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디자인계의 유일무이한 플레이어, 시트러스디자인
10여 년의 경력을 보유한 산업 디자인 에이전시, 시트러스디자인은 동종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방향성으로 남다른 행보를 개척하고 있다.

2014년에 설립된 시트러스디자인은 한국 산업 디자인계에서 드물게 대형 운송 디자인 분야에 특화된 디자인 에이전시다. 사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여객기와 기차 디자인은 대부분 해외 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영국 탠저린 출신인 조정현 대표는 이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수주한 과업이 바로 KTX-이음 디자인. 유체역학, 교통 법규, 각종 안전 사항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았지만 좋은 결과물을 선보였고, 이는 시트러스디자인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로봇 택시, 전기차 충전기 등 연관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운송 디자인에만 커리어가 국한된 것은 아니다. 시트러스디자인은 AI 스피커, 마스크, 청소 도구 등 다양한 산업군의 제품을 디자인하면서 지식과 아이디어를 축적했다. 다방면으로 쌓은 노하우는 이제 다음 프로젝트의 단서가 된다. 설령 처음 접하는 분야의 디자인일지라도 그동안 터득한 타 업계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다. 그야말로 이종교배의 달인인 셈.


이런 남다른 행보는 헬스케어 전문 기업, 세라젬과의 긴밀한 관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조정현 대표는 현재 세라젬 디자인혁신센터장과 공간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자회사, 세라젬 까사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 디자인 에이전시 대표가 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인센터장이면서 또 다른 기업의 대표직까지 겸하는 보기 드문 경우다. 2008년 조정현 대표가 탠저린에 근무하던 시절 컨설팅한 세라젬 제품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은 것이 계기가 되어 회사 설립 후에도 장기적으로 파트너십을 이어가게 됐고, 그중 디자인으로 참여한 척추 관리 의료 기기와 안마 의자 시리즈가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 수상과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좋은 디자인이 수익 창출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경수 세라젬 대표는 조정현 대표에게 2021년 세라젬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디자인혁신센터장 자리를 제안했다. 여기에 지난해에 설립한 자회사의 대표직까지 맡은 것에서 그에 대한 강한 신뢰가 느껴진다. 결과적으로 세라젬은 시트러스디자인의 디자인 역량을, 시트러스디자인은 세라젬의 경영 노하우를 이식해 성장을 위한 모멘텀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 디자인계의 유일무이한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시트러스디자인의 미래를 기대해도 좋은 이유이다.
Interview. 조정현 시트러스디자인 대표

“고객에게 허들로 느껴질 만한 것은 절대 만들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10여 년간 운송 및 모빌리티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차례 진행했다. 그동안 느낀 변화가 있나?
고도화된 자율 주행 기술이 본격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미래가 현실화되면서 자동차를 구성하는 전통적인 공식이 전부 해체되고 있다. 운전석과 대시보드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질 테니 말이다. 이에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는 산업 디자인과 공간 디자인, UX 디자인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외관상으로는 유선형으로 비슷하게 수렴할 테고, 실내에서 어떤 경험이 가능하냐가 자동차 브랜드의 중요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지난 1월에는 CES 2026에 다녀왔다고 들었는데.
세라젬 디자인혁신센터장이자 세라젬 까사 대표로 참여했다. 센터장으로서는 세라젬 그룹사 디자인을 총괄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선보이는 신제품의 비주얼을 최종 점검하는 역할을 맡았다. 세라젬 까사 대표로서 올해 CES는 세라젬이 헬스케어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기업을 넘어 ‘건강한 집’이라는 비전을 추구하는 것을 공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참고로 건강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시공하는 것이 세라젬 까사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같은 행보를 알리고자 CES에 참석했다.


세라젬과 세라젬 까사에서의 경험이 시트러스디자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현실적으로 디자인 에이전시는 당장 눈앞의 매출이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계획을 설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하우스 디자이너이자 리더로 일하면서 기업의 목표와 계획, 비전 등을 논의하는 일을 자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시트러스디자인의 비전도 고민하게 됐다.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진 것 같다. 과거에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며 디자인을 판단했는데, 요즘은 완전히 고객 중심으로 바뀌었다. 디자인의 해답은 고객과 현장에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에게도 사용성과 관계없는 장식적인 요소는 최대한 빼라고 조언한다. 고객에게 허들로 느껴질 만한 것은 절대 만들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시트러스디자인 대표이자 세라젬의 리더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10년 넘게 디자인 에이전시를 운영하면서 갈수록 시장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디자인을 통해 에이전시와 고객사가 함께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고자 한다. 대기업은 디자인으로 조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지만, 세라젬은 디자인 퀄리티가 높아질수록 기업 차원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에 임하며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리더가 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