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틴 조선과 흑유재가 선택한 조명 브랜드, 리을라이팅

리을라이팅 조성진·천준영 대표 인터뷰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카페 공간, 기다란 테이블 위에 놓인 조명이 시선을 끈다. 언뜻 보면 한지로 만든 것 같기도, 촘촘히 겹쳐진 섬세한 조각처럼 보이기도 한. 3D 프린팅 기술로 조명을 일상의 오브제로 제안하는 리을라이팅의 램프들이다.

웨스틴 조선과 흑유재가 선택한 조명 브랜드, 리을라이팅

리을라이팅은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선후배 조성진과 천준영이 이끄는 조명 브랜드다. 그들은 3D 프린팅을 단순한 제조 방식이 아닌 하나의 디자인적 언어로 해석하며, 조형과 기술의 경계를 탐구한다. 최근 ‘2025 코리아디자인어워드(KDA) 베스트 영디자이너’로 선정되며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제 막 1년이 지난 신생 브랜드는 왜 조명이라는 매체를 택했을까. 그리고 어떤 실천을 통해 그들만의 빛을 쌓아 올리고 있을까. 리을라이팅이 기록한 일련의 궤적을 따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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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EUL LIGHTING

Interview

조성진·천준영 리을라이팅 대표

이름을 표기하지 않은 답변은 두 사람의 공통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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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천준영, 조성진 디자이너 © RIEUL LIGHTING

3D 프린팅에서 출발한 조명

리을라이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리을라이팅은 3D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조명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2024년 4월에 시작해 디자인부터 제작, 제품 촬영, 패키징, 배송까지 전 과정을 두 명의 디자이너가 직접 하고 있어요. 기술을 다루지만 실제 과정은 손으로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는 공예 방식에 가깝습니다. ‘리을’이라는 이름은 3D 프린팅의 적층 제조 방식에서 출발했어요. 한 줄씩 층층이 쌓아 형태를 만드는 구조가 한글 자음 ‘ㄹ’과 닮아 있다고 느꼈거든요. 그 유사성을 시각적, 개념적으로 담아 이름을 지었습니다. 한국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스튜디오인 만큼 한글 이름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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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암동의 현대적이면서도 여유로운 정취를 담아낸 ‘부암(BUAM)’. © RIEUL LIGHTING
조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조성진 처음에는 3D 프린팅 기술 자체가 메인이었어요. 가구를 만들어볼까 해서 큰 프린터를 무모하게 사기도 했죠. 그러다 점점 제작자 입장에서 현실적인 조건을 따져보게 됐어요. 3D 프린팅은 소량 생산에 유리하지만 제품당 단가는 높아요. 어느 정도 가격 부가가치가 있으면서 디자인적 강점을 밀도 있게 보여줄 제품군을 찾다 보니 조명이 가장 적합했습니다. 제작 크기나 구현 난이도 면에서도 기술과 합이 잘 맞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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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모델링 전 디자인 스케치하는 모습 © RIEUL LIGHTING
두 분의 역할 분담과 작업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나요?

조성진 저는 브랜드의 방향성을 잡고 조형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평소 사용하고 싶었던 형태나 최근 영감을 받은 조형을 발견하면 ‘이걸 조명으로 풀어보면 어떨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하죠. 이를 러프한 스케치나 모델링으로 구현해 천준영 대표에게 전달해요.

천준영 기계 다루는 걸 좋아해서 내부 구조 설계나 납땜 같은 제작 전반을 담당해요. 시안을 받으면 실제 조명으로 만들기 위해 파츠를 나누고 전기 구조를 설계하고 두께를 설정합니다. 그렇게 출력해서 조립한 결과물을 함께 보며 수정 과정을 반복합니다.

미리 제품을 만들어두지 않고 주문 제작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요?

인력을 늘리기보다 프린터를 늘려 주문에 즉각 대응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3D 프린팅의 큰 장점은 아이디어를 즉시 출력해 확인하고 바로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일반적인 목업 공정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퀄리티를 세밀하게 조정하기 좋죠. 이 시스템 덕분에 재고 리스크는 없애고, 기존 제품은 하루 내외로 완성할 수 있는 속도를 확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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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를 쌓아 올린 수직의 심라인과 섬유질 같은 퍼지 스킨이 만나 한지 같은 따뜻한 물성을 자아낸다. © RIEUL LIGHTING
3D 프린팅 조명은 자칫 기계적이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데 리을라이팅의 제품은 오히려 따뜻하고 공예적인 느낌이 강합니다. 질감이 꼭 한지 같기도 하고요. 이런 디테일 역시 3D 프린팅이기에 가능한 결과였을까요?

오히려 3D 프린팅의 기술적 한계를 디자인 요소로 드러낸 방식이에요. 재료를 쌓을 때 생기는 흔적인 ‘심라인’*을 재봉선처럼 정렬하거나 플리츠 형태 안에 숨겼고, ‘퍼지 스킨’* 기법으로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 빛이 한지를 투과한 듯 은은하게 퍼지게 했어요. 결함을 해결하려던 시도가 결과적으로 저희만의 내러티브가 된 거죠. 소재 역시 기성 필라멘트가 기준에 차지 않아 저희만의 배합비로 별도 제작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이트와 블랙은 리을라이팅 전용 소재를 테스트한 설정값으로 출력하고 있고요. 오직 저희 제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광택과 질감이 있습니다.

2024년 4월 런칭 이후 비교적 빠른 성장세를 이뤄오신 것 같습니다. 브랜드 성장의 전환점이 된 순간이 있을까요?

초기에는 자사 홈페이지만 운영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저희를 알 수 있는 경로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참여한 서울디자인페스티벌(SDF)이 큰 전환점이 됐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처음 선보인 자리였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저희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계신 분들을 보며 정말 많이 놀랐어요. 그때 처음으로 ‘사람들이 좋게 봐주는구나, 더 열심히 해도 되겠다’라는 확신을 얻었죠.

일상에서 경험하는 빛의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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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IEUL LIGHTING
초기 슬로건 ‘상상력을 비춘다’에서 최근 ‘일상에서 경험하는 빛의 조각’으로 바뀌셨다고요.

조성진 처음 슬로건은 저희가 가진 디자인적 상상력을 빛이라는 매개체로 보여주겠다는 의지였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철저히 제작자 입장에서만 생각한 문장이었죠. 브랜드를 운영하며 사용자들을 만나보니, 조명을 선택할 때 빛의 품질이나 기술적인 요소보다는 ‘이 조명이 내 공간에 어울리는지’, ‘내 취향을 대변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시더라고요.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아도 일상과 닿아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죠. 그때부터 사람들이 조명을 왜 곁에 두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시작하게 됐어요.

조명과 브랜드를 바라보는 관점이 제작자에서 사용자로 옮겨온 셈이군요.

조성진 예술 작품도 결국 외형을 먼저 보잖아요. 조명도 그 지점이랑 닮아 있다고 느꼈어요. 다만 예술 작품은 미술관에 가야 볼 수 있고, 일상 공간에 들이기에는 문턱이 높죠. 반면 조명은 ‘빛’이라는 명확한 기능이 있어서 조형적 가치를 일상 안으로 자연스럽게 가져올 수 있는 물건이에요. 그래서 조명을 하나의 조각처럼 느낄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게 됐어요. 기능만 수행하는 물건이 아니라, 매일 마주하고 경험하는 오브제 같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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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상징적 건축물인 광화문을 모티브로 한 ‘광화(GWANGHWA)’ © RIEUL LIGHTING
조명 디자인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으시나요?

조성진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기준을 미리 정해두지는 않아요. 그 순간에 보고 느낀 것들이 작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제 주변에 있었던 것들이 제 스타일대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디자인에서 영감의 출처를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사실 그렇게까지 의식하면서 시작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초기 디자인 전략도 궁금합니다.

조성진 시작할 당시에는 3D 프린팅 조명 자체가 생소했기 때문에 형태만큼은 익숙해야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이게 예술이 아니라 사업이잖아요. 어느 정도는 판매가 되어야 다음 작업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초기에는 시장과 매출을 고려해 비교적 대중적인 형태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요즘은 ‘월간 조명’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조금 더 실험적인 형태도 시도하면서 저희 스타일을 점점 더 드러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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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색상의 하부 프레임과 쉐이드 옵션으로 연출할 수 있는 ‘부암(BUAM)’ 램프. © RIEUL LIGHTING
제품 이름에 동네 지명을 사용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까요?

이케아가 북유럽 지명을 쓰는 것처럼 우리 주변의 친숙한 지역 이름을 가볍게 붙여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이름에 거창한 의미를 담기보다 제품의 인상과 동네의 성격이 잘 어울리는지를 기준으로 했죠. ‘부암’은 편안하고 일상적인 분위기, ‘도산’은 유려한 곡선과 잘 맞았고, ‘구기’는 제가 살았던 구기동의 사람 사는 동네 같은 느낌과 닮아 있었어요. 제품마다 이름을 짓는 방식은 조금씩 달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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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자기를 모티브로 한 ‘도산(DOSAN)’. © RIEUL LIGHTING
영감의 출처를 의식하기보다 주변 풍경을 자연스럽게 투영한다고 하셨는데, 이런 특징 때문인지 ‘한국적인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성진 한국적인 걸 해야겠다고 정해놓고 작업하는 편은 아니에요. 한국 사람이 만드는 건 다 한국적인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있고요. 한동안은 한국적인 디자인이 무엇인지 고민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정의하려고 하지 않게 됐어요. 봉준호 감독이 말했듯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 같아요. 전통적인 요소를 일부러 끌어오기보다 제 주변에 있었던 것들이 제 스타일대로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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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인 도형들을 조합해 새로운 조형성을 탐구하고 확장해 나아가는 조명 시리즈 ‘구기(GUGI)’ © RIEUL LIGHTING
그럼에도 리을라이팅의 조명 전반을 관통하는 기준이 있다면요?

조성진 한 사람이 한 것 같은 느낌이 가장 중요해요. 그때그때 관심 있는 것들로 만들지만, 나중에 모아봤을 때 일관된 태도가 보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결국 ‘저’라는 사람이 투영된 결과물이 리을라이팅의 기준이 된다고 봅니다.

천준영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그래서 디자인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의 의견이 섞이는 순간 브랜드 고유의 결이 희석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콘텐츠로 확장하는 빛의 스펙트럼

리을라이팅은 매달 하나의 새로운 조명을 선보이는 ‘월간 조명’ 프로젝트를 전개한다. 빠른 제조가 가능한 3D 프린팅의 기술적 특성을 브랜드만의 역동적인 콘텐츠로 치환한 시도. 리을라이팅이 지향하는 실험성과 방향성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소량 제작이 용이하고 구조적 변주가 자유로운 이들의 시스템은 조명 제작을 넘어 다양한 파트너와 호흡하며 새로운 가능성으로 확장되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매달 새로운 조명을 발표하는 ‘월간 조명’ 프로젝트를 시작하셨죠. 벌써 아홉 번째 조명이 나왔고요. 시작하게 된 계기와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조성진 3D 프린터가 제작자에게 주는 장점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빠르게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요. 이 특성을 하나의 콘텐츠처럼 활용해 보고 싶었고, 한 달에 하나씩 새로운 디자인을 내는 챌린지처럼 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우리가 할 수 있고 차별점도 명확한데, 굳이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죠. 그 결심을 한 시점이 4월이었고요.

천준영 한 달에 하나씩 새로운 조명을 내는 건 다른 브랜드가 따라오기 어려운 구조예요. 저희 아니면 하기 힘든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소량 제작이 가능하다 보니, 이 방식 자체가 협업과도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월간 조명은 매달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기존 제품과는 어떤 점에서 다른 시도를 하고 있나요?

조성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다 보니 시중에 없는 디자인들이 많아요. 전통적인 요소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전통에 국한하기보다 ‘한국적인 것을 활용한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아요. 두 번째 월간 조명은 벽돌에서 출발했는데, 70~80년대 한국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벽돌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죠. 제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것 안에는 이런 일상의 풍경도 포함돼 있어요. 실험적인 형태를 시도하기도 하고, 처음부터 제품화를 염두에 두기도 하면서 브랜드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이후 반응은 어땠나요? 운영 방식이나 시각에도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천준영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제품 사진만 올릴 때와 달리 콘텐츠로 풀기 시작하니 SNS 반응이 확실히 달라졌고, 그걸 보고 B2B 문의도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나중에는 월간 조명이 20~30개 정도 쌓이면 달별로 쭉 나열하거나, 포스터 형태로 정리해 전시를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조성진 개인적으로는 남한테 관심이 더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제가 하고 싶은 것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은 ‘남들은 뭘 좋아할까’를 더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만든 걸 남들이 써주면 기분 좋잖아요. 그런 변화가 작업 방식뿐 아니라 브랜드를 바라보는 태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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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틴 조선 서울의 가을 패키지 ‘Fall in Light’를 위해 제작한 한정판 무드등. 웨스틴 조선 서울 건축물 외관을 정교한 디테일 구현했다. © RIEUL LIGHTING
웨스틴 조선 호텔, 스튜디오 신유, 카페 흑유재 등 협업 작업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협업 시작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협업 제안은 감사하게도 대부분 먼저 주셨어요. 저희 제작 방식의 장점이 비교적 명확하다 보니 그걸 이해하고 요청 주시는 경우가 많았죠. 수량이 적어도 제작이 가능하고, 공간이나 프로젝트에 맞춰 디테일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제조 방식으로는 맞추기 어려운 조건이거든요. 평소 SNS에 올려둔 조명 피드가 후킹 역할을 하기도 했고요.

협업 방식도 파트너마다 다를 것 같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첫 협업이었던 모바일 아일랜드와의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포터블 조명을 만들고 싶었지만 내부 부품이나 공급 구조를 전혀 모르던 때였거든요. 모바일 아일랜드 대표님이 필요한 과정을 1부터 100까지 전부 알려주셨어요. 당시 “어차피 알려줘도 대부분 실행을 안 한다”고 하셨는데, 저희가 한 달 만에 전 라인업을 포터블 버전으로 구현해내니 굉장히 놀라셨어요. 이미 7~8년 이상 조명 사업을 해온 회사라서 협업 과정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지금도 조명 관련 자문이 필요할 때 계속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공간의 콘셉트를 반영해 조명을 완성한 사례도 인상적입니다. 온도 호텔이나 카페 흑유재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조성진 온도 호텔은 저희가 런칭한 지 두 달밖에 안 됐을 때 제품 30여 개를 구매해 주신 고마운 파트너예요. 매번 프로젝트마다 저희를 찾아주시는 게 감사해서 호텔의 콘셉트에 맞춘 전용 조명을 제안하게 됐어요. 지금은 호텔마다 색상이나 디테일을 조금씩 조정한 맞춤형 조명을 제작해 납품하고 있습니다.

흑유재 역시 대표님께서 저희 제품을 꾸준히 사용해 주시며 인연이 이어졌어요. 기존 제품은 높이가 있어 손님들이 건드리면 잘 넘어지고 깨진다는 피드백을 주셨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게 중심이 낮고 안정적인 피라미드 형태를 새롭게 디자인했습니다. 어두운 공간 안에서 솔리드한 조형물이 묵직하게 빛을 내니 흑유재 특유의 분위기와도 한층 잘 어우러지게 됐습니다.

파트너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리을라이팅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해보고 싶었던 디자인을 시간이나 비용 부담 없이 실제로 구현해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공장 제조는 수천 개의 최소 수량이 필요하지만, 저희는 필요한 만큼만 소량 제작이 가능하니까요. 그렇다고 퀄리티가 낮은 것도 아니라서 결과물이 기대 이상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습니다. 창작자나 브랜드 입장에서 제품화와 판매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가장 유연하게 해결해 주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저희 목표이기도 합니다.

리을라이팅이 그리는 조명의 미래

실제 상업 공간에서 리을라이팅 조명을 마주하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카페 같은 곳에서 저희 조명이 쓰이고 있는 걸 보면 깜짝 놀라요. 가끔 친구들이 “이거 여기 왜 있냐”고 사진으로 제보하면, “네가 왜 거길 갔냐”고 묻기도 하고요(웃음). 그런 순간들이 아직까지는 다 새롭고 재미있어요.

앞으로 조명 작업의 스케일이나 방향에도 변화가 있을까요?

지금은 포터블 조명이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더 큰 스케일의 조명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스탠드나 행잉 같은 제품군으로도 점차 확장해 나갈 생각이고요. 더 나아가 공간에 맞춰 조명 작업을 전체적으로 제안하는 단계까지 가보고 싶습니다.

리을라이팅이 생각하는 ‘좋은 조명’이란 무엇인가요?

조명을 하나의 조각처럼 생각해요. 인테리어가 큰 도화지라면 가구가 매스를 잡아주고, 조명은 그 위에 화룡점정을 찍는 피날레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불을 끄고 있을 때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오브제가 되고, 불을 켰을 때는 공간의 분위기를 비로소 완성하는 것. 그 두 가지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조명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지향점입니다.

마지막으로 리을라이팅이 장기적으로 그리는 브랜드의 모습이 있다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이탈리아의 플로스(Flos)나 일본의 노구치 조명처럼 국가를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상징적인 브랜드가 한국에도 자리 잡길 바라거든요. 최근 DDP 디자인스토어에 입점했을 때 일광전구, 아고 라이팅과 나란히 놓인 걸 보며 감회가 정말 새로웠습니다. 앞으로 밀라노 같은 해외 페어에 내놔도 손색없는 제품을 선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조명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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