) 부문
호텔 부문에서는 숙박 공간을 지역의 역사와 자연, 삶의 방식까지 경험하게 하는 공간으로 확장한 사례들이 선정됐다.

사진 출처 베르사유 건축상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 Mandarin Oriental Qianmen, Beijing



중국 베이징의 ‘만다린 오리엔탈 첸먼(Mandarin Oriental Qianmen)’이 베르사유 본상을 받았다. 베이징 전통 후퉁 지역 한가운데 자리한 이 호텔은 42채의 전통 가옥을 복원해 하나의 숙소로 재탄생시켰다. 각 객실에는 개별 안뜰이 마련되어 있어, 도심 속에서도 조용하고 사적인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설계를 맡은 청중 디자인(Cheng Chung Design)은 벽돌과 기와, 목재 구조와 장식까지 기존 재료를 최대한 보존해, 현대적인 편의와 동양적 미감을 절제된 방식으로 결합했다. 자금성, 첸먼, 천단 등 주요 역사 유산과 가까운 환경 속에서, 과장된 연출 없이 중국 전통 건축과 환대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호텔로 완성됐다.




내부 특별상은 프랑스 니스의 ‘오텔 뒤 쿠방(Hôtel du Couvent)’이 수상했다. 니스 구시가지 언덕 위, 약 1만㎡ 규모의 녹지에 자리한 이 호텔은 17세기 수도원을 정성스럽게 복원한 공간이다. 발레리 그레고의 기획 아래, 페스텐 아키텍처가 자연 재료를 중심으로 원형을 존중하는 방식의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옛 식당은 레스토랑으로, 빵집과 약초 약방은 원래의 위치를 바탕으로 재구성해 수도원의 전통 구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종교적 건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보다, 고요함과 휴식을 중심에 둔 분위기가 공간 전반의 밀도를 차분하게 채워준다.




외부 특별상의 주인공은 사우디아라비아 셰이바라 섬의 ‘셰바라(Shebara)’. 킬라 디자인(Killa Design)이 설계한 이곳은 태양광 발전과 해수 담수화 시설을 자체적으로 갖춘 에코 (Eco) 럭셔리 리조트다. 사우디 해안에서 약 25km 떨어진 셰이바라 섬은 맹그로브 숲과 산호초, 모래 언덕, 거북이 산란지가 공존하는 민감한 자연 환경을 지닌 곳이라 생태계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진주가 바다에서 형성되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스테인리스 스틸 빌라는 하늘과 바다를 반사하며 풍경 속으로 스며든다. 수면 위로 떠 있는 듯한 구형 구조는 자연과 건축, 기술이 하나로 겹쳐진 미래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레스토랑(Restaurants) 부문
레스토랑 부문에서는 미식 경험을 넘어, 공간과 브랜드, 장소의 서사가 함께 작동하는 세 곳이 선정됐다.


프랑스 크리스털 브랜드 바카라(Baccarat)가 만든 메종 바카라(Maison Baccarat) 안에 자리한 ‘뒤카스 바카라(Ducasse Baccarat)’가 베르사유 본상을 받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스토랑에 선정되었다. 파리 16구에 위치한 이 공간은 20세기 초 예술 후원가 마리-로르 드 노아이유의 옛 저택을 복원해 완성한 곳이다. 바카라와 알랭 뒤카스라는 두 프랑스 럭셔리의 상징이 만난 이곳은, 역사적 건축 위에 크리스털 공예와 오트 퀴진을 겹쳐 놓으며 파리지앵 라이프스타일의 정수를 보여준다. 인테리어를 맡은 알리에노르 베슈는 원재료의 질감과 바카라 크리스털의 정교함을 절제된 방식으로 결합해, 미식과 공간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내부 특별상은 중국 베이징의 ‘블랙스완(Blackswan)’에 돌아갔다. 루오홍 아트 뮤지엄 내부에 자리한 이 레스토랑은 크리스 샤오 스튜디오가 설계를 맡아, 한 폭의 회화처럼 구성된 공간을 완성했다. 메인 다이닝룸은 동양식 정원과 호수로 열려 있으며, 백조를 모티프로 한 조명과 장식 요소들이 공간 전반에 반복된다. 절제된 색감과 부드러운 동선은 셰프 비아니 마소(Vianney Massot)의 요리와 호흡을 맞추며, 시각과 미각 모두 즐겁게 만들어준다.



사진 출처 베르사유 건축상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 Jinnawat Borihankijanan
외부 특별상은 태국 타 사이 루앗의 ‘어나더 스미스(Another Smith)’가 수상했다. 대나무 구조를 중심으로 완성된 이 레스토랑은 중국 전통 주거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중정을 둘러싼 공간 구성과 개방적인 분위기를 특징으로 한다. 구조를 담당한 토르 카이촌과 디자인을 맡은 테이스트스페이스의 협업으로 완성된 건물은 식당, 카페, 주얼리 숍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밝고 환한 환경 속에서 태국 – 중국 요리로 명성을 쌓아온 가족의 전통 레시피와 브랜드의 정체성이 공간 구성과 디테일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