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과 가죽으로 빚은 유기적 리듬, 풀 시리즈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작가 이나라가 디자인한 풀 시리즈는 풀의 유기적인 형상에서 출발해 금속이라는 무기질의 재료와 가죽이라는 유기적인 재료를 통해 생명력을 구현한다. 두 재료는 서로의 구조를 지탱하고 물성을 교차시키며 긴장과 균형을 만든다.

‘풀Pul 시리즈’는 이름 그대로 풀의 유기적인 형상에서 출발한다. 땅 위로 조용히 자라나는 식물의 선은 작업의 구조적 원형이 되고, 여기에 금속과 가죽이라는 상반된 재료가 결합되며 독특한 생명성을 획득한다. 차갑고 단단한 무기질의 금속과 손의 온기와 시간을 머금는 유기적인 가죽은 서로의 구조를 지탱하며 물성을 교차시킨다. 그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과 섬세한 균형이 형된다.

작업은 산업적인 프로세스로 시작되지만 완성의 단계에 이르면 기계의 영역은 물러나고, 사람의 손이 개입한다. 가죽을 엮고 당기며 형태를 완성하는 행위는 제작 과정에 불완전성과 감각을 남기고, 금속의 매끈한 표면 위로 가죽 특유의 결이 중첩된다. 이 과정에서 생명과 비생명, 인공과 자연을 가르던 경계는 점차 흐려진다.


‘풀 시리즈’의 오브제는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유기체다. 사용자의 손이 가하는 미세한 압력, 몸의 기울기에 따라 의자는 섬세하게 흔들리고 반응한다. 구조는 다공성 식물을 연상시키듯 빛의 각도에 따라 그림자를 확장하고, 탄성력을 품은 형태는 공간 안에서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다.

이 오브제가 지닌 생명력은 형태 그 자체에만 있지 않다. 몸과 공간, 빛과 움직임이 얽히는 물리적·신체적 관계 속에서 비로소 활성화된다. ‘풀 시리즈’는 디자인과 생명, 오브제와 환경 사이의 경계를 재구성함으로써 사물을 경험하는 방식에 새로운 감각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