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디자인을 향한 탐구, 수라간
한국형 모던 디자인을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공간을 조직해온 구성 기준의 문제로 다시 살펴보고자 했다.

한국형 모던 디자인은 오랫동안 절제된 이미지, 비워진 공간, 하나의 오브제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소비됐다. 이러한 미학적 접근은 하나의 고정된 인상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 한국의 공간 구성 방식은 종종 젠 스타일이나 중화권의 이미지와 함께 읽히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한국적’이라는 형용사는 스타일이나 분위기로 환원되며 실제 공간이 작동하는 구체적인 구성 원리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레스토랑 ‘수라간’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디자이너는 한국형 모던 디자인을 하나의 이미지가 아니라, 공간을 조직해온 구성 기준의 문제로 다시 살펴보고자 했다. 기둥의 간격, 바닥 레벨, 가구 배치와 같은 요소들이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설계 판단의 기준으로서 공간의 사용 방식과 시각적 인상이 그로부터 도출되도록 설정한 것이다.


수라간의 공간 구성은 기존 건물의 구조 요소를 중심으로 좌석과 가구를 정리하는 방식에서 시작된다. 내부에 삽입한 사선 지붕과 타일 마감은 한옥의 지붕 구조를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 구조 배열이 표면에서 읽히도록 재해석한 요소다. 기둥과 보의 리듬이 천장과 벽의 표정으로 드러나며, 구조가 장식이 아니라 공간의 질서를 형성하는 기준으로 기능한다. 좌석 레벨 역시 한옥의 마루가 실내 활동의 기준 높이를 형성해온 방식에서 착안했다. 단일한 평면이 아니라 높낮이의 차이를 통해 좌석 영역을 구분하고, 그 레벨 차이가 자연스럽게 시선과 동선을 조직하도록 했다. 벤치와 테이블을 기둥 간격에 맞춰 반복적으로 배치한 결과 가구는 독립적인 오브제가 아니라 구조의 일환으로 읽힌다.


설비와 가구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수라간에서는 한옥의 가구 레이어 개념에서 착안해, 구조와 설비, 가구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정리했다. 일부 가구에는 스피커와 세면대의 기능이 통합되어 있으며, 기능적 요소들이 별도의 장비처럼 분리되지 않고 공간 구성의 일부로 흡수된다. 주방도 실내에서 분리된 백스테이지가 아니라, 시야에 남아 있는 전면 공간으로 설정했다. 조리 과정은 숨겨진 서비스 동선이 아니라, 공간의 일상적 사용 풍경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구성 방식 속에서 공간의 사용과 배치는 스타일이나 장식이 아니라 구조와 가구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무엇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는 미적 선택이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공간을 조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깝다. 수라간은 이 질문을 통해 ‘한국형 모던 디자인’을 다시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