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슈퍼포지션

우리 문화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통문화를 독창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젊은 창작 집단의 등장도 주목할 만하다. 2021년부터 활동해온 '슈퍼포지션'이 그중 하나다.

[2026 월간 〈디자인〉이 주목하는 디자이너 15팀] 슈퍼포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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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서정선, 김종민, 이하영, 서선광. 2021년 시각 디자이너 김종민과 가구 디자이너 서정선이 결성한 디자인 스튜디오. 현재는 4인 체제로 운영한다. 한국적 이미지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하는 이들은 2021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영 앰배서더에 선정된 이후 다양한 국내 디자인 행사와 페어에 참여했다. 2022년에는 스튜디오 신유, 하지훈과 함께 사치 갤러리에 열린 단체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올해 4월에는 이들의 작품 ‘병풍 책가도’, ‘도자 매병’, ‘디지털 자개: 뿌리와 잎’이 V&A 뮤지엄의 영구 소장품으로 선정되었다. superposition.kr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호랑이 캐릭터 ‘더피’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장사진을 이루는 세상이다. 전통적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든, 이를 ‘힙’한 것으로 여기고 소비하는 것이든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전통문화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젊은 창작 집단의 등장도 두드러졌다. 2021년부터 활동해온 슈퍼포지션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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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매끄러운 외형이 돋보이는 스테인리스 소재의 ‘도자’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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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너처 작품인 도자와 소반 시리즈를 그래픽적으로 재해석한 ‘병풍-책가도’.

원년 멤버인 시각 디자이너 김종민과 가구 디자이너 서정선은 ‘여러 파동이 고유의 성질을 유지한 채로 합쳐지는 상태’를 뜻하는 물리학 용어를 차용해 팀 이름을 지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개인들이 함께 모여도 각자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시너지를 일으키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현재는 관리 팀장 서선광, 디자이너 이하영이 합류해 4인 체제로 운영한다. 2021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영 앰배서더로 선정되며 한국적인 아트 퍼니처로 이름을 알린 슈퍼포지션은 서울리빙디자인페어, 부산디자인페스티벌, 홈테이블데코페어 등에 참여하며 대중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갤러리에서 부지런히 개인전을 여는 한편, 영국 사치 갤러리의 단체전에도 참여하며 해외 진출의 초석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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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자개 공예 기법을 디지털 픽셀 아트로 재해석한 ‘디지털 자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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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가구 디자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한 ‘쌍결무늬 2층 수납장’. 조선 후기 고가구에서 나뭇결을 대칭해 문양을 만드는 전통 기법인 ‘쌍결무늬’를 재해석해 적용했다, 사진 윤재훈(oa23)

슈퍼포지션의 중요한 특징은 전통 가구의 기본 형태는 계승하되, 현대적인 소재와 그래픽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대표작 중 하나인 ‘그래픽 캐비닛’의 경우, 자개장을 재조명하되 목재를 튼튼하고 가공이 쉬운 소재인 아크릴로 치환했다. 또 전통 자개 공예 기법을 픽셀화된 그래픽과 추상적인 패턴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모던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처럼 독특한 스타일 덕분에 종종 아트 퍼니처 전문 작가로 불리지만, 정작 이들은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규정한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땐 창작자의 관점을 견지하는 동시에 비즈니스와 브랜딩 측면도 고려한다. 실제로 슈퍼포지션은 독자적인 창작 활동 외에 삼성전자, 크래프톤, SK, 화성가족문화센터 등 다양한 주체와 협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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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열린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선공개한 배틀그라운드와의 협업 프로젝트. 게임 속 세계관을 모티브 삼아 병풍과 오브제를 디자인했다. 1월부터 펍지 성수에서 판매와 전시를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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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 회사 디자인쉐어와 함께 제작한 대형 아트 패널. ‘동양의 우주’를 주제로 무한한 여백을 담은 하늘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이들은 5년간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발전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음양의 조화를 시각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화이트와 블랙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적합한 컬러를 선정한다. 가구에 쓰는 소재도 아크릴에서 금속 중심으로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작업은 가구부터 인테리어, 그리고 공간 기획 등 공간 전반의 톤앤매너를 조성하는 영역까지 확장되었다. 내년에는 자체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제 ‘아트 퍼니처 작가’라는 수식어는 슈퍼포지션의 행보를 온전히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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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영 디자이너 합류 후 처음으로 참여한 ‘세포 항아리’. 달항아리의 실루엣은 유지하되 에폭시를 소재로 하고, 세포가 분열하는 모습을 표면에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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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대형 카페 ‘섹션’. 슈퍼포지션이 공간 및 가구와 브랜드 디자인을 맡았으며, 그린 컬러의 조형물 ‘디지털 가든’도 디자인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1호(2026.01)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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