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그레이코드, 지인(GRAYCODE, jiiiiin) 작곡가
그레이코드, 지인은 조태복과 정진희 두 작곡가가 함께 작업하는 전자음악 듀오다. 작곡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드로잉과 설치, 퍼포먼스, 출판까지 확장해왔다. 음악을 매개로 자신들만의 사운드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그레이코드, 지인의 작업은 하나의 장르에 고정되지 않습니다. 데이터로 작곡한 음악은 출판물로 이어지고, 자연의 진동을 기록한 실험은 다시 미술관 공간에서 재생됩니다. 소리로 작업하지만 그 결과는 매번 다른 형식으로 등장하죠. 2016년 첫 공동작업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진 듀오의 궤적을 정리했습니다. 소리에서 출발해 형태로 확장된 프로젝트들을 소개합니다.
프로젝트 A to Z
| Data Composition |
| D |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1 06 a](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06-a-832x555.jpg)
2021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Data Composition>은 데이터로 작곡하는 이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프로젝트다. 50일간 전시장을 찾은 관객 3,600여 명이 생성한 2,165,471개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머신러닝으로 44,100개로 압축한 뒤, 이를 다시 1초 길이의 사운드로 변환했다. 50일이라는 선형적 시간을 1초라는 동시적 시간으로 재구성한 셈. 순차적인 흐름이 아닌 ‘동시성’, 단순한 축적이 아닌 ‘압축’을 통해 시간을 다루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2 06 c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06-c-1-832x555.jpg)
전시 후 발간된 동명의 출판물은 작업 세계를 읽는 매뉴얼북을 지향했다. 은박 표지와 코팅되지 않은 검은 종이로 구성된 이 책은 2021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되었다.
| Exhibition |
| E |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3 10 a](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10-a-832x354.jpg)
그레이코드와 지인의 작업은 공연장이 아닌 미술관에서 자주 목격된다. 사루비아다방(2020)을 시작으로 세종문화회관(2021), 백남준아트센터(2022), 송은(2023), 아트선재센터(2025)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전시와 퍼포먼스를 이어왔다.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4 05 c](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05-c-832x555.jpg)
미술관에서 소리를 전시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2020년 첫 개인전 《Time In Ignorance, ΔT≤720》에서는 전시장이 문을 닫은 뒤에도 720시간(한 달) 동안 클라우드 상에서 사운드가 멈추지 않고 재생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5 14 a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14-a-1-832x555.jpeg)
한편, 2025년 아트선재센터 《공기에 관하여(Quivering Air)》에서는 4회의 연주를 진행하며 소리를 오롯이 감각하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 프로젝트는 ARKO 올해의 신작에 선정됐다.
| Ferrari |
| F |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6 15 c](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15-c-832x553.jpg)
페라리 12칠린드리 테일러메이드 프로젝트는 V12 엔진의 소리를 음악으로 번역한 작업이다. 엔진의 하모닉 구조를 분석해 12개의 순음(사인 웨이브)을 중심으로 약 8분 길이의 <Music for 12 Lines>를 작곡했다. 이 음악은 악보 드로잉으로 전환되었고, 윤슬 트랜지셔널 페인트와 함께 차량 보닛 위에 리버리로 구현됐다. 사운드에서 악보로, 악보에서 외관 디자인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비가시적인 진동이 시각적 구조로 치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행사 현장에서는 퍼포먼스로 실현됐으며, 엔진의 소리는 기능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언어로 확장됐다.
| Gentle Monster |
| G |
2021년 9월, 몽클레르 지니어스(Moncler Genius) 프로젝트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 젠틀몬스터의 <Swipe> 쇼에서 사운드를 담당했다. 이는 그레이코드와 지인이 진행한 첫 번째 브랜드 협업으로, 거대한 설치 구조물과 스크린 모션이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를 허무는 현장에 전자음의 레이어를 쌓아 올린 작업이다.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7 08 b](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08-b-832x559.jpg)
가스버너가 점화되는 듯한 찰나의 소리, 공중을 날카롭게 가르는 물체의 울림처럼 규정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사운드들이 공간을 채웠다.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기보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감각을 청각적으로 먼저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 Musing Forest |
| M |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8 07 a](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07-a-832x1249.jpeg)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9 07 b](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07-b-832x554.jpeg)
2021년 6월부터 1년간 진행한 월간 음악 발표 프로젝트. 지인의 기획으로 시작된 그레이코드의 솔로 작업으로, 매달 한 곡씩 제작해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연남동의 5평 작업실을 떠나 성북동 마당이 있는 공간으로 이사하며 마주한 환경의 변화가 작업의 도화선이 됐다.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10 07 d](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07-d-832x832.jpg)
“커피를 마시며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가벼운 제안에서 출발한 12개월의 여정은 릴 테이프 형식의 실물 앨범 제작으로 이어졌다. 데이터와 수치 너머, 공간이 주는 영감이 전면에 등장한 유일한 작업이다.
| Philips Pavilion |
| P |
1958년 브뤼셀 만국박람회에서 공개된 ‘필립스 파빌리온’은 르 코르뷔지에가 기획하고, 당시 그의 사무소 소속 건축가이자 작곡가였던 이아니스 제나키스(Iannis Xenakis)가 설계를 주도한 건축물이다. 제나키스는 자신의 초기작 〈메타스타시스〉에 등장하는 글리산도(음높이가 연속적으로 미끄러지는 기법)의 수학적 궤적을 건축물의 쌍곡포물면 구조로 구현해 냈다. 음악이 건축이 되는 순간이었다.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11 expo 1958 paviljoen van philips 2](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expo-1958-paviljoen-van-philips-2.jpg)
페라리 디자인 책임자 플라비오 만조니는 그레이코드와 지인의 작업을 보며 “제나키스의 계보를 잇는 작업”이라 말했다. V12 엔진 소리를 음악으로, 다시 그 음악을 차량 외관의 리버리(디자인)로 번역해 낸 과정이 70년 전 파빌리온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이유였다.
“저희 역시 엔진 소리를 음악으로, 다시 디자인으로 번역했죠. 이 작업이 예술적 맥락의 ‘계보’ 안에 있다는 인정을 받았을 때, 태도 자체가 달라졌어요. 고급 차량 런칭이 아니라 저희 작업 자체가 하나의 언어로 성립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 Red |
| R |
그레이코드, 지인의 첫 번째 공동 작업 <#include red>는 “빨간색은 무슨 소리일까?”라는 근원적인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인간의 시청각적 인식을 ‘진동’이라는 하나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공기의 떨림으로 소리를 듣듯, 빛의 진동과 반사를 통해 색을 본다는 원리. 가시광 스펙트럼 중 가장 낮은 주파수에 해당하는 빨강을 소리로 번역하며, 빛과 음을 하나의 구조 안에서 다루기 시작했다.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12 01 b](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01-b-832x555.jpg)
이 질문은 2024년 <phyper>에 이르러 보다 물질적인 인스톨레이션 형태로 확장된다. 전시 공간에는 150cm 크기의 유리판 위에서 각기 다른 파장과 채도를 가진 빨강이 발광한다. 여기에 오디오 케이블과 광케이블이 엉키듯 연결되며, 아날로그 소리 데이터는 디지털 신호로 변환되어 다시 출력된다.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13 13 a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13-a-1-832x555.jpg)
단순히 소리를 시각화하는 것을 넘어, 음파와 가시광의 서로 다른 진동을 하나의 신호 체계로 결합한 것이다. 관객은 낮은 주파수의 사운드와 강렬한 빨강이 충돌하는 공감각적인 영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빛과 소리,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하나의 단위로 모인 이 ‘붉은 상태’는 관객의 동선에 따라 매번 새로운 감각적 순간을 만들어낸다.
| Tamburins |
| T |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14 09 a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09-a-1-832x555.jpg)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15 09 b 2](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09-b-2-832x555.jpg)
2022년, 템버린즈(Tamburins)의 첫 향수 컬렉션을 위한 ‘SOLACE: 한 줌의 위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향수 ‘CHAMO’에서 출발한 사운드 <CHAMO>를 제작해 전시 공간 전체에 울리도록 구성했다. 위안과 공존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공간에 투영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향의 입자를 사운드라는 또 다른 비물질적 매체로 치환해 낸 작업이다. 예상치 못한 아트 인스톨레이션과 함께 공개된 사운드는 관객으로 하여금 향을 단순히 맡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청각과 공간감을 통해 온몸으로 향의 정취를 경험하게 하는 공감각적 몰입을 선사했다.
| Wave Forecast & ΔW |
| W |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16 11 a 1](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11-a-1-832x468.jpeg)
2022년 서귀포 법환포구에서 진행한 <wave forecast>는 “컴퓨터가 생성하는 랜덤은 과연 진짜 무작위인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기계적 패턴을 넘어선 ‘진짜 무한’을 찾기 위해 이들은 아날로그의 연속적인 세계로 향했다. 구글 지도에는 바다로 표시되지만 1년에 단 몇 번, 달의 중력으로 땅이 드러나는 제주 남단 끝자락에서 햄 라디오를 통해 바다의 진동을 수음하고 자체 플랫폼을 거쳐 다시 바다로 송출했다. 0.05초 단위로 기록된 파도의 불규칙한 변화량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진짜 랜덤의 데이터였다.
이 실험은 2023년 송은 전시 《∆w (delta w)》로 이어진다. 델타(Δ)는 변화량을 뜻하는 기호로, ∆w는 곧 파동의 변화량을 의미한다. 11개월 전 법환포구 바다에서 수집한 변화의 기록을 미술관이라는 콘크리트 건축물 안에서 재연해 낸 작업이다. 사운드 웨이브가 벽을 울리며 제주의 바다를 불러와 관객의 신체에 닿게 함으로써, 자연의 무작위적 현상을 예술의 형태로 재가공해 관객에게 되돌려주었다. 함께 제작된 출판물 『∆w』 역시 바인딩되지 않은 낱장의 종이들을 진공 포장해, 뒤섞인 시간과 시공을 관통하는 작품의 콘셉트를 그대로 투영했다.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17 12 g](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12-g-832x555.jpg)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18 12 f](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12-f.jpg)
| ZKM Giga-Hertz Award |
| Z |
2018년 독일 예술과 매체기술센터(ZKM)와 남서독일방송(SWR)이 주관하는 세계적인 권위의 ‘기가헤르츠 어워드(Giga-Hertz Award)’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19 02 a](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02-a-832x174.jpg)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20 02 b](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02-b-832x177.jpg)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21 02 c](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02-c-832x176.jpg)
수상작 <+3×10^8m/s, beyond the light velocity>는 진공 상태에서 빛이 가지는 속도의 최댓값 너머에 존재할 우주적 현상을 상상하며 제작된 오디오-비주얼 작업이다. 465초의 애니메이션은 강렬한 형광 녹색 점들이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한다. 우리가 딛고 있는 땅(빨강)을 벗어나 먼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듯한 거시적 감각을 선사한다.
[Creator+]는 Design+의 스페셜 시리즈입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프로젝트에 크리에이터의 일과 삶의 경로, 태도와 방식을 더해 소개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1편과 프로젝트를 A to Z로 풀어내는 2편으로 구성되었으며, 격주로 발행됩니다. [Creator+]는 동시대 주목할만한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소개한 ‘오!크리에이터’를 잇는 두 번째 크리에이터 기획입니다.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22 20260211 153755](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20260211_153755.jpg)
![[Creator+] 그레이코드, 지인의 A to Z: 독일 ZKM 수상부터 페라리 12칠린드리 협업까지 23 20260211 160408](https://design.co.kr/wp-content/uploads/2026/02/20260211_160408.jpg)