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메르가 상하이에 헌정하는 문화적 오마주
르메르 상하이 우캉 플래그십 스토어(LEMAIRE Sanghai Wukang Flagship Store)
지난 1월 11일 서울과 도쿄에 이어, 르메르가 세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상하이에 열었다. 상하이 우캉 로드에 문을 연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는 중국 건축가 동다유(Dong Dayou)가 1930년대 설계한 3층 주택을 복원해 완성했다.


지난 1월 11일 서울과 도쿄에 이어, 르메르가 세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상하이에 열었다. 상하이 우캉 로드에 문을 연 이번 플래그십 스토어는 중국 건축가 동다유(Dong Dayou)가 1930년대 설계한 3층 주택을 복원해 완성했다.

리노베이션한 이 건물은 1930년대 주거 건축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고유의 건축적, 조형적 요소를 바탕으로 유럽 현대주의와 스페인 양식의 영향을 받은 파사드는 당시 상하이 주거 건축의 특징을 보여준다. 리노베이션 과정에서는 새로운 재료나 장식적 요소를 덧붙이기보다, 기존 건물의 구조와 시간의 흔적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이런 세심한 과정을 거쳐 우캉 로드의 거리 풍경과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내부 역시 기존 건물의 층 구성과 공간감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3층 주택의 구조를 따라 층과 층을 오가며 공간의 높낮이와 시선의 변화가 이어진다. 내부에는 도서와 오브제, 가구, 예술 작업이 함께 배치돼 있으며, 특정 구역에 집중시키기보다 공간 전반에 분산시켜 구성했다. 이를 통해 방문객은 이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요소들을 마주하게 된다.

공간 전반의 개념은 ‘청음, 관찰, 탐방’이다. 방문객은 옷을 살피는 과정과 함께 소리, 오브제의 배치, 이동 동선에서 마주치는 요소들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시각적인 정보에만 집중하기보다, 공간 안에서의 움직임과 감각을 고려한 구성이다.

이러한 개념을 구체화하는 요소 중 하나가 도서 큐레이션이다. 르메르의 두 디렉터 크리스토프 르메르와 사라-린 트란은 닝보 기반 현대 사진 예술 단체 지아자즈(Jiazazhi)와 함께 매장에 놓일 도서를 선별했다. 지아자즈는 출판과 전시, 도서관 운영 등을 통해 중국 현대 사진 예술을 소개해온 단체로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큐레이션 전반에 참여했다. 선별된 도서들은 장식용이 아닌 실제로 열람할 수 있는 형태로 배치돼, 방문객이 매장 안에 머무는 시간을 경험의 공간으로 바꿔준다. 공간의 소리 역시 중요한 요소다. 리서치 기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후안뤼(Huanlü)는 이번 플래그십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큐레이팅했다. 소리와 리듬, 문화적 패턴을 연구해온 이들은 공간 전반의 분위기와 흐름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가구와 오브제 역시 공간의 성격을 형성하는 데 한몫했다. 보스 스쿨과 비엔나 분리파, 엔조 마리, 카를라 베노스타의 가구들과 함께 배치된 가구와 오브제들은 상하이 현지 골동품 시장에서 공수한 뒤, 현지 가구공의 손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했다. 또한 도예가 리칭(Li Qing)이 르메르를 위해 디자인한 일상용 세라믹 피스들은 주방 공간에 놓여, 공간에 생활의 밀도를 더한다.


이러한 구성은 중국의 문화 유산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배경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이번 프로젝트의 방향을 보여준다. 이처럼 다양한 요소들이 더해지며 르메르의 새로운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옷과 오브제, 문화가 함께 놓인 하나의 생활 공간처럼 구성됐다. 공간에 방문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고, 공간을 천천히 경험할 수 있는 문화적 만남의 장을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